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자에게서 벗어나야만 한다.
악몽을 꿨다.
늘 다른 상황이지만 등장인물은 엄마, 나, 남동생이다.
꿈에서 깨면 늘 기분이 더럽다.
그리고 무엇보다 힘들다.
턱 하고 막히는 숨을 이내 몰아 내쉬며 꿈에서 깨는데,
깨고나면 오른쪽에 보이는 암막벽지로 막아둔 창문틈의 빛이 나를 달래준다.
'괜찮아. 꿈이야.'
그렇게 하루를 시작한다.
유독, 명절을 앞두고, 시댁 행사를 다녀오거나 다녀오기전에 엄마 악몽은 심해진다.
난 시어머니와 친해지고 싶지 않다.
왜냐면 시어머니는 우리 엄마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와일드한 말투, 와일드한 화법, 알콜 중독 그리고 매일 하는 하소연.
결혼 전에는 엄마가 시어머니와 다르다고 생각했다.
결혼 후 남편을 들여다보자니, 그 엄마 밑에서 자란 남편이 오죽하겠나 싶었다.
나와 비슷할 수도 있겠구나.
그치만 우리는 다르다.
나는 엄마와 어떻게든 끊어보려고 애쓰고 있고
남편은 자신의 엄마를 끔찍히 생각한다는것이다.
자신의 엄마의 아픔을 듣고산지라, 엄마의 아픔앞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남편.
늘 수동적으로 자신의 하소연을 주입시키는 시어머니의 하소연패턴.
난 엄마의 술주정을 받아주며 자랐다.
엄마는 늘 술안주를 만들었지만, 그 자리에 내가 끝까지 지키고 있지 않으면 기분이 나빠지는 사람이였기에
아마도 음식은 조연이고 진짜 술안주는 '나'였을것이다.
나는 덕분에 술먹는 사람을 기피한다.
다행이 남편도 술과는 거리가 먼 사람.
나는 술주정, 그 술마신 사람의 특유의 흥이 너무 무섭고 싫다.
흥분하며 커지는 목소리도 듣기 싫다.
그래서 나는 늘 큰소리, 험담, 날카로운 비명 등을 듣고자란지라 청각이 예민하다.
그냥 한평생 조용하게 살고싶은게 내 소원이다.
여하튼 엄마가 고작 술주정 몇번해서 이렇게 악몽을 꾸는것은 아니다.
엄마는 내 인생을 삼키고 싶어했다.
아빠와 진작 이혼한 엄마는 내가 남편의 역할을 해주길 바랐다.
엄마는 나에게 돈을 바란부류는 아니였지만
내 독립을 두려워했다.
내가 사회생활을 하거나 독립을 하거나 다른 친구를 사귀면 자신이 이상하다는것을 알게될까 두려워
나를 세상과 친해지지 못하게 필사적으로 막았다.
내가 사회생활을 하는것을 용납하지 못했다.
차라리 돈은 힘들어도 어떻게든 내가 벌어올테니 넌 날 기다리고, 내 옆에 떠나지말고 있으며
언제든 내 외로움과 무서움을 채워달라고 했다.
내 하루를 통제하고, 내 기분을 아침부터 망치며 하루끝에는 술시중을 들게했으며
영혼이 병들어가면 엄마는 이내 뿌듯해했다.
내게는 남아있는 친구도, 사회적 인맥도, 남자친구도 없이 오로지 엄마만 남을테니까.
엄마옆에서 계속 술시중을 들으며 무기력하게 있기를 바랐으니까.
내가 아픈것이 엄마 때문일까 생각해본적이 있다.
엄마가 뭐길래.
이토록 한평생 나의 마음을 힘들게 하는가.
엄마는 나를 사랑했던적도 있을것이다.
미성년자인 나를 위해 아플때 병원을 가주고, 학교에 와주고, 학비를 내주기 위해 일도 하셨으니까.
힘들었다.
겨우 30대 초반 도망치듯 연을 끊어야 가능한 자취를 시작하고
내 연락을 받지 않음으로써 '너가 내게 돌아오지 않을거면 넌 필요없어. 내 무관심을 느껴봐야 정신차리지'를 시전한 친정엄마와 연락이 다시 닿은건 결혼을 준비하게 되면서 부터이다. 서른 중반.
그렇게 결혼을 준비하게되며 다시보게된건 엄마와 미친듯이 비슷한 시어머니의 존재였다.
엄마를 피해 결혼을 한건 아니다.
난 남자친구와 15년간 장기연애를 했기에 엄마때문에 일찍 결혼한편도 아닌것이다.
그러나, 엄마를 피한줄 알았더니 시어머니가 있었다.
난 두 여자와 떨어지고싶다.
시어머니는 알콜중독으로 결국 시동생에게 간이식을 받았다.
그 하소연을 듣고 자란 남편은 엄마의 고생에 세뇌되어 시어머니의 막말로부터 며느리인 나를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
시어머니만 만났다하면, 시댁에 가기만 하면
시어머니라는 사람의 입에서 어떤말이 나올까, 또 오늘은 어떤 말로 내 가슴을 후벼하고
쿵 하고 내려앉게 만들까. 어떤 발언을 할까.
조마조마하지만 남편은 '우리 엄마가 의도가 있어서는 아니야' 라는 말로 늘 사과한다.
난 서른중반,
이제사 어렵게 혈육을 끊어내는중인데
시어머니라는 존재가 새롭게 엄마의 빈자리를 바톤터치 하려고 한다.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