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업에서 사업으로 - 2탄

어디서부터 바로 잡아야 하지?

by 워너비 아티스트

부업 3년이란 연습게임

2022년부터 주업으로 마케팅 프리랜서 일을 하면서 틈틈이 플라워 스튜디오 일을 부업으로 해보았다. 이런 '양다리'의 시간을 가지면서 난 실제로 뭘 얻었을까? 약간의 수입? 생각보다 어렵다는 인식? 양다리라는 것의 성격이 그 무엇 하나도 최선을 다하게 두지 않는다. 이걸 하고 있으면 저게 걱정되고, 저걸 하고자 하면 이것이 불쑥 나타난다. 그런 상황에선 아무것도 차분히 학습되지 않는다.


시간은 흘러 이젠 비즈니스로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들자 조금 더 냉철하게 현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네덜란드에서 꽃으로 벌이를 한다는 것의 근본적 난관들이 눈에 들어왔다.



네덜란드라는 낯선 시장. 그 안의 나

이곳에서 10년여 살며 꽃에 둘러싸여 있어서 좋았다. 그러나 예리한 마케터의, 플로리스트의 눈으로 보니, 나 같은 사람이 승부를 보기에 여기처럼 불리한 곳도 없었다.


- 네덜란드는 정말 꽃이 풍부하고 저렴한 나라이다. 그래서 꽃이라는 제품이 생필품에 가깝다. 우리한테 익숙한 고급 부케, 차트렁크 프로프절 같은 특별 이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 대부분의 나라에서 플로리스트들에게 가장 재정적으로 탐나는 영역은 웨딩플라워시장이다. 그런데 네덜란드의 웨딩시장은 거의 전무하다. 꽃에 1,000유로 이상 쓰는 웨딩이 드무니..

- 리테일에 투자하는 건 너무 큰 리스크이기에 나는 매장 없이 온라인으로만 운영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나라에는 3,300개의 꽃가게가 있단다. 돌아다녀보면 과연 서울에서 밥집 보이듯 꽃집이 보인다.

- 무엇보다 나는 네덜란드어를 잘 못하는 한국인이다. 한국말과 영어만 쓰면서 여기서 사업에 성공할 수 있을까.


불안감만 밀려오던 시기

꽃이 주업이 된다는 것은 매우 무모한 모험일 거라고, 점점 비관적으로 느껴지던 시기에 진행하던 마케팅 프로젝트가 일찍 마무리되어 갑자기 몇 달 공백기가 생겼다. 때는 2024년 여름, 우린 계획대로 가족 휴가를 떠났다. 겉으론 한가했고 휴가지는 아름다웠지만, 앞날이 불투명한 나는 불안해졌다. 먹고살려면 나의 광고 마케팅 일감 없이는 아직 안될 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래갈 줄 알았던 일이 갑자기 조기에 끝나 내심 당황하고 있었다.



꽃을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다

그러던 8월의 중순. 내가 연초에 정말 큰 마음을 먹고 신청한 (비싼) 플라워 리트리트 (flower retreat)를 갔다. 이왕 온 것, 불안한 마음을 떨치고 이곳을 즐기자고 마음먹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벨기에 시골에 모인 10명의 플로리스트 사업가들이 6일을 함께 지내며 매일 꽃꽂이를 했다.


꽤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을 때, 나는 나의 고민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네덜란드에서 한국 플로리스트로서, 경쟁력과 차별점을 가지려면 어떤 아이디어가 있을지. 사실 정원에서 핀 꽃에서 영감을 얻어 플로리스트가 되겠다고 돌연 결심했던 나이기에 친한 동료 플로리스트가 전혀 없었다. 처음으로 업계 선배들에게 나의 어려움을 솔직히 토로한 셈이다.


그중 가장 크게 사업을 하던 중국계 LA 커플이 특히나 함께 고민을 해주었다. 이들은 내게 타깃 오디언스에 대해 물었고, 내가 한국 교민을 대상으로 홍보 활동을 안 한다는 것을 지적했다. 한국 사람이라는 뿌리를 잊지 말고, 교민사회와의 연결고리를 만들라고. 그들의 LA 웨딩 플라워 사업도 현지의 중국계 클라이언트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타지에서 소수 민족이어서 불리한 부분을 메꾸려면, 나는 나의 사람들을 찾아가야 하는 것이었다.


플라워 리트리트가 끝날 때쯤, 몇몇 팀이 네덜란드에 오고 싶어 했다. 유럽 온 김에 네덜란드까지 여행을 좀 더 하고 싶으니 아예 투어 가이드 역할을 해달라는 거다. 나는 흔쾌히 동의했고 결국 LA 커플 포함 세 팀이 그다음 주에 우리 동네까지 오게 되었다. 나는 며칠간 이들의 가이드 노릇을 하며 함께 네덜란드의 꽃 도매시장, 화훼경매장, 커팅가든 그리고 우리 스튜디오까지 보여주었다. 다들 아이들처럼 좋아하며 네덜란드의 꽃과 도매 환경에 열광했고,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평범한(?) 우리 동네의 정원 딸린 집들이 너무 아름답다며 감탄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나는 서서히 머릿속에 우리만이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상품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있었다.


