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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ghyun Kim Apr 01. 2018

아마존이란 마켓플레이스의 그늘, 그리고 새로운 시작

나는 인도로 간다.

그동안 아마존의 좋은 점에 대해만 쓰다보니 상대적으로 아마존이 가진 그늘에 대해선 말하지 못했다. 아마존이란 회사는 커머스를 넘어 수많은 기술적 어젠다를 먼저 선점하는 기업이 되었고,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하는 미션 때문인지 몰라도, 감동을 느끼는 전세계 소비자들의 웃음이 더 강조되는 느낌이다.


하지만 아마존의 생태계는 플랫폼 제공자인 아마존, 그리고 그 플랫폼을 이용하는 판매자, 구매자가 구성하는 생태계다. 이 생태계의 참여자 모두가 만족하고 성장하는 그림을 잘 그려온게 아마존이었다면, 현 시점에선 점점 더 판매자들이 느끼는 불합리한 점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고민해봐야 될 것 같다. 구매자들이 편리하게 느끼는 부분이 반대로는 판매자들에게 매우 불편하다는 점 3가지만 말해보고자 한다.


1) 무료 반품



아무리 반품 정책과 문화가 한국에 비해 너그러웠다 해도 아마존 미국의 반품율은 상상 그 이상이다. 난 국내의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며 반품/교환 절차가 너무 귀찮은지라 그 일을 시행한 적이 많이 없었는데, 이런 절차적인 귀찮음이 해소됨으로써 미국인들의 반품 행태는 더 심해지게 된 것 같다. 특히 구매자의 단순 변심으로 인한 반품이 당연시 이뤄짐으로써, 취향이 들어가는 제품을 구매하고 반품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졌다. 예를 들면 고객이 가방을 샀는데 내가 생각하던 디자인이 아니라서 그냥 반품. 아마존은 그걸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수거해가고, 배송비용은 판매자가 부담하게 된다. 이게 가방의 경우는 그나마 다행인데, 전자제품이나 식품같은 카테고리에서도 뻔뻔함은 나타난다.


이렇게 반품이 들어온 제품은 대부분 다시 팔 수 없는 형태로 재포장이 되어 온다. 그렇다면 아마존의 배송 창고에서 사업자의 주소로 다시 받아 재포장을 해서 보내거나, 적어도 중고상품을 다시 받아 팔 수 있어야 하는데 미국 주소와 사무실이 없는 한국의 판매자들은 이 일을 하기 쉽지 않다. 결국 그냥 손실로 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장 최악인 건, 반품이 들어온 고객과 직접적인 대화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어떤 점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 부족한게 있다면 보완할 수 있는 건 무엇인지 한 번이라도 물어볼 수 있는 기회조차 가질 수 없다. 아마존이란 강력한 플랫폼은 판매자와 구매자의 직접적인 대화를 원치 않는다. 판매자가 구매자를 플랫폼 밖으로 데려가려는 시도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다.    


※ 아마존 재팬의 경우는 미국에 비해 반품율이 현저히 낮다. 단순 변심으로 인한 반품은 아예 없는 것 같다. 정말 제품의 문제가 생겨도 이들은 바로 반품보단 판매자와의 대화를 시도한 뒤 반품을 결정한다. 만약 아마존 밖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그들이 스스로 해결하기도 한다. 이런 점은 일본 온라인 시장에 대한 매력을 더 뿜뿜하게 되는 점이다.


2)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 제품의 다양성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이젠 자동차까지 살 수 있는 서비스가 됐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그렇게 제품의 가짓수를 무분별하게 높이다보니 판매자와 제품의 신뢰성 문제가 흔들리는 점이 있다. 일단 모든 제품을 팔 수 있으려면, 수많은 판매자를 입점시켜야 하고 그 과정 안에서는 짝퉁제품, 저품질 제품들이 당연히 문제가 된다.


단순히 저렴하다고 질이 낮은 상품을 인정하는 시대는 지났다. 평균 이상의 제품 퀄리티에 최저가의 가격까지 갖춘 상품을 사고 싶어하는게 고객의 마음이다. 그런데 이렇게 무분별하게 판매자와 제품들이 올라오다 보니, 구매자들도 상품의 신뢰성에 의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가품을 신고하거나 제품의 질이 좋지 않다며 클레임을 쓰는 고객이 많아졌고, 아마존은 이런 신고가 들어온 판매자들에겐 가차 없이 계정을 정지시키고 판매를 하지 못하게 했다. 자, 그렇다면 이게 어떤 영향을 미쳤겠는가? 경쟁 판매자들이 이 부분을 악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경쟁사의 제품을 사서 가품 신고를 하고, 제품과 관련된 악성 리뷰를 남기는 등의 블랙 마케팅으로 이어진 것이다. 물론 비즈니스의 세계는 냉철하고 총성없는 전쟁임은 맞지만, 자신의 제품을 잘 판매하고 있던 판매자가 이런 경험을 몇 번 하게 되면 플랫폼 자체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된다.


