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여행을 위한 소소한 TIPs
아련 히로시마 여행 이야기를 하면서 가장 먼저 ‘히로시마 하면 원폭’이라는 이미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히로시마 여행 이야기를 마무리하려고 해도 그 부분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아무래도 ‘히로시마’라는 공간이 갖는 특수성 때문인 것 같아요.
아련 사실 히로시마를 가기 전까지 나 또한 히로시마라고 하면 ‘원폭’이라는 한 단어만 생각이 났어요. 원폭.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니고 딱 그 한 단어밖에 모르는 상태였어요. ‘히로시마는 원폭’이라는 말 자체가 사실 아무 이미지도 없다는 걸 말해 준다고 생각해요. 그 단어가 무슨 뜻인지 모두가 다 아는 단어지만, ‘히로시마는 원폭’이라고 말할 때 원폭이 떨어지기 전과 떨어지고 난 뒤의 아비규환, 그로 인해 히로시마가 어떻게 되었는지 등을 전혀 담고 있지 않아요.
형주 그렇죠.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것 같아요.
아련 그러다 우리가 아는 일본인 친구인 마유가 히로시마에 자리를 잡게 되면서 가볼 생각을 하게 되었고, 처음 히로시마를 갔을 때 원폭돔과 평화공원을 가봤죠. 그러고 한국에 돌아왔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오히려 더 자료를 찾아보게 됐어요. 생각이 나더라고요. 원폭이 투하됐다는 말이 어떤 상황을 말하는 것이고, 그로 인해서 그곳이 어떻게 변했고, 미국과 일본이 어떤 상황이었고 등등. 나중에서야 직접 찾아보면서 일본이 전범국가이고 끔찍한 잘못들을 한 것도 분명하지만 그것과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을 투하한 것이 옳은가’, 즉, 당시 히로시마에 살던 사람들을 한순간에 죽이는 행위가 옳은가 하는 문제는 조금 다른 문제라고 생각해요. 평화공원에 가서 당시에 죽은 사람들을 위한 위령비 앞에 서는 것이 굉장한 아이러니라고 생각하는데 그 역사적 아이러니를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장소가 히로시마인 것 같아요.
형주 히로시마로 여행을 가기 전에 미리 찾아보고 가면 히로시마에서 평화공원을 찾았을 때 그 경험이 더 강렬하고 인상깊게 남을 거예요.
아련 개인적으로는 원폭에 대해서 찾아보면서 인간의 가장 잔인한 면을 볼 수 있었어요. 어마어마한 규모의 사람을 단 몇 초만에 녹여서 사라지게 만드는 방법을 실제로 시행했다는 게... 또 그 와중에 왜 하필 히로시마냐, 라고 따져보아도 인간의 전략적인 계산에서 나온 거라고 생각하면 그것도 참... 남아있는 시청각 자료들도 있으니까 한 번씩 검색해보면 좋겠어요.
형주 히로시마가 원폭 때문에 도시 전체가 완전히 사라졌다가 재건된 곳이잖아요.
아련 그 사실을 의식하면서 도시를 돌아다니다 보면 놀라운 점들이 많이 보여요. 너무나 잘 만들어진 계획도시의 면모들, 예를 들면 모든 길이 가지런하고 동네가 반듯하게 나뉘어 있어요.
형주 그때 아련이가 걸어가다가 “여기는 도시 전체가 계획도시처럼 너무 반듯하다~”라고 말해놓고 ‘아’하고 깨달았었던 적이 있죠.
아련 맞아요. 동네랑 길이 너무나 자연친화적으로 잘 꾸며져 있고 상쾌해서 돌아다닐 때는 전혀 생각을 못 하고 있다가 깜짝 놀랐어요. 그래서 히로시마는 더욱 여러 가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인 것 같아요.
형주 일단 규슈 지방이나 간사이 지방에 다른 도시를 여행할 때보다 영어나 한국어를 할 줄 아는 분들이 적었어요. 일본어를 전혀 못 하는 사람이라면 여행할 때 언어적인 면에서 조금 더 힘들 수도 있어요. 외국어 메뉴판이 없는 곳이 많아요. 그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복잡하고 큰 도시는 아니라서 전차나 버스, 역에는 외국어 안내가 잘 되어 있으니 이동하기에는 불편함이 없었어요.
