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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밸류어블 Aug 02. 2019

언제까지 엑스트라로 살 건가요?

세상의 중심에 내가 없다 노여워 말고 내가 중심인 세상을 만들어라


내가 너무 작아 보여 슬펐던 경험
누구나 한번쯤, 아니 어쩌면 매일 매 순간 느끼며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엔 어쩜 그리 잘난 사람이 많은지... 너무나 평범하기 짝이 없는, 아니 평범 조차도 사치인 듯 보잘것없어 보이는 내 인생에 화가 나기도 한다. 세계 77억 명의 인구 중에 나는 어디쯤 있을까? 대한민국 5천만 인구 중에 나의 자리는 어디일까? 생각해보면 먼지 같은 존재감에 한숨이 절로 나오기도 한다.


나의 존재감에 대한 고민은 어릴 때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철 없이 뛰어놀았고 동네에서 예쁘다, 미스코리아 나가도 되겠네~ 그런 소리를 들으면 그게 진짜인 줄 알고 신나 하며 한껏 아무 생각 없었던 내가 발을 내디딘 첫 사회생활.


초등학교 시절부터 혼돈의 역경이 시작되었다. 기억이 난다.
추첨을 해서 들어가는 국립대학 부속 초등학교에 들어간 나는 세상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일반 공립 초등학교가 아니다 보니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아이들이 모여들었고, 그 시절 한 반에 60명씩 10반이 넘는 학교들, 심지어 오전 오후반으로 나뉘기까지 하는 일반 초등학교와는 달리 국립대학 출신의 선생님들과 학년별 3반 정도만이 있었던 훌륭한 학교였다. 그곳에 모여든 아이들은 아무래도 조금은 달랐던 것 같다.

어떤 친구는 매일 공주 같은 원피스를 입고 기사가 학교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어떤 친구의 집에 생일 초대를 받아서 갔더니 커다란 대문 안으로 차가 들어갔고 으리으리한 집 현관 앞에 우리 집 안방만 한 개집이 있었던 게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 아이의 책상 서랍 안에는 미국에서 이모가 사다준 학용품 ( ㅎㅎ 그때가 80년대 초반쯤이니까 해외여행이 쉽지 않았던 시절이라 매우 신기했음) 이 가득 차있었고, 노란 미제 연필을 우리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난다.
어떤 아이는 매년 반장을 놓치지 않았다. 공부도 잘해서 매번 올백을 맞고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았다. 어떤 아이는 피아노 콩쿠르에서 항상 일등을 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올백을 맞는 것은 쉽지 않았고 피아노를 몇 년을 처도 실력이 늘지 않고 점점 피아노가 싫어져 가는 나와는 분명 다른 아이들이었다.
얼굴이 하얗고 조그맣고 너무 예뻐 남자 친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친구도 있었다. 어릴 적 미스코리아 소리 좀 듣던 나는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피부톤이 자꾸 까메저서 깜씨, 깜둥이 같은 별명을 달고 살았다.

아~ 이런 게 인생인가?

중학교 시절에도 그랬다.
아무리 노력해도 내 성적은 항상 어느 위치에 고정되어 있었다. 공부 패턴을 바꿔보거나 밤을 새워 공부해보기도 했지만 그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에 반해 항상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친구도 있었고 시험을 못 봤다고 징징거리고 울고 난리를 쳐도 막상 결과는 1~2등인 얄미운 친구들도 있었다. 그 당시에는 특목고의 개념이 주로 예고에 가는 것이었기에 피아노, 첼로나 바이올린, 무용이나 미술로 특목고를 준비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난 공부를 아주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만이 갖고 있는 그 무엇이 없었다. 아~ 나는 왜 이렇게 평범한 거지? 평범한 내가 싫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아이들과 좀 다른 길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외고에 진학하게 되었다. (그 당시 외고는 설립 초기였으며 입학시험을 통해 별도로 학생을 뽑았고 외고가 많지 않았던 시기, 요즘보다는 좀 더 다양한 학생들이 들어갔고, 요즘만큼 입학이 어렵지는 않았던 시기^^)

나도 드디어 좀 특별한 사람이 되는 걸까?


그렇게 외고에 진학했다. 고등학교 시절은 어땠을까?

한마디로 좌절 그 자체였다. 물론 요즘처럼 100%가 전부 최상위권 학생들이 진학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전국에서 그래도 공부 좀 한다는 친구들이 모여있다 보니 첫 시험에서 받은 등수는 내 인생 난생처음 구경하는 숫자였다. 좀 더 특별해지기 원해서 진학한 그곳에서 나는 점점 더 존재감을 잃어갔던 것 같다.
어떤 아이는 책을 한 번만 봐도 왠지 모르지만 외워진다고 했다. 엥? 그게 가능해?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노력으로 되지 않는 게 있구나, 천재가 저런 거구나, 다 비슷한 두뇌를 가진 게 아니구나, 서울대는 저런 아이들이 가는 거구나...
한 달 용돈 2만 원 받던 시절, 20만 원의 용돈을 받는 친구도 있었고, 집에 수영장이 있는 친구들도 있었고, 그때는 그 브랜드가 뭔지도 몰랐는데, 알고 보니 명품이었던 것을 소풍 간다고 사 입고 온 친구도 있었다.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며 국영수 말고 사회, 과학 등 거의 전과목 과외를 받는 친구도 있었다. 나는 그때 알았다. 금수저가 저런 거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이 세상에서의 나의 존재감은 점점 희미해져 갔던 것 같다.


