사사키 후미오의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오늘은 미니멀리즘에 관심이 있을 때,
처음으로 읽어볼 만한 책을 소개하려 한다.
그전에 먼저 영상 얘기부터 하자.
난 무엇에 관심이 생기면,
관련 영상을 찾아서 가볍게 맛을 보고,
그다음에 책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미니멀리즘도 그랬다.
미니멀리즘에 관심이 생기고 넷플릭스에 찾아봤던니,
'미니멀리즘 :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이 나왔다.
괜찮게 봤다.
하지만 내게 더 인상 깊었던 영상은,
오래전에 봤던 영상인데,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다큐의 일부다.
10분이 조금 넘는 짧은 영상이고,
썸네일 제목이 인상 깊었다.
'미니멀로 꽉 채운 집'
미니멀로 꽉 채운 집
한국 다큐지만 주인공은 일본인이다.
그는 미니멀리스트 다운 미니멀리스트다.
"난 미니멀리스트요!"
라고 외치고 다녀도 부끄럽지 않을 미니멀리스트.
카메라가 비춘 그의 방에는 아무것도 없다.
냄비는 하나다.
물을 끓일 때도 그것을 쓴다.
잠을 잤던 이불은 접어서 소파로 쓴다.
쟁반 크기 정도 되는 한 칸짜리 서랍장은
바닥에 두어 식탁으로 쓰고,
세로로 길게 세워 높이 있는 물건을 꺼낼 때,
발판으로 쓴다.
수건?
기저귀로 보이는 하얀 천 쪼가리 하나다.
세수를 하고 그것으로 얼굴을 닦고,
나올 때 발바닥 물기도 닦는다.
나와서는 바로 싱크대에 물로 대충 빨고는,
건조대에 넌다.
나도 호기심에 그것을 따라 해 보았다.
전에 신생아 목욕 수건으로 쓰고,
지금은 둘째 엉덩이 닦을 때 쓰는,
천 기저귀를 샤워 수건으로 써봤다.
생각보다는 나쁘지 않았지만,
한 번으로 끝냈다.
그가 집안에 있는 모든 물건을 방바닥에 펼쳐놓는데,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나는 얼마나 걸릴까?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영상 속 주인공 같은 미니멀리스트는 되지 못해도
지금보다 더 간소하게 살고 싶은 바람이 있었기에,
미니멀리즘으로 유명한 책도 찾아봤다.
몇몇 작가가 나왔는데,
일본에서는 두 사람이 유명했다.
곤도 마리에와 사사키 후미오.
곤도 마리에는 다른 다큐에서 잠깐 봤는데,
미니멀리스트보다는 정리 전문가에 가까운 느낌이었고.
약간 나와 결이 안 맞는 것 같아서,
사사키 후미오의 책을 선택했다.
책 제목은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책을 천천히 읽어나갔다.
읽으면서 알게 된 반전이 있다.
나에게만 반전인데,
알고 보니 이 책을 쓴 사사키 후미오가
바로 천 쪼가리 하나로 생활했던
다큐의 주인공과 같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나는 사사키 후미오가 여자라고 생각했다.
이 책을 북튜버의 낭독으로 처음 접했는데,
낭독하는 사람이 여자였고,
'후미오'가 여자 이름 같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여자라고 생각했다.
곤도 마리에도 여자이지 않은가.
어쨌든 다큐의 주인공이 이 책의 저자였다니!
내게는 큰 반전이었다.
다큐를 다시 보니 버젓이 이름이 나오는데,
처음 다큐를 봤을 때는 미니멀리즘에 관심이 없어서였는지
이름을 흘려봤던 것 같다.
두 번째 볼 때도 이름은 기억하지 않았다.
처음 그 다큐를 보고 나서의 감상평만 기억이 난다.
'참, 세상에 별 사람도 다 있네.'
지금은 그가 대단해 보인다.
사사키 후미오는 간소하게 살고 싶은 사람에게
좌절감을 주는 사람이다.
'나는 저렇게 못살겠는데.'
이런 말이 절로 나온다.
여전히 이 생각에 변함은 없다.
그렇게는 못 살 것 같다.
하지만 책에 있는 내용들은
충분히 배우고 참고할 만하다.
이번에 그가 나온 영상을 다시 봤다.
자신의 물건을 방바닥에 모두 펼쳐놓고,
물건들을 설명하는 장면에서 영상을 멈췄다.
10분 뒤,
나는 깊은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미니멀?
나는 아직 멀었구나!
라는 성찰이었다.
사사키 후미오는 영상에서
가죽 재질로 보이는 슬립온 하나를 들어서 보여주는데,
헤질 때까지 신고는, 똑같은 것으로 다시 산다고 했다.
그 장면을 보고 내가 한 생각은 이랬다.
슬립온 디자인 마음에 드는데!
어떤 브랜드지? 한국에서 살 수 있나?
영상을 멈춘 채 폭풍 검색을 하는 나를 보고는
아직 멀었다는 자기 성찰을 한 것이다.
그렇다고 그만 두지는 않을거다.
천천히,
꾸준히,
조금씩,
간소한 삶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조금이나마 물건을 줄이고 나서,
삶이 더 나아졌으니까.
마음의 안녕에도 도움이 되었으니까.
사사키 후미오만큼 비울 수는 없겠지만,
사사키 후미오가 정의 내린 미니멀리스트에 가까운 사람은 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생각하는 미니멀리스트는 이런 사람이다.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소중한 것을 위해 줄이는 사람
::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사사키 후미오
그것조차 안되더라도 상관없다.
추구하다가 죽으면 되지.
죽게 되면,
사사키 후미오 보다 더 간소해지는 것이다.
내 존재도 사라질 만큼 간소해지는 것이다.
이 책을 한번 읽었지만,
다시 읽어보려 한다.
조금씩 읽고,
조금씩 실천하면서.
미니멀리즘에 관심이 있다면
시작으로 삼기에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