형주 또 하나의 단점은 공항에서 1시간 내외로 이동해야 히로시마 시내가 나와요. 국제선 공항은 매우 작아서 면세점 쇼핑이랄 게 없어요. 공항에 가기 전에 미리 식사와 쇼핑을 다 하고 공항에 가든지, 아니면 티켓팅을 먼저 하고 국내선 터미널로 이동해야 해요. 국내선 터미널은 기념품과 특산물을 파는 곳이 잘 되어 있거든요.
아련 일본 소도시에 있는 공항들이 공통적으로 국제선 터미널보다 국내선 터미널이 훨씬 발달해 있더라고요. 히로시마 공항도 국제선 라인에서 체크인 수속하고 짐을 맡긴 다음에 국내선 쪽으로 넘어와서 쇼핑을 하고 먹을 걸 사면되죠.
형주 사실 국제선이랄 것도 없는 게, 터미널이 따로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바로 옆으로 5분 정도 걸어가면 되는 정도로 붙어있으니까 어렵진 않았어요.
아련 히로시마를 여행할 때 참고할 수 있는 TIP 중에 하나는, 히로시마로 들어가는 방법이 굉장히 다양해요. 비행기도 직항이 있지만, 기차로도, 배로도 히로시마에 들어갈 수 있어요. 우리처럼 히로시마‘만’ 보고 가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근교 소도시들과 함께 여행할 사람은 기차나 배편을 더 많이 이용하고요. 어떤 방법이 자신의 여행에 가장 좋은 방법일지 찾아보고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2018년도에 큰 홍수가 났었어요. 그때는 육로가 다 차단되어서 기차나 버스는 아예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자연재해나 기상상태를 잘 찾아보고 여행을 준비해야겠죠.
형주 혹시라도 코스트코 회원이라면 히로시마역에서 굉장히 가까운 거리에 코스트코 히로시마점이 있으니 한 번 구경해보는 것도! (하하하) 일본의 코스트코에는 어떤 상품들이 있는지 볼 수 있거든요. 공통된 것들도 있지만 일본에서만 파는 것들도 있고 양념이나 과자 같은 걸 쇼핑하기에도 좋았어요.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고요.
아련 맞아요.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죠.
형주 참고로 코스트코 입장해서 계산하기 전까지는 카드를 보여줄 일이 없었고요, 계산할 때 코스트코 카드를 보여주면 외국에서 만든 카드라는 걸 인지한 직원이 매니저를 불러서 어떤 종이를 줘요. 이름이랑 주소 같은 걸 영어로 쓰면 되는 어떤 양식인데, 그걸 작성한 뒤에 현금으로 계산을 하면 됩니다.
아련 꿀팁이네요! (하하) 아까도 언급됐었지만 주말에 코스트코 히로시마점에 가면 주차장에서 야구 경기를 볼 수 있어요! 하지만 너무 오래 있으면 주차장 관리요원들에게 쫓겨납니다. (크크)
형주 분명히 못 하게 막는 것 같은데 일본 사람들도 주차장 펜스에 매달려서 보고 있었어요. 그곳에서 마운드가 잘 보여서 투수가 던지는 모습이 훤히 보이고 타자석도 잘 보여요. 거리가 좀 있지만 시야가 좋은 꿀자리였어요.
아련 그렇게 몇 번 구경을 해보니까 일본 야구장의 분위기를 한 번 경험해보고 싶어 졌어요. 야구팬이라면 당연히 그렇겠지만, 야구를 잘 모르는 나도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형주 나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시내에 있어서 방문하기도 좋고.
아련 어릴 적 봤던 일본 야구 만화도 생각나고, 주말마다 야구장을 만석으로 메우는 사람들의 열기도 뜨거우니까요. 우리는 야알못이지만 다음에는 마유네와 함께 가보는 것도 특색 있을 것 같아요.
아련 한 가지 팁을 덧붙이자면 6월 첫째 주 주말에 히로시마에서 마츠리*가 열려요.
형주 2017년에 히로시마를 방문했을 때 6월 첫째 주 주말이었는데, 운 좋게 마츠리를 구경할 수 있었죠.
아련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보면 여름 마츠리에 다들 유카타 입고,
형주 부채 들고 그렇게 차려입고 마을 사람들이 다 나오죠.
