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라니

글쓰기를 시작하며

by 박초록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편이지만 나의 것을 꺼내놓거나 표현하는 것에는 약했다. 많이 나아졌다고 느꼈는데도 다른 사람의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항상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뭐라고 했는데 그걸 누가 비하하거나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해버릴까 봐 늘 조심스러웠다고나 할까. 그런데 용기 내어 지원해 본 브런치 작가에 선정이 된 것이다! (물론 생각해 보니 누군가 떨리는 마음으로 작가 신청을 했는데 매몰차게 거절하는 일은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누군가 나를 작가라고 칭해주니 설레기도 하고 진짜 작가가 된 것 같고 뭔가 무게도 느껴지고 그렇잖아(부끄).


임상심리전문가라는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한 이름의 자격을 가지고 심리치료와 상담, 심리평가 등의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범죄피해자들을 상담하는 일을 시작한 지도 이제 만 8년이 되어간다. 트라우마 상담 영역에서 전문성이 쌓이기도 하고 뭔가 일이 익숙해져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할 즈음, 동기가 나에게 글쓰기를 권했다. 그동안 쌓인 시간과 경험들을 글로 풀어내면 어떨까. 내가 글을 쓴다고? 어림없는 얘기라고 생각하고 넘어가기를 몇 번. 신년에 우연히 유병욱 작가님의 <인생의 해상도>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거기에 나의 것을 내어놓는 '창조'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서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용기가 한 방울 생겼던 것 같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것, 내 삶에서 가장 많이 시간과 공을 들이는 것을 잘 들여다보라고. 그리고 글쓰기를 '내 시간을 졸이는 것'이라고도 표현하셨던 것 같다. 누구나 자신만의 분야가 있을 것이다. 그게 일일수도 있고 취미일 수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고. 무엇이든. 나의 경우 트라우마 상담을 하는 상담자이면서, 9 to 6 근무를 하는 직장인이기도 하고, 두 아이를 양육하는 워킹맘이기도 하고, 또 뭔가 사부작사부작 만드는 것이나 귀여운 것, 맛있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나이기도 했다. 나의 전문 분야에 있어서는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참고가 될만한 부분을 제공할 수도 있고, 나의 삶이 누군가에게는 공감이 되기도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었다.


그런 일도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한수희 작가님을 직장 내 행사에 초빙하면서 '특이한 곳에는 가신다면서요..'라고 내가 썼던 구절이 섭외에 통했다는 거. 나와 내 동료들은 우리가 일하는 곳이니까 너무 익숙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정말 특이한 일을 한다고 느껴질 수 있겠구나. 누군가는 트라우마를 겪고 있지만 도움을 어떻게 받아야 할지 모를 수도 있고 내 가족, 친구, 동료가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모를 수도 있다. 한 사람이라도 내가 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주고 이런 곳도, 이런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고 필요할 때 권할 수 있다면 그것도 뿌듯한 일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니까 해보는 거지. '아님 말고' 정신으로!


문득 100세 시대의 인생이 참 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제 겨우 인생의 반정도를 산 것 같은데, 살아온 인생을 어떻게 기억하고 앞으로의 40년 이상의 생을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생각이 들 때면,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짧은 인생보다 훨씬 더 긴긴 역사가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을 생각하면, 무엇이든 도전해 볼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결과가 있을지 어떤 연결고리가 만들어질지 모르겠지만 기대해 본다. 아님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