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스시* 가서 밥먹고, 오후에는 투* 가자."
옆자리엔 중학생 또는 고등학생 정도 되는 아들과 엄마가 앉아있었다. 아들이 크레용을 가지고 뭔가를 그리고 있을때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옆자리 대화가 들려오자 나도 몰래 눈길이 갔다.
아들은 발달장애인처럼 보였다. 노트북을 들고온 엄마는 뭔가를 하면서도 연신 아들의 동태를 살폈다. 엄마의 말을 다시 곱씹어보니, 오전이 지나 점심때가 되자 아들을 데리고 근처 스시집에 간다는 것이었고, 오후에도 역시 집에 가지 않고 근처 카페를 간다는 이야기였다.
이날은 9일, 여전히 비가 많이 오던 날이었다. 전날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선 발달장애인이 포함된 일가족 3명이 침수된 집을 빠져나오지 못해 숨졌다.
11일 이 기사를 마감하기 위해 또 찾은 카페. 오전에 그 엄마와 아들이 다시 찾아왔다. 방학 때문인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아들과 규칙적으로 카페를 찾는 듯 보였다. 오늘은 또 주변 어느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오후에는 어느 또다른 카페를 찾을까. 아마도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기는 힘들었겠지.
그 아들과 엄마가 옆에 앉아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참사가 벌어진 반지하 주택 창문가에 쪼그려 앉아 "서초동에 제가 사는 아파트가 전체적으로는 좀 언덕에 있는 아파트인데도 거기가 1층에 물이 들어와가지고 침수될 정도이니, 제가 퇴근하면서 보니까 벌써 다른 아파트들이, 아래쪽에 있는 아파트들은 벌써 침수가 시작되더라고요"라고 말한 것을 기사에 적어넣었다. 이번엔 내가 그들을 바라볼 수 없었다.
그리고 오늘은
이준석 국민의힘 전(?) 당대표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윤핵관들이 자신을 "그새끼 이새끼"라고 불렀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장애인의 이동권 요구 시위를 향해서는 훈계를 마다하지 않으며 차갑게 말하던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