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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ghyun Kim Aug 19. 2019

Growth in India

인도인이 사랑하는 제품과 브랜드를 만들자. 

인도 시장으로의 그럴싸한 출사표를 던지고 어느덧 1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그 기간 동안 업데이트가 없어 행여나 이 도전은 망하지 않았나 생각하셨을 분들을 위해 전보를 날려본다.   


1) 우리는 왜 인도를 선택했는가?  

 

 제로투원의 저자, 페이스북의 초기 투자자 피터틸은 ‘경쟁이 없는 곳에서 경쟁하라.’라는 이야기를 줄곧 한다. 국내 온라인 시장도 힘들지만 아마존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시장은 과연 경쟁이 덜할까? 아마존 미국의 경우 초기 사업자가 성공적인 론칭과 생존을 이어나갈 확률은 극히 드물다고 보면 된다. 아마존 미국 시장은 중국의 공장, 거대 자본 셀러, 미국의 개인사업자, 미국의 중소형 브랜드, 글로벌 소비재 브랜드들이 각축전을 펼치는 거대한 전쟁터라고 보면 된다. 세계에서 가장 거대하고 피 터지는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인 것이다.   

 

 그래서 눈을 돌려보기로 했다. 한국에서 아마존을 통해 판매를 잘하는 회사들, 대형 셀러들을 몇 분 알았지만 인도에서 판매를 잘하고 있는 회사는 ‘슈피겐’ 밖에 없었다. 아무도 못하고 있지만 누군가는 하고 있고 그 누군가가 슈피겐이었고, 왠지 기회의 냄새가 풍겼다.   


 인도에 도착해 우리가 필요한 다양한 제품들을 아마존 인도를 통해 구입해봤다. 구겨진 박스, 이상한 재생 용지로 만들어진 박스, 촌스러운 디자인. 그때 확신했다. 여기서는 반보만 앞서가도 충분히 차별성을 띌 수 있음을.  팔란티어, 페이스북, 구글 같이 거대한 회사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우리에겐 인도의 온라인 시장, 그중에서도 아마존의 사업자들을 보면서 느꼈던 생각이 그랬다. 적어도 한국, 중국, 미국의 수많은 글로벌셀러가 없는 것만으로도 이 곳은 우리가 싸워 볼만하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시장이란 것을 말이다. 


2)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우버(Uber)와 스위기(Swiggy), 조마토(Zomato), 그리고 벵갈포니아(Bengalfonia)


공동창업자들 간의 하는 장난스러운 농담 하나가 있다. 우버가 우리 사업의 지분 30%는 가지고 있다고. 인도에선 길거리에서 가까운 거리를 가기 위해 릭샤를 잡기 위해서도 매번 흥정을 해야 한다. 흥정을 해도 항상 바가지를 쓴다. 그런 불쾌한 기분이 부정적인 생각을 만들고, 인도란 시장에 대해 정을 못 붙이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버를 통해 흥정, 불확실성이란 리스크를 없앨 수 있었다. 벵갈루루 공항에 도착해 우리 숙소를 찍고 OTP를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카드로 자동 결제하니 잔돈이 없어 거스름돈을 주지 못한다는 핑계를 듣지 않아도 된다. 


스위기와 조마토는 우리의 먹는 걱정을 해결해줬다. 인도에선 식사가 꽤 어렵다. 외식? 길 주변에 여러 곳의 식당이 있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과 소음으로 체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인도 패치가 된 우리도 이렇다) 깨끗하고 좋은 레스토랑들이 있지만 이동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별로다. 우리는 두 서비스를 통해 사무실에 앉아 몇 번의 터치로 모든 걸 주문해서 먹었고 식사에 대한 고민을 덜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날씨. 우리의 사무실이 위치한 벵갈루루는 캘리포니아 같은 기후를 가지고 있다. 인도의 실리콘벨리라 불리는 이 지역은 창업 환경뿐만 아니라 기후적으로 매우 유사하다 할 수 있다. 델리나 뭄바이 등에 가보신 분들은 알 것이다. 그곳들은 엄청난 더위와 습도, 거기다 미세먼지까지, 기후적으로 스트레스가 많다. 그러나 벵갈루루는 1년 내내 맑고 4계절 모두 선선하며 시원한 날씨를 유지한다. 나는 그래서 이곳을 벵갈포니아(Bengaluru + California)라고 말한다. 


