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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왈로비 Jul 19. 2024

가치상실의 시대

짧고 쉽게 쓰는 생각 #5

'유튜버 슈카'가 EBS 다큐멘터리 촬영을 위해 일본의 대학교 졸업반, 가게를 물려받은 30대 및 가게 직원, 신혼부부 등을 인터뷰 한 내용을 다룬 <돈이 최고야> 영상을 보았습니다.


참 공감되는 부분도 많고, 우리 사회가 불행한 원인에 대해서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기에 그 내용을 기록하고 공유하고자 합니다.




1985년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의 G5 국가 재무장관들이 뉴욕 플라자호텔에 모여 미 달러화 가치 하락을 유도하기로 공동 합의하였습니다. 플라자합의 당시 미국 달러에 대한 엔화 환율은 240엔 수준이었는데 불과 1년 만에 150엔대로 조정되었습니다. 환율 조정으로 경제가 타격을 받게 되자 일본은 엔고 불황을 우려해 5%였던 기준금리를 1987년까지 점차 2.5%까지 낮추었습니다. 금리 인하와 시중의 유동성 증가로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몰려들었고 1980년 후반 극심한 버블이 만들어졌습니다.


1991년 부동산 버블의 정점 당시 도쿄의 평균 주택 가격은 1983년에 비해 2.5배 수준까지 상승했습니다.

주식시장의 경우 닛케이지수가 1983년 1만 엔 수준에서 1989년 말 거의 3만 3900엔으로 4배 수준까지 올랐습니다. 


일본 경제의 버블은 1989년 기준금리 인상, 1990년 부동산 총량 규제 도입 등으로 거지기 시작했고 대략 10년 만에 부동산과 주식시장은 1983년 수준가지 다시 떨어졌습니다. 버블 붕괴 이후 부실 채무가 누적되고 이로 인한 기업과 은행의 부채 및 대출 조정이 지속되면서 장기 불황에 빠지게 된 것입니다.


<서울경제, 잃어버린 30년 일본의 교훈 중>




슈카는 생각했습니다.

일본은 장기 불황으로 사회가 침체되어 있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불행할 것만 같았다고요.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일본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틀렸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을 만나니 오히려 여유가 있음에 놀랐습니다.

기업들은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을 입도선매하기 위하여 리쿠르팅을 하여 미리 채용을 확정한다고 합니다.

물론 좋은 기업은 누구나 들어가고 싶겠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좋은 기업에 들어가는 것에 목메지 않았습니다. 슈카는 좋은 직장에 가서 한 푼이라도 벌면 좋은 게 아닌지 질문했으나, 그럴 수야 있겠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더 좋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아버지로부터 가게를 이어받은 30대의 사장을 만났습니다.

그렇게 크지 않은 규모의 가게였으므로 차라리 더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질문했으나,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가게에서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가게에서 일하는 젊은 직원들도 조그만 가게에서 평생 일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슈카는 월급을 더 많이 주는 직장을 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문했으나,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 가게가 월급을 많이 줘서 좋은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어서 좋다는 것이지요.


일본의 신혼부부는 대부분 월세를 산다고 합니다. 슈카는 그래도 내 집마련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문했으나, 그럴 수도 있겠지만 굳이 집을 사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일본의 집값은 30년 간 오르지 않아 투기의 대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오래된 집들은 수리도 해야 하니 감가상각으로 가격이 내려갔습니다. 또한, 집값의 90%를 대출해 주니 언제든 집을 살 수 있으며, 일본의 집값은 도쿄의 특정 지역을 제외하고는 급등하지 않으니, 급할 것이 전혀 없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부를 인터뷰해 보니, 일본에서는 부부가 아이를 낳으면 보통 부부(통상적으로는 부인) 중 하나가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한다고 합니다. 맞벌이를 하지 않으니 부부가 모두 퇴근해서 돌아올 때까지 학원을 뺑뺑이 돌리는 일도 없다고 합니다. 슈카는 그래도 아이는 교육기관에 맡기고 직장에서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물어보았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이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어디 있느냐는 답변과 함께 맞벌이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먹고살만하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대학생들은 연봉 5천만 원을 버는 것보다 3천만 원의 연봉이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조급해하지 않는 여유로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가게를 이어받은 30대 사장은 가업의 중요성을 가장 우선시되는 가치로 생각했습니다.

가게의 젊은 직원들은 적게 벌더라도 내가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신혼부부들은 월세로 살면서 무리하지 않고 돈을 모으고 기회가 왔을 때 집을 언제든 구매할 수 있는 여유와 자유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부는 맞벌이를 하지 않고서도 육아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으로 아이와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어떨까요?


대학생들은 입학하는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에 정신이 없습니다. 그렇게 쌓은 스펙으로도 대기업에 취업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기에 스스로를 돌볼 여유가 없습니다.

돈을 잘 버는 가게야 물려받고 싶어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더 좋은 직장을 찾으려 하고 가업은 거들떠도 보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시간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고, 연봉을 올리기 위해서 이직을 자주 합니다.

신혼부부들은 지속적인 아파트 가격의 상승으로 지금이 아니면 살 수 없다는 두려움과 지금 사야 아파트로 돈을 벌 수 있다는 투기적 생각으로 영끌해서 아파트를 사는데 혈안이 되어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부는 영끌해서 산 집의 대출금을 갚기 위해 아이가 돌을 지나고부터 어린이집에 보내고 맞벌이를 합니다. 일하는 중에 어린이집에서 애가 아프니 데려가라고 하는 전화가 오진 않을까 전전긍긍하면서 말입니다.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는 부동산 광기, 코인 열풍 및 주식시장의 과열로 자산가치가 폭등하였습니다.

그 결과로 우리 사회는 '돈'을 제외한 다른 가치는 소멸하고 말았습니다.


2013년도 직업 선택의 기준 1위는 '적성'이었지만,

2023년도 직업 선택의 기준 1위는 '돈'이라고 합니다.

이 설문 조사는 우리 사회에서  '돈'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었음을 말해줍니다.


용인에 마당이 있는 작은 전원주택에 사는 친구가 있습니다. 친구는 좋은 대학을 나왔고, 변호사가 되었고, 원하는 직업을 가졌습니다. 친구는 코로나 시기 고립되어 있을 때도 전원주택에서 아이들과 바비큐도 하고, 텃밭도 가꾸면서 전원주택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 과거의 친구들은 어디 사냐고 물어보고 강남 등 집값이 비싼 지역의 아파트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본인은 그러한 아파트에 산다는 것을 과시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자산가치가 폭등하면 '사람'은 없고 '돈'만 남은 것 같습니다.

돈이 최고인 사회가 되었습니다.




일본과 우리 사회 누가 더 행복할까요?


여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대학생과 취업에 전전긍긍하는 대학생

가업의 가치를 아는 사람과 일을 돈으로만 생각하는 사람

시간을 자유롭게 쓰는 사람과 돈에 쫓겨서 시간을 쓰는 사람

월세든 자가든 주거의 안온을 추구하는 사람과 영끌해서 아파트를 투기하는 사람

곁에서 아이를 바라볼 수 있는 사람과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면서 어린이집에 아이를 위탁한 사람


가치상실의 시대에 행복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사회는 돈이 최고인 자산가치가 폭등하는 사회가 아닌,

인생을 살아가면서 진정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돈에 의해 상실된 진정한 가치를 찾을 수 있는 그런 사회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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