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우스개가 아니다
'귀여운 것이 세상을 구한다.'라는 말은 당연히 진리이다.
귀여운 것으로는 누구도 해치거나 상처 입힐 수 없다. 그렇다고 귀여운 것들이 모두 약해서라는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 때 철학 선생님은 '인간을 비롯하여 모든 어린 생명체가 귀여운 것은 생존전략'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생존에 필수적인 것들(먹는 것, 입는 것, 씻는 것 등)을 스스로 얻어내기에 물리적인 힘이 부족하므로 그것을 대신 해결해줄 수 있는 어른 생명체를 이용하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귀여움'을 택한 것이다.
'이용한다'는 말이 거부감을 줄 수도 있겠으나, 그것은 단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것일 뿐이다. 그 외에 다른 음흉한 의도가 있다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반면 귀엽지 않은 것들은 어떤가. 살아남기 위해 남을 이용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할 수도 있지만, 그들은 자신보다 약한 자들을 밟고 일어선다. 그리고는 자신들의 발아래 깔린 이들을 보며 왜 너희보다 약한 것들을 밟고 일어서지 못하느냐고 비웃는다. 세상에서 진정 강한 자는 자신들이라며 거들먹거린다. 하지만 그들도 결국 그들보다 더 강한 존재들에게 아첨하고 기생하는 찌질한 신세라는 사실은 망각해버린다.
귀여운 것들이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밟고 일어서는 걸 본 적이 있는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가 포대기에 싸인 갓난쟁이를 해코지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느냐는 말이다. 웬만큼 성장한 개들도 (개들은 왜 커도 귀여운지..) 먼저 자신을 공격하지 않는 이상 자신보다 작은 새끼 고양이들은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귀여운 이미지도 마찬가지이다. 가령 누군가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는 메시지 혹은 서슬 퍼런 독재 체제를 선전하는 데 귀여운 그림이나 사진을 사용할 수는 없다. 그것이 자신들이 전파하고자 하는 악의 에너지를 약화시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귀여움은 기본적으로 악을 누그러뜨리는 선함을 가지고 있다. 분노와 혐오, 악의 기운이 퍼져 있는 이 세상에서도 부드러운 온기를 잃지 않도록 지켜주는 것이 귀여움이다.
과연 귀여움은 절대선인가. 나는 그렇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