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반도체는 어떻게 움직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가 “타임머신이 발명된다면 가장 가보고 싶은 과거”라고 말했던 순간은 언제일까요?
바로 현대 정보통신 혁명을 가져온 주인공인 트랜지스터를 개발한 1947년 12월 크리스마스 이브의 벨연구소 실험실입니다.
트랜지스터는 벨연구소 실험실에서 벨랩 3총사로 불리는 윌리엄 쇼클리, 월터 브래튼, 존 바딘 세사람에 의해 처음 발명되었습니다.그리고 그 공로로 1956년 세사람은 노벨물리학상을 수여합니다.
아시다시피 벨 연구소는 최초로 통화서비스를 시작한 곳인데요. 처음에는 여성 교환원을 두고 통화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인건비가 오르자 자동식 교환기를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자동식 교환기의 주요 부품인 진공관의 고장이 잦고, 통화량이 점점 많아져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해 트랜지스터를 만드는 데 성공하게 됩니다.
트랜지스터 발명 이전의 전자기기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의 첫 번째 조상은 1946년에 개발된 ‘에니악(ENIAC)’입니다.
에니악은 1만 8천 개가 넘는 진공관을 사용해 작동됐습니다. 진공관은 부피가 큰 부품이었기 때문에 에니악의 크기는 길이 25미터, 폭 1미터, 높이 2.5미터였으며, 무게만 무려 30톤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트랜지스터 개발로 전자 부품 소형화 시대가 열렸고, 전자 기기는 현재 사용하는 컴퓨터, 노트북, 스마트폰 등의 크기로 획기적인 몸집 줄이기가 가능해졌습니다.
트랜지스터는 진공관의 1/220의 작은 크기를 가지고 있죠. 만약 트랜지스터가 발명되지 않았다면 지금의 스마트폰 같은 소형 전자 제품은 만나보지도 못했을 겁니다.
진공관은 필라멘트를 달구어 전자를 빼내는 구조라, 전력을 많이 소모하게 되는데요. 그러나 트랜지스터의 수명은 반영구적이며 예열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럼 전자 혁명의 시초가 된 트랜지스터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트랜지스터는 p형 반도체 두 개와 그 사이에 n형 반도체를 끼워 만든 ‘pnp형 트랜지스터’와 반대로 n형 반도체 두 개와 그 사이에 p형 반도체를 끼워 넣은 ‘npn형 트랜지스터’가 있습니다.
사이에 낀 반도체는 매우 얇게 만드는데 수 ㎛(마이크로미터)에서 수 nm(나노미터)의 두께로 만듭니다. 사람의 머리카락 굵기가 50~100 ㎛이니 사이에 끼워 넣는 반도체의 굵기는 매우 얇은 것입니다.
먼저 트랜지스터의 각 부분의 명칭과 작동 원리를 ‘pnp형 트랜지스터’를 통해 살펴봅시다.
그림 왼쪽의 p형 반도체에는 양공(positive hole, 정공)이 있으며 가운데 낀 n형 반도체에는 남는 전자가 있습니다. 왼쪽 회로의 p-n 접합부에 순방향 전압 V1을 걸어주면 p형 반도체에 있는 양공은 밀려나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n형 반도체에 있는 전자는 왼쪽으로 이동하여 양공과 전자가 접합면으로 움직입니다. 그렇게 되면 왼쪽 회로에는 전류가 흐르게되겠지요.
그런데 n형 반도체가 매우 얇다 보니 양공과 결합할 전자가 턱없이 부족하게 됩니다. 이때 오른쪽 회로의 n-p 접합부에 역방향 전압 V2를 걸어주어 남아도는 양공이 오른쪽으로 건너와 역방향 전압 V2의 (-) 단자에서 공급되는 전자와 결합하여 더 큰 전류가 흐르게 됩니다. 이때 왼쪽 p형 반도체는 양공을 방출하므로 방출한다는 뜻의 이미터(Emitter)라고 부르고, n형 반도체를 건너간 양공을 수집하는 오른쪽 p형 반도체를 수집한다는 뜻의 컬렉터(Collector), 사이에 낀 n형 반도체를 베이스(Base)라고 합니다.
이번에는 npn형 트랜지스터의 작동 원리를 봅시다.
pnp형의 작동 원리를 이해했다면 npn형도 금방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미터에서 양공을 방출하는 pnp형과는 달리 npn형은 전자가 방출됩니다. 이 전자들은 베이스의 양공과 접합면에서 결합하여 전류가 흐르게 됩니다. 하지만 p형 반도체가 매우 얇아 양공과 결합하지 못한 남아도는 전자들이 컬렉터 쪽으로 넘어가게 되고 컬렉터 쪽에는 베이스 쪽보다 더 큰 전류가 흐르게 됩니다.
이미터에 흐르는 전류를 ‘IE’, 베이스 전류를 ‘IB’, 컬렉터 전류를 ‘IC’라고 하면 이들의 관계는
IE = IB + I C 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트랜지스터의 베이스는 매우 얇아서 pnp형이든 npn형이든 베이스에 흐르는 전류는 약한 전류가 흐르게 됩니다. 이에 비해 컬렉터에 흐르는 전류는 베이스 전류보다 매우 센 전류가 흐르게 되는데 컬렉터 전류 IC는 베이스 전류 IB에 비례하는 성질이 있어서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IC = β * IB . 이때 β 를 전류 증폭률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β =100 이라고 하면, β =IC / IB이므로 베이스 전류가 1mA 이면 컬렉터 전류는 100mA이지만, 베이스 전류가 2mA 이면 컬렉터 전류는 200mA가 됩니다.
베이스 전류가 1mA만큼 증가할 때 컬렉터 전류는 무려 100mA나 증가합니다.
이처럼 베이스의 작은 전류 변화가 컬렉터에는 큰 변화로 나타나는 것을 증폭 작용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원리로 만든 대표적인 기기가 앰프입니다. 마이크가 음성 신호를 전기 신호로 바꿔주면 이 신호는 앰프를 거쳐 크게 증폭되는데, 앰프 안에 이런 트랜지스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증폭된 전기 신호는 스피커를 빠져나올 때 다시 음성 신호로 바뀌게 되어 우리 귀에 들리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