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 가장 근접한, 그래서 남들과 가장 많이 비교하게 되는 직군.
예전에 '개발자 오늘도 마음 튼튼하게 성장하기'라는 책을 추천하는 포스팅을 작성한적이 있다. 좋은 글귀들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내용은 '현대인들은 정신적인 건강을 위해 SNS로부터 멀어져야 한다. 특히 개발자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였다.
우리는 SNS를 통해 '타인이 포장하는 본인의 좋은 삶'을 본다. 필자도 오늘부로 약 2주가까이 해외에 여행중인데, 마음에 드는 사진을 올림과 동시에 나의 이러한 모습을 외부에 보여주고싶은 마음으로 열심히 SNS에 업로드하고 있다. 여행 중에 힘들었던 내용, 아내와 다투었던 순간들, 그리고 생각보다 감동적이지 않았던 장소나 맛이 없었던 음식들은 하나도 올리지 않는다.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을 열심히 보정해서 공개한다.
링크드인은 본인에 대한 어필을 삶에서 커리어로 확장한 대표적인 SNS 도구다. 필자도 링크드인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사용해왔고, 실제로 링크드인을 통해 좋은 오퍼도 여러번 받았다. 링크드인은 본인의 행복을 보여주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니다. 본인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고 있고, 좋은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지 드러낸다. 간혹 실패담 또는 어려운 순간들을 공유하지만, 그 또한 과정에서 성장하고 있음을 보이기 위한 방법이다. 이러한 모습들을 비판할 생각은 전혀 없다. 오히려 나도 많은 후배들 그리고 동료들에게 링크드인 사용을 적극 권장한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본인을 열심히 포장하고 어필하고 있는데, 이러한 모습을 비난하고 멀리하는 것은 스스로를 광고하지 못한채 은둔하는 실력자로 남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는 본인이 진짜 실력자인지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링크드인을 사용하지 않는것보다 더 위험한것은, 링크드인에 올라오는 수많은 글들을 보면서 스스로를 정죄하는 것이다. 링크드인에는 개발자들을 포함하여 수많은 IT 회사의 임직원들이 존재한다. 수백만개의 회사의 개발자들이 본인들이 작업한 오픈소스 코드, 분석한 내용들을 첨부한다. 개인의 활동과 커리어가 소스 코드, 그리고 웹사이트로 증명되는 개발자라는 직업의 특성상, 이러한 성과들은 타 직업에 비해 많은 갯수로 공유된다.
그럼 결국, 마치 인스타그램의 사진을 보며 타인의 삶을 부러워하듯, 다른 개발자들의 포스팅과 나의 현재 커리어를 비교하게 된다. 이것이 본인의 성장을 독려하는 촉매제가 되면 더할나위없이 좋지만, 어느 순간 번아웃이 오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최근 나의 삶이 그랬다. 누군가의 멋진 성과를 보면서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면서도, 왠지 모르는 지침이 느껴졌다. 반대로 지금 나는 잘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뭔가 잘못하고 있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몰랐던 내용들을 읽으면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공유받기 위해 사용하던 좋은 도구에서, 나의 노력과 현재를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나를 한없이 작아보이게 만드는 도구가 되어가고 있다고 느껴졌다.
요즘 다른 SNS에서는 '좋은 개발자가 되는 방법'을 모아놓은 채널도 존재한다. 필자는 그 채널을 팔로우해서 가끔 침대에 누워 하나씩 정독하는 편인데, 30대 후반으로 접어든 나는 과연 좋은 개발자로 잘 다듬어지고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다행이다 싶은 부분도 있고, 반대로 부끄러움을 넘어 등에 땀이 날 것 같은 내용들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개발자라는 직업은, 전통적으로 존재해오던 수많은 직업들과 다르게 '잘하고있다는 평가의 기준'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유명한 대기업에 들어가 높은 연봉을 받으며 관리자로 일하다가 정년에 은퇴하는 '소속된 장소'에 기준을 두는 커리어패스였다면, 개발자들은 본인의 역량과 행복을 최우선순위로 두는 것이 커리어패스의 기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충분히 좋은 곳에 소속되어 있어도 끊임없이 다른 곳을 찾아해메고, 일과 시간 외에도 본인의 성과를 만들어서 공유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결국 우리의 마음가짐이다. 비교함으로써 나를 평가하기 시작한다면, 크던 작던 누군가의 성과를 통해 나의 현재를 바라보면서 마음만 조급해질 것이다. 새로운 내용을 통해 인사이트를 얻고, 부족한 부분을 가르쳐주는 수많은 선생님들이 있다고 생각하는 여유를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