아련 히로시마는 남쪽에 위치해서 빨리 더워지다 보니 6월 첫째 주면 조금 이른 시기인데도 여름 축제 분위기가 제대로 나더라고요. 왕복 4차선 정도 되는, 시내에서 가장 크고 번화한 도로가 축제 기간에는 차량이 통제되고 사람들로 가득 차요. 친구가 유카타를 빌려줘서 입고 그곳을 돌아다니느데 축제 분위기를 흠뻑 느낄 수 있었어요.
형주 오코노미야키 공화국 근처에 작은 광장이 있는데 축제 기간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들을 파는 곳으로 바뀌어요. 다들 유카타를 차려입고 거기에서 길거리 음식을 사 먹고 있었어요. 마츠리의 나라라고 하는 일본인데, 일본을 여행하면서 제대로 된 축제를 처음 가보는 거였어요. 그래서 더 인상 깊었죠.
아련 축제라고 하면 사람이 너무 많아서 밀려 죽을 것 같은 그런 광경이 상상되어서 걱정됐는데, 히로시마 자체가 사람들이 지나치게 많고 붐비는 곳이 아니어서 마츠리 기간에도 견딜만했어요. 사람이 많기는 많으니까 정신은 없는데, 축제의 활기가 기분 좋게 느껴지는 정도? 그래서 히로시마에 여행 갈 생각이 있는 분들에게는 6월 첫째 주 주말을 끼고 가는 것도 추천해요.
아련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 히로시마를 다시 가고 싶나요?
형주 네! 당연히.
아련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하) 그렇다면 내일 순간 이동해서 눈을 뜨면, 히로시마다! 그러면 어떤 걸 하고 싶나요?
형주 그러면 저는 쿠시가츠 오키타를 가서-
아련 하루죙일??
형주 신~나게 먹고 마실 거예요.
아련 얼....
형주 만약에 그 하루를 고를 수 있다면 사이조에서 사케 마츠리를 하는 기간이요. 그러면 아침부터 이동을 해서 오후까지 사이조에서 사케를 맛보며 즐기다가 오후에는 시내로 넘어와서 중화요릿집에서 마파두부를 먹고 쿠시가츠 오키타에 가서 술을 홀짝홀짝하면서 그곳의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면,
아련 이미 히로시마에서 해본 것들이네요. 정말 만족하셨나 봐요.
형주 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어요.
아련 나는 히로시마를 다시 간다면 미야지마를 가보고 싶어요. 내가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미련이 그곳에 다시 가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래서 히로시마를 두 번이나 갔음에도 미야지마를 가지 않고 항상 ‘다음에 가보자’고 생각했거든요. 아점을 먹고 미야지마에 가서 해지는 걸 보고 돌아와서 저녁에는 쿠시가츠 오키타에 가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어요.
형주 그렇다면 우리는 저녁이 되어야 만나겠네요.
아련 하하하하하. 시간이 된다면 중간중간에 전차를 타고 도시를 좀 돌고 싶어요.
형주 아, 맞아요.
아련 두 번 여행을 다녀오는 동안 항상 뚜벅이 여행을 해서 여러 동네를 구경해보지는 못했잖아요. 전차를 타고 조금 멀리까지 돌아보면은 또 정이 가는 동네를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형주 전차의 갬성이 또 있죠.
아련 그렇죠. 히로시마를 가로지르는 강도 있고, 그런 데를 지나다니면서 운치 있는 풍경도 감상하고 그러면 아주 좋은 하루일 것 같아요.
(다음은 7월 삿포로 여름 여행기로 돌아옵니다!)
* 정보를 찾아보니 6월에 열리는 축제는 토카산 축제, 또는 유카타 축제라고 부른단다. 히로시마에 있는 절에서 모시는 토카 다이묘진이라는 신을 위해 여름 축제를 열었는데 토카산(Tokasan)이라는 말이 일본말로 "10번째 날"이라는 말과 비슷해 말장난을 할 수 있어서 매년 6월 8-10일 즈음에 개최된다는 설명을 찾았다. 그러나 직접 히로시마에 방문했을 때는 날짜와 상관없이 6월 첫째 주 주말을 축제 기간으로 삼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축제를 여름이 시작하는 신호로 보며, 이 날부터 유카타를 입는다는 의미에서 유카타를 꺼내 입고 예쁘게 꾸미고 나와 축제를 즐기는 인파들이 많다. 히로시마 번화가에서 각종 먹거리와 행사가 열리고 북적이는 여름 축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