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나를 마주하는 시간
친구가 물었다.
"왜 새벽 1시에 글을 써요? 안 피곤해요?"
안 피곤할 리가 없지 않은가. 나도 사람인데. 게다가 나는 하루에 10시간씩 자기도 했던 사람이다. 호텔 방문이 부서져라 두드려도 못 듣고 쿨쿨 자던 잠꾸러기가 새벽 1시에 깨어 있다니. 친구가 보기에도 신기할 수밖에. 하지만 이유는 간단하다.
"시간이 그때밖에 없으니까요."
2019년생, 2020년생 아기 둘과 함께 하는 생활은 오롯이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앗아갔다. 내가 선택해서 시작된 엄마라는 생활이기에 육아를 핑계 삼으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시간이 없다는 것이 사실일 뿐. 홍콩 삶의 가장 큰 장점인 헬퍼 - 그 아름답고 감사한 존재 - 가 우리 가족과 함께하는 덕분에 수월하기는 하나 나는 모든 것을 그녀에게 맡기지 않는다. 처음부터 그랬다. 아기의 음식 준비도, 먹이는 것도, 목욕도, 함께 놀아주는 것도, 잠을 재우는 것도. 많은 부분을 헬퍼에게 맡기면 낮에 몇 시간 씩 작업이 가능하겠지만, 왠지 그러기는 싫다. 이것도 내 욕심이겠지. 그렇다. 난 원래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에너지가 넘치는 아기 둘을 먹이고 놀아주고 하다 보면 어느새 재울 시간이다. 우리는 안방 바닥 전체를 매트리스로 덮고 거기서 네 식구가 함께 잔다. 남편이 퇴근하기 전, 내가 아기 둘을 데리고 재우러 들어가면 그야말로 컴컴한 놀이터다. 첫째는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둘째는 그런 첫째 근처에 가서 까르르 거리며 박수를 친다. 그렇게 마지막 에너지 한 방울까지도 불태우고 고요히 잠드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한 시간 남짓. 그렇게 재우면서 피곤에 쩔은 나도 스르르 잠에 빠져든다. 그리고 다시 깨는 시간은 12시 반~ 1시 사이. 왜인지는 모르겠다. 야행성으로 오래 살아온 내 몸이 이른 밤잠을 거부하기라도 하는 걸까. 이유야 어찌 됐든, 그렇게 다시 깨면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무더위 때문에 24시간 열심히 돌아가는 에어컨의 웅웅 소리 말고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내 귀에 물이라도 들어가 먹먹해진 것이 아닐까 착각하게 만드는 이 밤. 잠시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잊고 공상에 날개를 달아주기도 하고, 무작정 떠오르는 단어에 살을 붙여보기도 한다. 엄마인 나를 잊고, 부인인 나를 잊고, 그저 한 사람의 나. 이렇게 오롯이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 참 소중하다. 그렇기에, 오늘도 나는 새벽 1시에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