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란 용광로에 뛰어들다.
인도의 스타트업 시장은 매우 뜨겁습니다. 인도의 Jio라는 통신사가 기존 Airtel, Vodafone 등의 통신 공룡들이 과점 했던 통신 시장을 가격으로 혁명하기 시작하면서 모바일로 세상을 접하는 인도인들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PC란 환경을 뛰어넘어 모바일로 세상을 접하며 무섭게 커버린 중국 시장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이 모바일 혁명의 중심엔 수많은 기회가 자라나고 있고 그 과정에서 플립카트(인도 최대의 전자상거래 회사), 아마존인도(현재 인도에 5조원 투자), Paytm(가입자만 2억명이 넘는 인도 최대의 간편결제 사업자) 같은 회사들이 무섭게 경쟁사나 유사 서비스들을 인수, 합병 하고 있습니다.
2017년 기준으로 인도의 전자상거래 규모는 전체 22조원이라고 합니다. 거래액 규모로는 아직 경제규모에 비해 한참 부족합니다. 2017년 기준으로 한국이 44조원, 미국이 410조원, 중국이 510조원 입니다. Paytm이라는 간편결제사업자를 통해 오프라인의 구매는 대단한 혁신을 보이고 있지만, 온라인 상의 전자결제는 매우 부족한 상황입니다. 은행 계좌가 없거나 신용카드가 없는 구매자들이 전체 인구의 85% 가량이고 따라서 COD(Cash On Delivery)가 전자상거래의 8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번에 어떤 식으로 결제와 배송이 이뤄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아마존을 통해 구매를 해봤는데 정말 불편했습니다. 배송 시 수취인이 사인을 해야하는 불편함 때문에 배달이 미뤄지거나 다시 반품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습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는 인도 정부의 행정 시스템 보완을 통해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화폐 개혁, 신분 증명 전산 시스템 마련, 부가세 제도 개편 등을 통해서 많은 경제의 음지에 숨어있던 부분들이 양지로 옮겨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이 전자상거래의 폭발적인 성장에서 회사와 브랜드들은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할까? 고민해보게 됩니다. 가뜩이나 가격에 극도로 민감한 인도소비자를 대상으로 어떤 식의 전략을 펼쳐야 할까? 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면 전자상거래의 폭발적인 성장에도 그저 눈 옆 경쟁자들의 성공자만 바라봐야될 겁니다. 이 거대한 온라인 환경은 승자 독식이 정말 강합니다.
제 부족한 전자상거래 경험으로 볼 때 극강의 원가 경쟁력은 기본인 것 같습니다. 이제는 가성비라는 소비자의 의식 자체도 거의 없어진 것 같습니다. 싸면서 좋은 제품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기존 사업자들이 가지고 있었던 마진 구조를 후발 주자의 혁신 회사들이 무차별적으로 없애버렸고, 그 과정에서 샤오미같은 엄청난 제조업체가 나올 수 있었다고 봅니다. 처음엔 모두 가성비 좋은 걸로 산다 여겼던 샤오미는 현재 인도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삼성이 저가형 스마트폰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가 싶더니 샤오미가 그 시장에 프리미엄 성격을 더하여 품절 대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저마진의 전자상거래로 커나간 브랜드. 이 브랜드는 오프라인 구매 경험으로 소비자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습니다. 전자상거래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하고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여 오프라인 매장으로 연결시키는 것. 이 순환 구조를 무한정 돌릴 수 있는 브랜드만이 이 거대한 전자상거래 전쟁에서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인도는 넥스트 차이나가 될 수 있지만, 중국과 다른 체제를 유지하고 있기에 중국, 미국 같은 대국들과 일대일로 그 성장세를 비교해볼 순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미 거대 유통 공룡들은 인도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아마존이 현재까지 인도 시장에 5조원 가량을 투자했고, 얼마전 월마트에서도 플립카트의 주식 60% 가량을 13조원에 인수하는 소식을 발표했는데 이들은 무얼 보는걸까요?
뉴델리, 뭄바이 같은 기존 거대 도시와 다르게 제가 있는 뱅갈로르는 무섭게 새로운 건물들이 지어지고 있습니다.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만큼 세계의 IT대기업들은 이미 들어와 있었고 도로는 항상 공사중이고 항상 차로 가득한 상황입니다. 중국의 변화를 몸소 체험하지 못했던 저는, 이 곳 인도의 변화가 과거 중국의 변화와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렇다면 5년 뒤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생각해보면 이 곳에선 무엇이든 시작해서 일궈놔야 겠다는 확신이 듭니다. 아직까지 글로벌 투자 자본과 소수 인도 엘리트들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점점 인도 젊은이에게도 퍼져가고 있고, 거대한 성공을 이룬 몇몇 젊은이들이 나타나면 이 곳은 꿈을 쫓는 젊은이들이 넘쳐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다 인도까지 오게 됐을까요? 인도는 분명 Comfort zone은 아닙니다. 아마 인도의 길거리를 경험해 본 외국인들이라면 정말 진을 다 뺄 정도로 혼란이 익숙한 곳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하나만큼은 분명합니다. Comfort Zone에선 아무것도 자라나지 않습니다. 저희는 어쩌다 인도를 찾게 된 것, 이 곳에서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에 대해 정말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금 뿌려놓은 씨가 저도 상상할 수 없는 나무가 될 수 있을 가능성을 그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