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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구하기'는 축복이 될 수 있을까

삼성의 법정 전략 후폭풍

by 이완 기자

박영수 특검이 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이달 25일로 예정된 법원의 선고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국내 최고의 재벌인 삼성그룹의 대주주인 이 부회장이 12년을 구형받은 것은 한국 사회가 변했음을 실감하게 한다. 아버지 이건희 회장은 2008년 삼성비자금특검때는 배임과 탈세 등의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아 감옥에 갇히는 것은 면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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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말 이른바 '세기의 재판'이 열리던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을 찾았다. 그동안 얼굴도 보기 힘들던 삼성의 최고경영진들이 그 자리에 모두 앉아있었다. 피고인 이재용, 박상진, 최지성, 장충기, 황성수. 사건명은 뇌물공여 등. 하루종일 피고인석에 앉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뒤에 앉은 옛 미래전락실의 최지성 실장과 장충기 사장과 눈 한번 마주치지 않은 건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며칠 뒤인 2일 법정 분위기는 달랐다.


“회의를 주재해도 이재용은 구석에 앉았습니까?”(변호인)

“(이건희) 회장님이 계실 때는 일종의 옵저버 비슷하게 맨 가에 앉았고, 제가 관계사랑 회의를 할 때는 제 옆에 앉아서 제가 회의진행하는 것을 보곤 했습니다.”(최지성)

“최지성 실장은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큰 신임을 받았죠?“(변호인)

“네.”(이재용)

“이건희 회장 와병 중에 대리인이라고 하는 최지성 실장의 영향력이 삼성 내에서 가장 큽니까?”(변호인)

“네.”(이재용)


2일 법정에선 최지성 전 실장은 자신이 삼성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라며 이재용 부회장을 감쌌다. 그룹 계열사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도 전문경영인이 결정했다고 하고, 정유라씨 승마지원도 이 부회장은 몰랐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미략전략실 해체와 전경련 탈퇴 결정도 “국회 청문회 휴정 중에 (최지성 실장과) 통화를 해서 코치를 주셔서 그렇게 발언하게 됐다”고 말했다. 알지도 못하고 지시도 안 했으면 책임질 일도 없다고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한 것일까.



20170721_083328.jpg 이재용 부회장 재판의 방청권을 받기위해 새벽부터 사람들이 나와 가방으로 줄을 세운다.


변호인의 전략도 이해는 된다. 이 부회장이 구치소에서 나오려면 아무것도 몰라야 뇌물 혐의에서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는 입장에선 어리둥절하다. 최 전 실장은 이 부회장에 대해 “평소에 곱게 자라서” “자본시장법 잘 모를 것” “공부도 시키고” 등 일반인들의 예상과 다른 내용을 밝혔다. 그렇다면 보수언론이 ‘오너의 경영판단과 과감한 투자 결정’이 필요한데 이 부회장이 옥중에 있다면서 호들갑을 떨 필요도 없다.


당장은 이런 전략이 도움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삼성을 이끄는 위치에 오른다면 누구나 떠올릴 것이다. ‘그는 무엇을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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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신화’의 상당 부분은 이건희 회장이 미래를 위해 내린 결단의 성과라는 것이었다. 올해 슈퍼 순익을 만드는 반도체에 투자한 것이나, 글로벌기업으로 그룹 체질을 바꾼 신경영선언 등이 이 회장에게 20여만명의 삼성 임직원을 이끌 ‘리더십’을 부여했다. 반면 이재용 부회장은 아직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법정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이 재판이 단기적으로는 이 부회장에게 고통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축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부회장이 새롭게 거듭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삼성그룹 경영의 최정점에서 이 부회장을 구치소로 보내는 데 한몫한 이들이 진행 중인 ‘이재용 구하기’가 ‘축복’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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