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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하 Jul 28. 2019

베를린의 어느 빵집, 초코롤을 먹으며 썼던 글

Zeit für Brot : 빵을 위한 시간

'Zeit für Brot'
: 빵을 위한 시간
Berlin, Germany



지금은 6월 3일 오전 10시 반. 이거는 어제 산 펜이다! 

같이 여행을 하고 있는 H언니도 내 추천으로 지금 내가 쓰고있는 검정 노트를 샀다.


지금 빵집 밖에는 보슬비가 쏟아지고 있다-신기한 게 우리나라처럼 비가 와도 미친 듯이 습하지는 않다. 한여름의 한국에선 끈적끈적한 피부가 에어컨 바람으로 뽀송해질 때 느껴지는 상쾌함이 참 좋았다. (물론 여기엔 에어컨 같은 건 없지만 말이다)


지금은, 아니 오늘은 언니와 각자 돌아다니다 저녁에 만나기로 했다. 혼자서 보내는 낯선 하루, 베를린의 세 번째 날이다. 에어비앤비 주인아저씨가 내게 빌려준 초록색 연필과 검정 노트를 들고 <Zeit für Brot>, '빵을 위한 시간'이라는 이름의 빵집에 왔다.


무심한 듯 포크를 빵에 툭 꽂아서 주는데 이마저도 왜인지 멋스럽게 느껴진다


예상과는 다르게 - 늦은 일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인기많은 롤빵은 내 앞에서 금세 동나서 갓 구운 롤빵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초코롤을 주문했다. 듣던 대로 무지하게 단 맛이다. 빵은 엄청나게 촉촉했고, 초콜릿은 초파리들이 꼬일만큼이나 달다.  방금 한 초파리는 초콜릿이 잔뜩 묻은 접시 끄트머리에 앉아있다 이내 죽어버렸다. 뭐든, 너무도 달콤한 건 독이 되는 법인가 봐. 초코보단 시나몬 롤이 왠지 적당히 달게 맛있을 것 같다.


빵을 굽고 있는 부엌


베를린엔 멋지고 힙한 사람들이 많다. 잘생긴 사람도 많은 것 같다. 이들이 바로 베를리너인가. 이렇게 보슬비가 내리는 일요일 아침, 카페에서 여유롭게 책을 읽고 대화를 하며 아침 겸 점심을 먹는 모습이 부럽기만 하다. 우리에게는 없는 것. 여유.


 평소 학교를 다닐 땐 나 또한 여유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하루를 보내지 않았는지? 서울캠 수업에 늦을까 봐 오전 수업이 끝나자마자 학교 한복판을 헐레벌떡 가로지르며 버스를 타고, 동아리 연습이 끝나면 얼른 집에 가고 싶은 마음에 누구보다 재빠르게 가방을 챙겼다. 나는 여유로운 삶을 좋아하면서 정작 나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바보 같다.


사실 어제 방문했던 미테 지구는 너무 사전조사를 열심히 한 탓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좋다고 추천하는 글에 너무 기대를 한 탓인지 생각보다는 무난했다. 홍대, 연남동, 해방촌 등의 조용한 골목길이 떠오르는 풍경이었다. 신기하게도 한국과 닮은 구석이 꽤나 보였다.



밖으로 나오니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펼치고 미스트 처럼 흩어지는 빗속을 걸으며 트램을 타고 베를린 현대미술관으로 향했다.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부엌 BOOUK' 에도 소개된 빵집이다. 베를린에 총 3개의 지점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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