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점심도 햄버거로 때울 정도로 바빴던 공장
지난 4월26일 중국 베이징 중심가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30분을 달려 북경현대 3공장을 방문했다. 북경현대는 현대차와 베이징자동차가 절반씩 투자해 만든 회사다. 3공장은 2012년 생산을 시작한 최신 공장으로 현대자동차의 중국 시장을 겨냥한 주요 거점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010년 중국 경제 성장에 따른 수요 변화에 대응하고 중국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3공장 건설을 시작해 2년만인 2012년 7월 양산을 시작했다. 3공장은 현재 위에둥, 랑동, 밍투, 싼타페 등 4개 차종을 생산하고 있다. 3공장은 총 146만㎡ (약 44만평)의 부지 위에 프레스, 차체, 도장, 의장공장을 갖춘 완성차 생산설비와 엔진 생산설비 등을 포함해 총 건평 26만㎡ (약 8만평) 규모의 대규모 공장이다. 3공장이 위치한 북경시 순이구 양전 개발구 지역은 1,2공장에서 동북쪽으로 약 20km 떨어진 곳으로, 수십개의 자동차 부품업체가 함께 자리한 신흥 공단지역이다.
공장 소개를 받은 뒤 골프장 카트 같은 차량에 타고 공장 내부를 둘러봤다. 최신 공장답게 내부는 깨끗했다. 차체 철판을 찍어내는 프레스 공장의 설비는 현대로템에서 만들었다. 차체 공장에서 용접 등을 맡은 400여 대의 로봇은 현대중공업에서 수입했다. 3공장 설비의 70% 이상은 한국산이다. 그동안 한국이 중국에서 얻은 대규모 흑자는 이처럼 중국 내수시장 확대와 함께 생산설비를 수출한 부분이 크다.
조립을 맡은 의장 공장에서 중국인 노동자를 많이 볼 수 있었다. 낯선 한국 기자단의 방문에 한 젊은 중국 노동자는 긴장한 듯 얼굴이 빨개지기도 했다. 얼굴이 빨개진 노동자 등 3공장 생산직의 평균나이는 23살이다. 베이징 지역 고등학교 출신이다. 북경현대 3공장 관계자는 “이곳 노동자들의 인건비는 평균 7750위안(약 130만원)”이라고 설명했다.
공장문을 연 지 4년밖에 안 돼 젊은 노동자들이 주축인 이곳은 높은 노동강도와 자동화 공정을 통해 한국에 있는 공장보다 더 높은 효율을 낸다. 류부열 3공장장은 “차량 한 대가 만들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HPV)은 15.8시간으로, 30시간인 한국의 절반 수준”이라고 했다. 중국 공장에선 생산 물량이 부족할 때 점심시간에도 일한다. 울산 공장에선 밤샘노동을 없앤 주간 2교대제로 일하지만, 중국 공장에선 여전히 밤샘노동을 하는 맞교대로 일하고 있다.
생산라인은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게 여러 모델을 함께 만들 수 있는 ‘혼류’ 체제다. 김봉인 북경현대 생산본부장은 “생산 일주일 전인 화요일에 주문받아 그다음 주 월요일에 주문량에 맞춰 생산해 유연한 작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은 계속 변화에 직면해 있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해외 자동차 회사와의 합작사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기술 개발과 상품 출시를 계속하고 있다. 중국 업체가 내놓은 저렴한 SUV는 현대차 등 해외 메이커의 시장점유율을 깎아먹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전기차 투자도 눈여겨볼만 하다. 베이징에서 차를 산다는 것은 번호판을 추첨으로 받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세금이 비싸다. 그런데 전기차는 상대적으로 번호판을 쉽게 받을 수 있다. BYD 등 중국 업체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다. 서구 기업이 가솔린 등 내연기관 자동차의 기술이 압도적인 상태이고, 하이브리드는 도요타 등 일본 업체가 앞서 있다. 중국 3공장 관계자는 "중국이 하이브리드 등을 건너뀌고 전기차에서 바로 승부를 보려한다. 매우 위협적이다"고 했다. 엄청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전략적으로 기업을 키우는 중국에 맞서, 한국 업체들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현대차 베이징3공장이 최전선에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