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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룰루의 일출

by 왕드레킴


지각이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기 위해 어젯밤 만반의 준비를 하고 4:30 AM에 알람을 설정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멜버른에서 울룰루까지 기온 차가 큰 곳으로 이동하고 번개 파워 일몰에 쏟아지는 별구경까지 나름 피곤했는지 새벽에 일어나기엔 몸이 천근만근이다. 무척추동물처럼 축 처진 아이들을 겨우 일으켜 깨우고 난 요가복으로 갈아입었다. 울룰루에서 뜨는 해를 바라보며 하는 요가 수련은 이번 여행에서 나 자신과의 미션이었다. 지난해 아이슬란드 여행 때에도 잠시지만 몇 가지 동작을 취해 본 게 너무 좋은 추억이었다. 요가를 해본 사람은 공감하겠지만 매트 한 장이면 어디서든 명상하며 나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에 여행지에서도 꾸준히 하려고 노력 중이다. 전문가처럼 좋은 요가 매트는 따로 챙기지 못했지만 호텔 방에 비치된 비치타월이 보이길래 딱이다 싶었다.

새벽이라 공기가 차갑다.

후리스에 바람막이까지 아이들을 단단히 입히고 미리 준비해 둔 텀블러에 따뜻한 차도 담았다.


서둘러 준비했지만, 국립공원으로 들어가는 게이트엔 벌써 차들이 늘어서 있다. 곧 해가 뜰 거 같은데 마음이 급하다. 게다가 어제 천둥번개를 몰고 왔던 자욱하게 내려앉은 구름이 아직 싹 가시지도 않았다. 적어도 울룰루 동쪽으로 구름이 없어야 온전히 떠오르는 해를 맞이할 수 있는데 아쉬움이 가득하다. 그래도 출입구를 통과한 후 왼쪽으로 멀리 보이는 울룰루가 너무 아름답기만 하다. 그런데 아이들이 아직 눈을 못 뜨고 있다. 이 아름다운 경관을 아이들이 봐야 하는데, 뒷좌석에 겨우 올라탄 아이들은 아직도 꿈나라다.

울룰루의 일몰 포인트와 일출 포인트는 완전히 반대편에 있다.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울룰루 반대편(국립공원 게이트 기준)으로 가야 한다. 15분쯤 달려 도착한 곳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먼저 도착해 자리를 잡고 있다. 꽃이 피기 직전의 단단한 몽우리가 가장 예쁘고 기대에 차는 것처럼 태양이 지평선에 떠오르기 전 깜깜했던 주변이 이글거리며 붉게 변하는 장면이 가장 멋지다. 하지만 이미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해 카메라에 담긴 모습은 생각만큼 드라마틱하지 않다. 이럴 줄 알았으면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했는데 아쉽다. 어제는 천둥번개 일몰에 이어 오늘은 구름 낀 지각 일출생이다.

아쉬운 마음이지만 드라마틱한 일출은 내일 다시 도전하기로 하고, 난 준비해 간 비치타월을 사람이 드문 곳을 찾아 깔았다. 차가운 새벽 공기에 몸에 닭살이 돋았지만, 공기만큼은 최상의 상쾌함을 준다.



활동 중에 고요히 있는 법
휴식 중에 활발히 살아있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요가매트 위의 명상 중- 롤프케이츠

매트 위의 나는 잠시나마 오롯한 내가 된다.

누가 보든지 말든지 지금 내가 있는 이곳에서 이 순간을 오롯이 바라본다.

몇 가지 동작을 취하며 스트레칭을 하니 금세 몸이 따뜻해졌다.

지나가는 외국 관광객이 엄지를 치켜 세우며 응원의 눈빛을 보낸다.


흐린하늘 울루루의 아침와 환bro


멋진 일출을 보지는 못했지만, 새벽부터 마다치 않고 따라나서 준 아이들에게 참 고맙다. 주황색 잔디에 앉아 따뜻한 차를 한 잔씩 따라주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날씨와 기온에 따라 울룰루는 천개의 다른 색을 낸다고 한다. 구름이 자욱한 하늘 아래 묵직해 보이는 울룰루의 차분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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