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팝업스토어는 선택받으셨나요?
주말에 팝업스토어에 방문하는 것이 맛집이나 핫플 카페에 가는 것 만큼이나 당연한 루트가 되어버린 지금, 팝업스토어를 준비하는 마케터는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소비자 입장에선 기나긴 입장 줄을 뚫고 들어가기만 하면 이것 저것 경험해보고 한아름 선물꾸러미를 안고 나올 수 있어서 매력적이겠다지만, 그 걸 기획해야 하는 브랜드들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팝업스토어라는 걸 처음 준비한 건 코로나가 슬슬 일상이 되고있을 무렵이었다. 모두가 집에만 갇혀있는 걸 슬슬 지겨워하기 시작할 무렵 속속들이 오프라인의 경험에 대한 니즈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때는 코로나 감염추이를 지켜보면서 팝업스토어의 오픈 일정을 준비하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이 모든 것의 끝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 팝업스토어의 인기는 절정으로 치솓았다.
사람들은 밖으로 나가고 싶어 했고, 온라인이 아닌 대면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했다. 그리고 팝업스토어의 성지 성수동이 뜨기 시작했다. 원래 공장부지였던 건물들은 이제 팝업스토어 임대 전용 공간으로 탈바꿈했고 팝업스토어 전문 부동산마저 생겼다고 한다.
성수동 디올 컨셉스토어 앞은 인증샷을 찍으려는 인파들로 넘쳐났다. 거리 곳곳에는 크고 작은 팝업스토어들이 수시로 들어서면서 엄청난 유동인구를 만들어 냈다. 주말에 성수동 가서 맛집-카페-팝업스토어 방문은 이른바 코스가 되어버린 것이다.
내가 처음으로 팝업스토어를 기획한건 21년이었다. 그 때도 이미 팝업스토어들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하던 때였다. 하지만 지금처럼 고도화된 동선과 스토리텔링이 부여되기 전. 인증샷 찍고 굿즈 좀 받아가는 곳이었는데 경쟁이 치열해질 수록 차별화 포인트를 찾아가게 되고, 더 크게 더 혜자스럽게 신기록을 갱신하는 팝업들이 생겨났다.
팝업의 오픈런과 예약 조기마감은 이제는 흔한 일이다. 입장 예약 걸어놓고 주변의 다른 곳을 배회하는 것 또한 옵션이 아닌 당연한 루틴이 되어버렸다.
팝업을 방문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공짜로 즐길거리가 많아졌으니 좋을 일이다. 하지만 이를 준비해야하는 브랜드 담당자는 골머리를 썩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다른 팝업스토어보다 눈에 띌지, 더 많은 사람들의 선택을 받게 할지의 고민이 깊어졌다.
이제는 팝업스토어에도 IP라는 개념이 생겼다. 성공한 팝업의 후속이 조금씩 형태를 바꿔서 계속 등장한다. 시몬스, 진로, 가나초콜릿 등은 시즌제로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기존의 성공 레퍼런스가 있기 때문에 그 IP에 변주를 줘서 조금씩 변화하기도 한다. 팝업스토어가 이제는 하나의 마케팅 툴로 정착한 것이다.
브랜드만 팝업스토어를 여는 것도 아니다. 영화, 드라마 등의 콘텐츠 홍보에도 팝업스토어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디즈니 플러스의 '삼식이 삼촌' 시리즈는 콘텐츠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성수동 팝업스토어는 빵집, 사투리, 시대상을 완벽하게 구현한 세계관에 이성당의 단팥빵으로 팝업스토어로는 꽤나 이슈가 되었다.
배 타고 입장하는 팝업까지 등장한 마당에 이미 소비자들의 눈은 높아졌다. 남들 다 하는 게임, 포토부스, 굿즈는 그냥 기본이고 소비자들의 발길을 모으는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해진 시점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냥 공짜 선물 많이 받고 나가는 만족 보다는 뭐라도 하나 기억에 남는 브랜드 경험이 필요할 것이다. 남들이 하니까 하는 팝업스토어 말고 브랜드가 가진 콘텐츠가 팝업스토어라는 툴에 적합할지를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