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이후, 성과 앞에서 본 나
육아휴직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성과평가가 오픈됐다. 머리로는 이해하려고 애썼다. 출산 후 공통업무를 동료가 마무리한 적도 있었고, 하반기 프로젝트는 시작도 못 했으니 일부 이해는 된다. 그렇지만 마음은 분하고 억울했다. 한 글자로 정리된 성과는 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내가 그렇게 일을 못 하는 사람이었나.
분명 부서 이동을 하기 전에는 ‘팀 에이스’ ‘같이 일하고 싶은 동료’, ‘솔선수범’과 같은 단어들이 나와 함께 했다. 동료들과 잘 지냈고 업무 성과도 나쁘지 않았다. 내가 나를 봐도 업무는 지나치게 FM대로 하지는 않지만, 융통성있게 깔끔하게 처리했다. 하지만 새로운 부서에서는 과거의 역량이 필요하지 않았고 새로운 업무였으며, 출산으로 인해 불가피한 야근은 적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팀장 입장에서는 인원을 새로 충원했는데 8개월 일하고 휴직한다니 달갑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간이 지난다고 이 감정은 가라앉지 않았다. 벗어나려고 애쓰면 오히려 더 생각하게 되었다. 마치 영화 <인셉션>에서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세요’ 하면 코끼리만 더 생각나게 되는 것처럼. 그래도 고맙게도 아내는 힘들어하는 나를 향해 계속해서 현실적인 위로를 해주었다. 오히려 시대가 변화하는 지금 휴직이라는 기회가 되었으니 시간을 잘 쓰면 된다고, 1년의 성과가 인생의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나는 당신이 충분히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그리고 감사하게도 내가 일하고 있지 않냐고.
휴직 직후에는 자주 꿈을 꿨다. 둘째 아이를 안고 출근해서 어떻게든 일할테니 일거리를 달라고 말하는데, 회사 사람들은 나를 보지 않거나 이미 없는 사람처럼 대했다. 또는 아무 보호도 없이 사람들 사이를 지나 계단 끝에 놓인 가방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는데, 그 안에 들어있는 옷을 입기 전까지 멈출 수 없었다. 그리고 생각이 정리된 뒤로는, 이런 꿈을 꾸지 않는다.
당장 해결된 건 없었지만 마음이 점점 정리되었다.
조직에서 보는 나는 내 전부를 말하지 않는다.
한 번의 성과가 내 삶을 좌지우지 하지 않는다.
그리고 브런치에 글을 적으며 나를 다시 되돌아보고 있다. 사람을 좋아하고 조직을 관찰하는 엔지니어. 나는 조직문화를 변화시키는 것과 평가나 구조에 관심이 있는데 전공에 맞추어 업무하고 있었다. 뚜렷하게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고 속도도 느리다. 글도 자주 쓰고 싶지만, 육아로 쉽지 않다. 그래도 꾸준히 적어보려 한다.
회사는 나를 평가할 수는 있어도, 내 삶까지 평가하지는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