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내가 만든 세상> APoV 전시를 보고 나서
경계가 허물어지고 사회가 개방될수록 타자에 대한 혐오는 어째서 점점 도를 지나치는 걸까.
빠르게 진보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의 공포심 또는 불안장애, 다양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시대에 뒤쳐지는 자신들의 못남을 감추려고 되레 더욱 야만스러운 본성을 내세우는 자격지심의 소산일까.
대명천지 21세기에도 끊임없이 창궐하는, 이성의 마비와 극단적 야만성의 발현이라는 증상을 동반한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질병인 이놈의 혐오라는 것은 생김새나 성향, 종교 등으로 타인을 판단하고 배척하는 집단 히스테리다. 전에 없던 돌연변이라는 코로나19보다 훨씬 무섭고 악질적인 바이러스다.
과거 순혈주의의 망상에 사로잡혔던 나치 파시스트나, 동성애를 범죄시 하고, 마녀사냥이라는 이름으로 생사람을 불에 태우고, 유색인을 동물원 우리에 가둬놓고 신기해하던 근대 유럽인들의 수준 낮은 정체성 논란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것일 뿐 아니라, 때로는 퇴보한 것으로 느껴진다.
나와 다른 이들, 늘 봐왔던 우리 집단의 모습과 다른 낯선 이를 보고 겁에 질리는 건 나약한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것일지 모르나, 그 공포심과 공격성을 이성이 다스리지 못하고 야만적으로 표출된다면 문명화된 인간의 모습이라고 볼 수 없다.
문명인이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