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쓰는 글은 돈이 되니?
안되지요... 아직은?
글을 쓴다고 하면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그렇게 글 써서 얼마 벌어? 전업이 돼?"
글쎄. 인세로 두고두고 먹고사는 것은 누구에게나 꿈같은 생활 아닐까. 모셔가고 싶어 하는 곳이 줄 서있고,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 글을 준다? 그것도 엄청난 고료를 받고?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어쩌면 글 쓰는 수많은 사람들의 현실과도 거리가 멀겠지. 피아노 친다고 누구나 유명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듯. 이미 단행본 출간을 한 친구들 몇몇은 종종 이렇게 이야기한다.
“밥값 정도는 돼...”
단행본을 출간한 적은 없지만, 나름 ‘문학’이라는 것을 한다며 글을 썼다. 그걸 이리저리 재고 다듬어 합평을 했고, 퇴고를 거친 글은 문예지나 웹진, 잡지 등으로 나갔다. 고료? 적다. 그래도 나는 글 쓰는 행위가 즐겁고, 내 글을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감사하다.
“원래 예술은 가난 속에서 피어나는 거야.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뒤로하고 광인처럼 골방에 틀어박힌 채,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 무언가를 글이라는 모양으로 빚어내는 순간이 오면 그때 난 예술을 이해하게 되겠지."
그림을 그리는 엄마에게도. 잘 팔리지 않아도 계속 그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좋아하는 것이 꼭 금전적인 결과를 가져와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돈을 최종 목표로 놓고 작업을 하게 되면, 그게 어떻게 예술과 결이 같을 수가 있냐고 덧붙이며. 어쩌면 예술은 한 차원 높다는 생각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작품을 금전적인 가치로 평가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다. 그런데 요 근래에는 상업성을 추구하며 글을 쓰는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점점 생각이 바뀌고 있다. (매달 월급 들어오던 직업 3이 위기에 처해서 그러나 보다.)
순수문학이라고 해서 돈과 관련이 없는가... 하면 딱히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문학 단체나 문예지는 많고, 등단을 통해 정식 작가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다. 돈을 받고 등단을 시켜주는 "장사"를 하는 단체들이 있다는 요지의 글은 잊을 만하면 한번씩 나오니 아마 다들 읽어봤을 듯 싶다. 나와 함께 등단한 친구가 예전에 자신의 블로그에 문학계, 등단, 등단 장사, 등단비 등에 관한 이야기를 쓴 적이 있었는데, 그녀의 블로그엔 분노에 찬 어떤 등단 시인의 댓글이 달렸었다. "영업방해"로 고소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문학 단체가 언제부터 "영업"을 하는 곳이었는지 의문이지만 말이다.
나는 등단비가 없는 곳에서 등단을 했는데(이 또한 풀자면 이야기가 길다.) 등단했다고 끝이 아니었다. 문학 단체에서 하는 이런저런 행사에 참여하거나 작가협회 회원비, 문예지 구독비(여러 가지 문예지를 구독했지만 사실 다 읽을 시간도 없었다.) 등. 이래 저래 지출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 그런데 원고료 받는 것은 수입으로 여길만한 수준은 되지 못했다. 물론 같은 협회 회원이라도 중견 작가들의 사정은 나와 당연히 다를 것이다. 어쨌든 순수문학하면서 돈 벌기가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반대로 장르문학은 요즘 웹 플랫폼을 통해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다 보니 젊은 작가들 중에 등단을 하고도 장르문학으로 방향을 바꾸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주변에서 그렇게 이야기할 때마다 내 귀는 무한정 팔랑거린다.
온라인 플랫폼에 매일 새로 올라오는 소설이 10000 에피소드가 넘는다는데, 그 안에 숨은 내 글을 읽을 독자를 만나는 것은 행운이 따라야 할 일일 테다. 이제야 시작이지만, 그동안 쓰던 글과는 다른 형식의 글을 쓰는 것이 조금은 떨린다. 글을 쓰는 목적의 끝이 돈은 아니지만, 누군가 내게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
"회사 다니는 것처럼, 먹고 살만큼은 벌어요."라고 대답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욕심이 너무 많은 것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