그럴 때 나는 또 다른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그러니까... 드라마 같은 데서 보면 갑자기 뜻하지 않은 행운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으니, 나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어느 날 자고 일어나 보니 세상에 중심에 내가 서있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어떤 아이는 갑자기 길거리 캐스팅이 되어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알고 보니 재벌 친부모가 있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로또에 당첨이 되기도 하고... 뭐 그런 드라마틱한 사건으로 하루아침에 존재감 빡~ 드러내는 그런 행운이 혹시 나에게 오지 않을까?

NEVER, NEVER, NEVER


매 순간순간, 어떤 상황이 변해도 항상 주변엔 이 세상의 주인공 같은 멋진 사람이 너무 많았다.
내 주변, 더 나아가 대한민국, 더 나아가 이 세상에는 잘난 사람, 위대한 사람, 멋진 사람, 똑똑한 사람, 돈 많은 사람들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많았다. 나는 그냥 이 세상의 수많은 엑스트라 중 한 명인 것 같았다.

내 존재가 가끔은 가치 없이 느껴졌다.
난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내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열정적으로 살고 있는데 어느 순간 엑스트라가 된 것 같은 소름 끼치는 느낌이 나를 한없이 작아지게 했다.

위로를 좀 받아볼까 해서 자기 계발서를 수없이 많이 읽어봤다. 내용은 뭐 크게 다르지 않았고, 읽을 때마다 나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도 했지만, 반면에 책의 첫 페이지를 여는 순간 우측에 빼곡히 적혀있는 작가의 엄청난 스펙을 보는 순간 이 사람도 '평범한 사람은 아니구나, 그러니까 이런 책을 쓸 수 있는 거지.'라는 생각에 위로보다는 상처를 받는 일도 종종 있었다.



누군가는 나에게 너무 고민이 많다고 했다. 뭘 그리 고민하고 걱정하냐고 했다. 너무 피곤하게 살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난 내 한 번뿐이 인생을 소비적으로 살고 싶지는 않았다. 적어도 나의 존재감을 기억해 줄 몇 사람은 있어주길 바랬다. 생산적으로 살고 싶었다. 그렇기에 고민도 많고, 어떻게 살아야 가치 있는 삶인지 나의 기준에서 고민하고 또 고민해보았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일, 적어도 내 분야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일을 사랑했고 열정적으로 살았다.

어느 순간, 하늘에서 문득 희망의 문이 열리고 메시지가 들렸다.


세상의 중심이 아니면 어때?

네가 중심인 세상을 만들어봐!

그럼 그 세상에선 네가 주인공이야.


작아도 내가 중심인 세상

그 세상은 나 혼자이든, 누군가가 옆에 있든, 한 명이 있든 두 명이 있든 상관없이 내가 주인공인 세상이다.
난 그 순간부터 마음이 달라졌다.
너무나 뛰어난 사람들이 부럽기는 하지만, 내가 그 사람이 될 수 없는 이상 누군가 단 한 명이라도 부러워할 내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 내분야에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누구보다 가치 있는 삶을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마음먹어졌다.


내가 나를 존중하고

나를 가꿀 줄 알고
나의 가치를 높이려고 노력하고
내 삶을 소중히 여기고

매일을 열정적으로 살아낸다면
내가 중심인 세상을 반드시 만들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시대가 많이도 바뀌었다.

내가 회사에 가면 신세대라며, 요즘 애들은 참 달라, 뭐 이런 얘기를 듣던 시절도 있었는데, 어느새 나는 꼰대에 가까운 나이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요즘 친구들은 삶의 가치관, 삶을 살아가는 방식, 삶의 목표도 참 많이 바뀌는 것 같다. 일보다는 행복을 추구하고, 돈은 인생을 즐기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니 일 또한 그런 수단 정도로만 여기는 친구들도 많은 것 같다.

삶의 방식은 자유다. 난, 단지 자신의 존재감, 자신의 사회적 상실감으로 아파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전해주고 싶을 뿐이다. 당신도 더 이상 엑스트라가 아닌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단 그것은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려는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마지막으로 힘든 워킹맘의 길에 들어선 여성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가족도 소중하지만, 나 자신이 더욱 소중함을 깨닫기 바란다.

남편의 성공, 아이들의 성장, 아이들이 좋은 대학 들어가는 것만으로 내 인생의 존재감이 채워지지 않는다.

내가 주인공인 내 인생을 만들어가는 당신들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당신이 주인공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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