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을 본 후 잠시 숙소로 복귀해 간단히 샌드위치와 시리얼 등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다시 서둘러 나왔다. 오늘은 숙소에서 거리가 좀 떨어진 곳까지 서둘러 가기로 한 곳이 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울룰루 바위만을 생각하지만, 이곳에 오면 울룰루만큼이나 거대한 또 하나의 랜드마크가 있다.
바로 카타추타!
카타추타는 울룰루에서 45km 떨어져 있는 서른여섯 개의 바위로 이뤄진 산이다. 이곳 또한 자연적인 가치뿐 아니라 원주민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가치를 인정받아 1987년 유네스코의 복합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해가 올라오기 무섭게 기온이 솟구친다. 정오쯤 되면 이미 외부 활동이 쉽지 않을 만큼 기온이 오르는데 카타추타와 울룰루는 기온이 38도 이상 오르면 트레킹이 금지되기 때문에 기상 예보부터 확인해야 한다. 오늘 낮 최고 기온이 37도이고, 오전엔 28도 인걸 보니 카타추타 바람의 계곡을 둘러보기엔 문제가 없어 보인다.
호주는 우리나라와 정반대의 계절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여름인 6~8월은 호주의 겨울에 해당하지만, 선선한 기후로 여행하기에 적합하다. 이 때문에 울룰루의 사막여행도 성수기에 속한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 겨울에 해당하는 12~2월은 호주의 여름으로 내륙인 울룰루는 현실적으로 여행하기에 너무 덥다고 한다. 우리는 11월 중순에 여행하는 거라 '초여름'에 해당하는데 여행 정보에 따르면 초여름 날이 더워지면서부터 피를 빨아 먹는 파리와 날벌레가 극성이므로 일명' 망사 모자', '벌집 모자'를 꼭 챙겨야 한다고 했다. 발 빠른 정보를 입수해 출국 전 집 근처 생활마트에 들러 4,500원씩 주고 모자 4개를 구매했다. 울룰루에 도착하니 기념품 가게에서도 망사 모자를 판매하고 있는데 모자 한 개에 20불 정도 하는 걸 보니 한국에서 미리 준비해 오길 참 잘했다. 숙소를 나오면서 모자를 챙기고 텀블러도 있지 않았다. 사막 트레킹엔 꾸준한 수분 섭취가 필수이다. 하지만 화장실이 없기 때문에 많이 마시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탈수가 나지 않을 정도로만 조금씩 목을 축이는 게 적당하다.
카타추타 바람의 계곡 입구 주차장에 들어서니 어제 천둥번개와 함께 비가 내려 군데군데 웅덩이가 파이고 침수가 되어 있다. 사막이라고 비가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그건 오산이다. 울룰루 사막에도 아이슬란드에서 본 것처럼 아주 낮은 들꽃과 나무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간간이 내리는 비의 영향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신의 땅과 같은 이곳에서 이 정도의 불편함 정도는 그냥 지나칠 수 있어야 한다. 웅덩이에 고인 물들은 곧 뜨거운 태양에 다시 증발하고 위태롭게 생명을 이어 나가고 있는 사막의 풀과 나무들에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일 수도 있다. 굳이 인간의 힘과 기술을 이용해 이곳을 편리한 도로나 시설로 포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타추타로 가는 길에 카타추타-마운트 올가(Kata Tjuts-Mount Olga) 전망대가 있다.
규모가 엄청난 암석을 멀리서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이다. 그냥 지나치고 싶을 정도로 뜨거워지고 있는 날씨지만 아빠 가이드는 절대 그냥 지나칠 리 없지. 주위에 건물도 없고 사막 식물들이 가득한 넓은 평지는 거리감을 느끼기 힘들다. 전망대로 걸어 올라가는 길엔 꽤 큰 흙더미들이 눈에 띈다.
개미집이다. 흰개미 집인지는 알 수 없지만 호주 다윈에 가면 30m 높이의 개미집을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이게 바로 그 개미집의 초기 모양이 아닐까? 사막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종류의 나무들과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사막에 살고 있는 새들과 곤충들을 철망 없이 자연 그대로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곳곳엔 자연적인 발화로 인해 검게 타버린 나무들도 보인다. 전망대를 내려오는데 국립공원 직원분으로 보이는 분들이 응급 전화박스(emergency telephone box)를 점검하고 계셨다. 이런 사막에선 조난 구조를 위한 시설은 필수다. 응급 환자가 생길 수도 있고 야생 동물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
카타추타는 원주민 아보리진의 언어로 ‘많은 머리’라는 뜻을 갖고 있다. 하나의 단일 바위로 이루어진 울룰루와는 다르게 36개의 바위로 이루어진 큰 조각 작품과도 같다. 이곳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의 배경지로도 유명하다.
해발고도 1,069m로 울룰루와 함께 6억 년 전 지각 변동과 함께 침식 작용에 의해 생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붉은 흙의 성분도 아주 똑같다는데 이들은 본래 한 덩어리였을까?
카타추타에는 두 개의 트레킹 코스가 있다.
- Valley of the winds walk ( 7.4km: 3-4 hrs)
- Walpa Gorge Walk ( 2.6km: 1 hr )
두 가지 중 우리는 바람의 계곡을 둘러보기로 했다. 전망 포인트가 두 군데 있는데 아쉽지만, 체력과 컨디션을 생각해 첫 번째 Karu look out 포린트까지만 갔다. (왕복 1시간 소요) 우리들에겐 이것도 꽤 힘든 길이었다. 뜨겁게 올라가는 기온도 이유였지만 한없이 달려드는 파리 떼가 문제였다. 물론, 한국에서부터 공수해 간 망사 모자를 썼다. 하지만 옷 속을 뚫고 달려드는 이놈들. 사람의 각질과 피를 빨아먹는다는데 정말 옷을 뚫고 달려들 정도라 아이들의 팔과 다리가 많이 물려 피부 발진이 난 것처럼 울긋불긋 간지럽다고 난리다.
파리와의 사투를 벌이면서도 더운 기온에 헥헥거리면서도 우리의 눈은 그야말로 휘둥그레졌다.
사방으로 솟아있는 거대한 바위사이로 이따금씩 불어오는 바람과 그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 아이들이 목소리를 높여 말을 하면 메아리가 울려 퍼졌다.
그 메아리 넘어 저 거대한 바위틈에 누군가 살고 있는 거 같았다. 원주민들은 이곳을 신성한 곳으로 여겨서 등반을 하거나 함부로 오르지 않고 새벽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고 했다.
이 거대한 바위틈에 아이들이 "아~" 하고 소리를 보냈는데 바위가 대답하는 듯 했다.
순간 우리가 너무 작은 존재임이 느껴져 소름이 돋고 뭔가 으스스하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우리는 무엇일까?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려환이 담임선생님이 결혼을 하셨는데 여행중이라 결혼식 참석을 못해 아쉬워하는 아들에게 축하 메세지를 보내자고 했다. 엄청난 메아리가 울려 한국까지 울려퍼지도록,,
"너희들이 선생님이 행복하시길 카타추타 메아리 신에게 빌어 보자~"
"선~생~님~ 결혼~ 축축 하하 해해 요오오~~~~~~~"
"해~엥~복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