이렇게 사업 외에 다른 환경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좋은 요건을 맞출 수 있게 됐다.


3) 인도, 생각보다 사업하기 좋은 환경 


외국에서 사업하기 가장 어려운 점 하나는 바로 행정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정부 투명성이나 행정 편의성 등에서 악명을 떨쳐 왔던 인도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오히려 유럽의 선진국 같은 곳에 비해 행정 절차가 더 가볍다는 느낌이다. 외국인 투자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강력히 기반이 된 상황이라고 느낀다. 거기다 모든 행정문서가 영어로 되어있으니 외국 사업자로서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추가 언어 습득이나 통역 관련 인력 없이 우리만의 호흡으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점 말이다. 거기다 한국의 행정 속도를 생각해보면, '정말 행복한 나라에서 살았구나.’라는 감사함도 느끼게 된다.  


한국의 창업 환경, 창업가들은 훌륭하다. 스타트업이란 개념에 속해 소개되지 않은 다양한 사업가들 역시 대단히 훌륭하다. 우리가 인도를 선택한 이유의 일정 부분도 여기에 있었다. 너무 훌륭한 사람과 사업들이 촘촘히 엮어 있으니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었다.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국 등 거대 시장에서 이미 사업적인 성과를 보이는 훌륭한 한국 스타트업들이 있다. 단연컨대, 시장의 기회와 냄새라는 것은 정말 나와야지만 알 수 있다. 우리는 더 많은 한국 회사와 창업가들이 인도를 찾아주길 바라고 있다. 


4) 인도 뽕을 벗어나기, 그리고 다시 기본을 되새기기


'중국에다 이쑤시개만 팔아도 13억 개를 팔 수 있다.’라는 인구통계학적 접근은 이제 이야기조차 나오지 않는다. 인도도 마찬가지다. 인도의 인구가 곧 중국을 추월할 것이라 하지만, 인도의 13억 인구만 바라보고 인도 시장을 접근하는 것은 바보 같은 접근이다. 


우리는 인도 시장에서 우리의 제품으로 월 매출 1억을 넘었다. 이 경험을 통해 인도인들의 ‘구매력’에 대한 일정 부분의 검증은 거쳤다 생각한다. ‘품질 있는 제품/서비스를 온라인을 통해 광고하고, 높은 가격대를 설득할 수 있다.’라는 경험을 직접 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 기아차, 삼성, LG 등이 고가의 가격으로 인도 프리미엄 시장을 침투하고 있다는 뉴스 기사가 아니라 직접 그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다시 인도를 바라본다.  


'품질, 가격, 디자인, 마케팅, 고객 서비스’ 이 5가지에서 계속된 즐거움을 주고 있는가? 우리는 이 기본에 충실하고 있는가? 이 즐거움을 계속 줄 수 있다면 브랜드로써의 성장은 당연히 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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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인도에 온 지 1년이 넘었다. 인도에서 현대차가 마루티 스즈키에 이어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하는 모습, 기아차의 셀토스가 인도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뉴스, 삼성과 LG가 인도인의 브랜드 파워 1,3위에 올랐다는 뉴스 등 1990년대 인도를 넘어와 이 곳에서 혈혈단신 시장을 개척하던 주재원 분들의 피나는 노력에 비하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도인이 사랑할 수 있는 제품과 브랜드를 만드는 것. 우리도 꼭 그런 회사가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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