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되지 않으면 혁신제품이 아니다
두 가지가 우선 필요하다. 혁신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는 것과 내가 과연 혁신을 할 수 있을지 파악하는 것이다. 이것은 회사와 브랜드를 어떤 방향으로 운영해갈 것인지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혁신이란 단어는 듣기에도 말하기에도 좋지만, 파워포인트 장표에 삽입되는 워딩으로 끝나서는 곤란하다. 혁신제품을 만들고 싶으면 기업 운영도 그런 방향으로 해야 한다.
혁신이란 단어의 기원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혁신에는 가죽을 벗겨낼 정도의 고통이 수반한다거나, 늙은 독수리가 무뎌진 발톱과 부리를 뽑아내고 새롭게 태어난다는 얘기는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혁신의 고통 말고, 혁신하는 방법에 어떤 것이 있는지와 내가 할 수 있는 것인지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혁신(革新, innovation)은 고객 입장에서 봤을 때 전혀 다른 새로운 것으로 인식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 봤을 때’가 중요하다. 제품을 만든 사람에게만 혁신적인 것으로 인식된다면 그것이야말로 고통을 의미한다. 새로운 차원의 기술 개발을 위해 큰 자금과 시간이 투입되었는데 성과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객이 혁신적인 제품으로 인정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돈을 벌 수 있다는 얘기다. 고객이 제품의 가치를 인정하면 지갑을 열게 되고, 그것은 매출로 바로 연결된다.
혁신이란 '고객이 그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가치는 무엇인가? 가치(Value)란 소비자들이 가장 큰 만족을 제공하는 대안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지침이 되는 개념으로 고객이 획득하는 것과 고객이 제공하는 것 간의 비율로서 정의된다. 혁신인가 아닌가 하는 것은 고객이 결정해주는 것으로, 단지 새롭게 출시한 신제품이라 해서 혁신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림> 가치의 개념
혁신에 대한 저명한 연구가인 Greg Satell은 문제(problem)와 영역(domain)이 잘 규정되었는지 여부에 따른 Innovation Matrix를 제시한 바 있다.* 이 매트릭스에서는 혁신을 Sustaining Innovation, Breakthrough Innovation, Disruptive Innovation, Basic Research의 4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 HBR(Harvard Business Review), Greg Satell ‘The 4 types of innovation and the problems they solve’. June 21, 2017
와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키기는 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혁신은 지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에서 발생한다. 현재 하는 일에 바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시장에서 기존 역량을 향상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서부터 혁신은 시작한다.
<그림> 혁신의 4가지 유형 (Greg Satell)
혁신제품에 대해 이렇게 정의를 하자. 돈이 되지 않으면 혁신제품이 아니다. 세계 최초의 MP3 플레이어를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이 만들었다는 것을 아는가? 하지만 전 세계인이 기억하는 혁신제품은 애플의 iPod이다. 첫째, 살아남았고, 둘째, 이 제품으로 돈을 많이 벌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처음 만든 기업도 Apple이 아니다. Facebook도 최초의 SNS가 아니다. 최초로 출시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혁신제품이란 오랜 기간 생산하면서 돈을 만들어주는 제품이다. 레티놀 크림, 에어쿠션 같은 제품이 바로 혁신제품이다. 이런 혁신제품이 하나 나오면 회사의 규모와 위상이 달라진다.
그런데, 혁신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으로는 결과물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혁신은 운 좋게 떠오른 아이디어로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르키메데스나 뉴턴의 경우처럼 평소의 내공이 뒷받침된 상태에서 집중해서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하다가 얻어지는 것이다. 사전지식이 없다면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가 얼마만큼 중요한지 판단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공부해야 한다.
화장품과 관련해 이전의 관련 지식을 충분히 흡수하고 나면 새로운 정보의 가치를 인식하는 능력이 생긴다. 이것을 선행지식이라 한다. 공부를 많이 하면 흡수력이 좋아진다. 흡수력은 새로운 학습 능력을 향상해준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화장품 업계에 처음 진입한 분들이 의욕적으로 일해도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선행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선행지식이 흡수력을 높여줄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학습을 통해 단련된 사람들이 결국 혁신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알고 있던 화장품 회사가 뜻밖의 아이템을 런칭하고 이것이 성공으로 이어졌을 때, 주위에서 ‘그 사람들 참 운이 좋았어’라고 얘기하기 쉽지만, 실제로 대개의 경우에는 치열한 선행학습과 노력이 이어졌을 것이다.
화장품은 이미지를 파는 산업이다. 이 기본전제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존의 발상을 깨는 혁신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일단 생존이 우선이다. 무조건 혁신을 꿈꾸지 마라. 혁신적인 꿈만 꾸다가 살아남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월급쟁이 하다가 사업 시작한 거 자체가 혁신이다. 일단 생존 이후에 혁신하라. 혁신적인 예술가들은 힘들게 살다 죽었다.
사후에 빛이 나도 의미 없다. 사업은 일단 생존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