Dutch Flower Experience

그렇게 싹튼 '신제품' 아이디어가 바로 Dutch Flower Experience이다. 소개하자면, 이미 꽃을 보러 많은 관광객을 맞이하는 네덜란드. 그 방문객들에게 이제는 그냥 보는 꽃이 아닌, 꽃꽂이와 부케 크리에이션을 해보는 꽃의 체험을 선사하는 거다. 튤립축제, 화훼 경매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를 오전에 보고 나서 오후엔 다양한 꽃꽂이 워크숍을 해보는 것. 거기에 금상첨화는, 우리 집 집밥을 점심으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런 내용으로 하루 체험부터 최대 5일짜리 리트리트까지 다양한 기간의 상품을 개발한 것이다. 꽃의 천국 네덜란드의 관광과 플로리스트의 플라워 워크숍, 그리고 우리 집의 손맛이라는 유니크함을 한 프로그램에 담아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다.



오디언스에 맞는 소통 창구 만들기

이 무렵, 나는 나의 소셜미디어 전략도 함께 체크해 보았다. 꽃집은 비주얼이 중요한 만큼 인스타그램의 영향력이 매우 커, 나 역시 플라워 계정의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지가 4년이 넘었다. 그러나 2024년 가을 현재 430여 명의 팔로워 밖에 없는 현실은 한심했다. 나의 모든 노하우를 쏟아서 열심히 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1주일에 한 번은 새로운 꽃꽂이 작품을 찍어 올렸고 1년에 100개의 포스팅은 한 셈인데.


우리의 새로운 주력 상품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니 SNS 도 체계적으로 잘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타깃 오디언스부터 다시 고민을 해봤다. Dutch Flower Experience 가 네덜란드의 꽃과 가든을 경이롭다 생각하고 이를 경험해 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패키지이니, 결국 나의 메인 타깃은 관광객과 나 같은 외국인 취업자인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영어와 한국어를 사용해 이들을 향한 소통과 마케팅을 하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내가 어려워했던 더치인들을 중점으로 염두에 둘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을 이미 몇 년간 영어로 해오고 있으니 한국말로 한국 고객을 모을 수 있는 채널을 별도로 만드는 게 다음 단계였다. 그때 마침 스레드(Threads)라는 새로운 SNS가 론칭한 터라 나는 흔쾌히 스레드를 한국말 소통의 창구로 이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인스타그램은 영어권 마케팅 툴로, 스레드는 한국어권 마케팅 툴로 쓰게 되었다.



SNS는 그래도 어려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스타그램은 여전히 어려웠다. 나는 내심 지난 몇 년간 들쭉날쭉했던 포스팅 빈도의 불규칙성만 손보면 대략 좋아질 거라 기대를 한 것 같다. 만만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그러던 중 젊은 한국 도자기 선생님을 알게 되었다. 언젠가 콜라보를 하고 싶었서 만나자고 했다. 그런데 그분의 계정을 자세히 보니, 인스타그램에 그분의 워크숍을 공지하는 콘텐츠의 스타일과 포스팅 빈도수, 같은 내용의 반복 횟수등이 나와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었다. 이제 보니, 나는 지금까지 인스타그램 노력을 1에서 2로 올려놓고는 아, 이 정도면 되겠지 하고 있었던 거다. 사실 10을 해도 모자란데. 퍼부어야 하는 정성의 강도가 생각보다 컸다.


SNS의 물결을 잘 타는 사람들은 말한다. 이걸로 엄청난 기회의 문이 열렸고 공짜로 global 마케팅이 가능하다고. 그러나 거기까지 가기 위해서 바쳐야 하는 시간과 노력은 엄청나다. 외국어 하나 배우는 정도의 노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기도 어렵고 안 하기는 더 어려운 뜨거운 감자 SNS. 그 괴롭고 어려운 걸 용감하게 삼키는 자에게 복이 오지 않을까.



사업 초보자의 끝나지 않는 To Do List

다음번엔 (아직도 나눌 이야기가 꽤 된다는 놀라운 사실) 1인 사업가가 혼자서 모든 걸 다 한다는 게 어떤 건지, 효율을 위해 ai 와 여러 툴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돌아보면 좋을 것 같다. Until then ~




저자는 네덜란드에서 별안간 플로리스트로 전향한 ex-광고인이랍니다, 유럽 오실 분들은 저희 사이트를 꼭 한번 봐주세요. www.flowerandflour.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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