좋은 제품을 필요로한 고객에게 전달해주는 과정. 이 과정에만 집중해도 모자르는게 비즈니스일텐데, 플랫폼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판매리스크를 감당하고 처리하는 것이 반가울리 없다. 플랫폼 내에는 삼성, 애플같은 거대한 제조업체도 있지만 좋은 제품을 전달하고자 하는 꿈나무 브랜드들도 많다. 이들이 아마존 판매자 간의 '막장 싸움'을 계속 경험하다보면 아마존이란 마켓플레이스에 대해 학을 떼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3)  폐쇄성


아마존이란 마켓플레이스가 가진 거대함의 이면에는 제국주의와 같은 정복욕이 담겨 있다. 거대한 자본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그 안에서만 활동하는 생태계를 만들고자 하는 것. 소비자는 더 싸게 살 수 있고, 판매자는 더 많은 고객을 만날 수 있어 좋다지만 여기서 구조적인 한계가 들어난다. 점점 팔면 팔수록 플랫폼에 종속되어 가는 것이다. 사실 이건 모든 플랫폼 비즈니스의 명과암이니 이 부분에 대한 논의는 판매자에 집중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판매자는 가장 중요한게 모객이다. 고객이 구매하려면 많은 고객이 내 상점을 방문해야 한다. 상점을 돌아보며 살 물건이 있다면 바로 구매하거나 아님 다음 번을 기약하며 명함을 가져가거나 위치를 저장해 놓거나 그래야 한다. 그런데 아마존이란 곳은 모객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상당히 한정되어 있다. 그건 바로 아마존 내에서 '키워드 광고' 또는 '디스플레이 광고'를 해야한다는 점. 물론 상품이 잘팔려 유기적인 키워드 순위로도 내 상품이 노출될 수 있지만, 꾸준한 판매량과 검색 알고리즘을 지키기 위해서는 아마존 내의 광고가 필연적이다.


물론 아마존이 수많은 고객을 플랫폼 내로 데려와주기 때문에, 이 정도 비용이 당연하게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얻어진 고객은 내 제품과 서비스를 기억하는게 아니라 아마존을 기억할 뿐이다. 특히나 미국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없는 제품을 판매하는 국내 사업자라면, 아마존에서 구입한 그저 그랬던 제품 정도로만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장사의 핵심은 모객과 단골이다. 모객할 수 있는 방법도 한정적이고 단골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더 한정적이라면 판매자는 한번 쯤은 고려해봐야 하는 거 아닐까?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쉽게 얻어진 매출은 쉽게 잃기 마련이다.


물론 아마존 바깥에서 유투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기타 커뮤니티 블로그 등을 통해서 아마존 상품페이지로 모객하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반문해본다면? '아니 그렇게 힘들게 모아서 왜 아마존에 15%의 매출수수료를 줄려고 그러십니까? 그 비싼 페이팔로 결제해도 5% 수수료인데, 나머지 10%를 다른 마케팅 비용으로 쓰시면 더 좋지 않겠습니까?' 라고 말이다.


3가지의 내용 모두 내가 아마존 미국 시장의 판매자로 입점하여 판매하며 느낀 것들을 짤막하게 정리해본 것이다. 아마존 미국에서 승승장구 하는 판매자나 브랜드도 분명 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사업은 언제나 잘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사업자들은 대부분 개인의 실력이 출중하거나 이미 브랜드 파워나 자본력을 가진 업체거나, 운이 좋거나 셋 중에 하나다.


2018년, 나는 아마존이란 플랫폼을 벗어나 좀 더 넓은 경험을 경험해보고자 한다. 전자상거래의 기본은 장사와 같다고 생각한다. 손님을 많이 모으고 온 손님을 감동시켜 단골로 만들며, 그 손님이 다른 손님을 소개해주는 선순환을 만드는 것. 이 싸이클을 돌리는데 양념으로 필요한 기술이 디지털 세계와 온라인 마케팅에 대한 이해인 것이다. 무엇이 먼저인지 잃지 않고, 그 기본을 지킨다면 이 일은 우상향하는 비즈니스가 될 수 밖에 없다.



나는 인도의 온라인 B2C 시장으로 간다. 인도인을 대상으로 여성 옷 장사를 하러 간다. 발로 뛰며 고객을 만날 거고, 그 고객들을 만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물을 것이며, 그 고객이 다른 고객을 데려올 수 있는 감동을 줄 것이다. 모쪼록 다음 글들을 통해서 인도에서의 고군분투가 좋은 소식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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