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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작가 Oct 15. 2020

#16. 우리는 왜 용기를 내지 못할까?

용기를 내지 못하는 건 두려움이 아닌, 사랑과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용기를 낼 수 있었냐는 질문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작은 오해가 하나 있다. 두려움이 없어서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는 것.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 용기내어 움직인 것을 우리는 용감하다고 하지 않는다. 그건 '그냥' 움직였을 뿐이다. 반드시 '두려움' 을 느껴야, '용기'는 비로소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이집트 다합에서 한 달간 머물며 시간을 보내던 적이 있었다. 딱히 하는 것 없이 아침에 눈을 뜨면 바닷가로 나가 수영을 하거나, 해변가 카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지냈다. 어느 날, 한 서퍼가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를 보드 위에 올라오라고 손짓했다. 강아지는 물이 무서운지, 선뜻 올라가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하지만, 잠시 주인의 눈을 마주보더니, 용기내어 보드 위로 올라갔다. 서퍼는 보드 위에 자신의 강아지를 태운 채, 조금 더 깊은 바닷가로 나아갔다. 강아지는 다리를 계속 떨었고, 줄곧 주인과 눈을 때지 못했다. 그 모습이 참 인상적이어서, 사진으로 남겨두었다.


  과연 그 강아지는 두려움이 없어서 보드 위에 올라갔을까. 다리를 떨고 주인과 시선을 떼지 못하는 것을 보아 절대 그렇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엇이 강아지로 하여금 보드 위로 올라갈 수 있게 했을까? 


  


 

  고작 7만원과 인민폐 100원(한화 18,000원)을 들고 세계여행을 떠났을 때, 내가 과연 두려움이 없었을까? 아무리 깡이 쌘 사람이라도, 돈 없이 국내도 아니고 해외를 떠돌 생각을 하는 것은 미친짓일거다. 하지만, 당시 나는 돈 없이 세상을 떠도는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이 있었다. 29살이라는 나이에 군대를 전역하고, 아무런 비전없이 한국에서 그냥 막연한 성공을 위하여 이를 악물고 꾹참고 살아가는 것이었다.


  세계여행을 떠나기 전, 당시 내게 가장 재미와 큰 의미를 주었던 것은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것이었다. 여행을 떠난 이유도, 내가 정말 사진을 좋아하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서였고, 앞으로도 사진을 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내 자신을 테스트 해보고 싶어서였다.


  세상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돈이다. 공부를 잘하고 싶은 이유도, 좋은 대학을 가고 싶은 이유도, 취업을 잘하고 싶은 이유도, 권력을 탐하는 이유도 모두 그 종착지에는 돈이 있다. 그래서 나는 돈보다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정말 그것을 좋아하는 증거라고 생각했다. 돈이 아무리 중요해도, 절대 돈 때문에 타협하고 싶지 않은 그런 마음을 갖는 대상을 찾고 싶었다.


  여행 출발 전, 내 자신과 약속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진으로 여행을 떠나, 어디를 가는 건 상관없고, 최소 1년간 살아가는 것이었다. 만일 그 시간들을 견디어낸다면, 평생 사진을 하며 살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렇게 나는 여행을 떠났고, 감사하게도, 수많은 인연들을 만나고 사진을 나누며, 654일간의 여행을 잘 마치고 돌아왔다.


  두려움 속에서도 내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나의 마음이 머무는 곳이 어디에 있는지에 귀 기울였기 때문이다. 나는 세상 사람 누구나, 무언가를 진실로 좋아하는 마음만 갖고 있으면, 누구나 용기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좋아하는 마음은 핑계거리를 찾지 않고, 해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때문이다. 반대로 좋아하는 마음없이 용기를 내고 움직이면, 그것은 언제 어떻게 무너질지 모르는 만용이 된다. 용기와 만용은 비슷해보이지만, 그 시작이 완전히 다르다. 용기는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되고, 만용은 드러내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강아지가 용기를 내어 서핑보드 위로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은 주인을 사랑하고 믿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럴일이 있을까 하지만, 강아지가 만일 다른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만용을 부렸다면, 오히려 자만심에 물에 빠졌을지 모를 일이다.   


  용기를 내기 위해,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줄여본다며 수많은 준비를 한다. 하지만, 준비 자체의 목적이 막연할 때가 많다. 본질적으로 두려움을 극복할 방향성과 자신만의 신념이 없다면, 아무리 많은 준비를 해도 선뜻 발을 내딛기 쉽지 않다. 하지만, 좋아하는 마음과 그것을 지켜내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준비가 다소 부족해도 용기를 낼 수 있을 때가 많았다. 그렇게 일단 내딛은 첫걸음이, 결국 준비만 하니라 출발하지 못한 못한 사람들보다 훨씬 더 먼 곳까지 나아갈 수 있게 하는 힘의 근원이 되었다.


사진 / 글 이정현


#철학

#해외여행

#사진

#용기

#용기를내지못하는건

#내마음에사랑과확신이없기때문이다.

#사랑이없으면보여주려는만용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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