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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Jan 09. 2022

나와 재회

해가 바뀌고서야 드디어 다시 보는 "글쓰기" 화면이 너무나도 반갑다. 두 달쯤 전부터 핸드폰, 컴퓨터, 아이패드 등 나의 모든 기기에서 브런치에 로그인을 할 수가 없는데 그 이유는 아직도 모른다. 업무를 이유로 컴퓨터에서 카카오톡을 거의 매일 사용하기 때문에 계정과 비밀번호는 눈을 감아도 손가락이 기억할 정도인데, 어느 날인가부터 브런치에만 로그인이 안 되는 거다. 비밀번호가 틀렸다는데, 같은 비밀번호로 카카오톡은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일관성 없는 문제라니!


처음엔 브런치 앱이나 홈페이지에 문제가 있는 줄 알고 마냥 기다렸는데, 기다려도 계속 해결이 되지 않아서 결국엔 고객센터에 이메일을 보냈다. 내 로그인 상황을 재현해서 알아보려 하니 상세한 정보를 달란다. 그래서 며칠 내내 이 컴퓨터 저 컴퓨터에서 계속 로그인 실패하는 동영상을 찍고, 사진도 찍고. 이게 뭔 난리인지. 혹시나 하며 로그인을 시도하고, 오류 메시지를 보는 횟수가 늘어감에 따라 짜증이 치솟았으며 크리스마스 즈음해서는 이 컴퓨터를 책상에서 던져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때 컴퓨터를 부숴버리지 않는 나의 인내심 덕분에 오늘 이 컴퓨터에서 글을 쓰게 됐으니 어쨌든 다행이다.


이제 이메일을 확인하면 고객센터에서 온 이메일이 마치 친한 친구에게 온 이메일처럼 잔뜩 쌓여있다. 그래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며칠 전 VPN을 써서 한국 IP를 써서 시도해봤다. 어느 날 뜬금없이 든 생각이었는데, 역시나 유레카의 순간은 기대하지 않았을 때 찾아오는 법이다. VPN을 쓰면 한국에서 로그인 가능. 아니, 잠깐. 한국에선 문제없이 로그인이 되자 뭔가 찜찜한 느낌이다. 뭐지? 왜지? 홍콩에서 로그인이 안 되는 이유는? 내가 쓴 글 중에 문제가 되는 글이 있었나? 여기가 홍콩이니까, 불특정 다수에게 광고 이메일이라도 보낼까 봐 걱정해서(?!) 내 IP가 블랙리스트 따위에 올라갈 수도 있나? 여전히 이유는 모르고, 나는 VPN 없이는 브런치에 로그인을 할 수 없다. 고객센터에서 온 마지막 이메일엔, 해외에서 발생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이며 지금은 문제없이 사용 가능한 것 같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일시적 현상이라면서 왜 나는 아직 로그인이 안 되는 겁니까!


정상적이지 않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갑갑한 마음에 또 다른 불편한 마음이 내려앉았다. 유령이 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브런치 안에 있는 것이 내 육체라면 로그인 못하고 쩔쩔매는 나는 부유하는 영혼. 어찌 보면 가상과 현실의 내가 뒤바뀐 것 같지만 말이다. 온라인 상에 존재하는 것은 내 페이지, 내 글인데, 난 내 페이지와 그동안 쓴 글에 접근조차 할 수 없게 현실과 가상의 내가 분리되어 버렸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기간, 연말 기간 동안은 브런치에서 다른 이의 글을 읽지도 않고, 내 글을 쓰지도 않고, 브런치에서 그렇게 사라져 글과도 멀어졌다. 그런데 다시 브런치의 나와 재회하고 맞은 "글쓰기" 화면에 두근거리는 걸 보니, 글을 쓰고 싶기는 했나 보다. 임시방편일지는 모르겠지만 새해가 되면서 다시 만난 나, 너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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