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그 전환의 해이다.
2025년은 새로운 챕터.
일개 취미라고도 할 수 있는 가드닝과 꽃꽂이가 어떻게 내 존재의 근본을 흔들었는지 지난 글모음 '취미와 부업 사이'에 기록해 보았다. 그 이후로 상황은 발전하여, 2025년을 맞는 이 시점 부업이라 부르던 일을 주업으로 바꾸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현재진행형이고, 여기 기록을 남긴다.
취미로 가드닝과 꽃꽂이를 시작한 지 5년
코로나로 인해 잠재된 내 안의 변화에의 욕구가 분출된 것은 아마도 세계가 겪고 있는 변화의 흐름을 내 안의 무언가가 포착했기 때문이리라. 나는 당시 홀린 사람처럼 하루에 5-6 시간을 정원에 앉아 잡초를 뽑고 꽃을 심으며 꽃꽂이 공부에 열을 내고 있었다. 그 이전에는 전혀 꽃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었다. 재택으로 바뀐 근무형태를 십분 활용한 건 사실이다. 분명히 회사에 주 5일 근무하며 같은 내용의 일을 하고 같은 월급을 받았으나 마음은 콩밭, 아니 꽃밭에 가 있었다.
복잡하게 생각지 않고 그냥 몸 가는 데로 따랐다. 얼마 안 가 다시 흐지부지 될 수도 있으니. 그런데 몇 년이 지나도 마음속 열정이 식지를 않았다. 언젠가는 이 일로 승부를 보리라는 마음이 조금씩 생겼다.
부업으로서 전환한 지는 3년
경계가 애매모호 하긴 한데, 취미에서 부업으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말할 수 있는 시점은 2022년 3월 초, 나의 웹사이트가 완성이 된 이후라고 생각한다. 같은 해 1월 회사로부터 자유의 몸이 되자마자 웹사이트 만들기에 돌입한 것이다. 사이트를 만들면서 내가 아티스트로 보이길 바랐고, 플라워 스튜디오로서 결제 가능한 시스템도 만들었다. 큰 성공을 바로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이로 인한 경제적 획들을 위한 인프라를 만들어 놓았다.
그러면 주업은?
이 즈음에서 겪었던 9년 다니던 회사로부터의 퇴사와 그 이후의 잡서치에 대해 좀 공유하겠다. 내가 회사에서 나온 건 흔히 있는 redundancy의 일종이다. 조직의 니즈가 바뀌어 내가 하는 일의 수요가 줄어드니 어쩔 수 없이 조직을 축소시키는 건데, 나 또한 지난 몇 년간 조직생활이 순탄하지 않던 터라 적당한 선의 협의를 통해 회사를 나가는 것에 동의했다. 이미 회사에서 마음이 떠난 지라 기뻤지만, 새로운 일을 찾아야 했다.
비슷한 직책을 찾아 이력서 보내고, 인터뷰하며 수개월을 보냈다. 내 마음은 전형적 대기업 마케팅 팀에 다시 들어가 비슷한 생활을 반복하길 원하지 않았지만 대안이 뭘지 영 떠오르지 않았다. 동시에, 제출하는 이력서에 비해서 인터뷰까지 가는 성공률은 놀랍도록 낮았다. 비슷한 조건으로 다시 채용되는 건 만만치 않을 거란 감이 왔다. 어쩌면 다른 형태의 일을 하는 것을 나도 사회도 바랬던 것 같다.
그래서 찾은 합의점이 프리랜서 일이다. 시간당 임금을 정하고, 3개월의 계약을 한 후 새로운 일에 착수했다. 일이 끝나고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기면 다시 연장이 되었다. 2022년 가을부터 시작해, 2024년 가을까지 나는 1년의 2/3는 프리랜서로 일을 했고, 나머지 시간에는 다시 꽃으로 컴백을 하는 생활을 했다. 프리랜서 일의 강도가 높아, 일단 시작하면 이 기간 동안 꽃일은 거의 내팽개쳐야 했다. 프로젝트를 마치고 다시 꽃으로 관심을 돌리려 하면, 그동안의 공백이 가져다준 대미지가 느껴졌다. 꾸준히 자리를 지키지 않으니 어렵게 모은 사람들의 관심도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그럼에도 경제적 이유로 이러한 양다리 전략은 필요했고 2년간 그 생활이 지속되었다.
꽃사업을 1년간 꾸준히 해보는 첫 해
그러다 작년 말에 결정하였다. 2025년을 내 꽃사업을 위해 전력을 다하는 한 해로 만들겠다고. 이렇게 말하면 마치 무수히 많은 선택지 중에 큰 마음을 먹고 사업 쪽에 베팅을 한 것처럼 들리지만, 현실은 프리랜서 일마저 줄어드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네덜란드 인력시장에서 살아남는 게 쉽지 않은 면도 있다. 영어로 업무를 진행하는 회사에 국한이 되니, 내가 들어가 일할 수 있는 회사는 전체 파이의 10% 정도 될까?
부정하고 싶었지만 나는 이 현실을 일단 받아들였다. 기업이라는 곳에서 마케팅 일로 수입을 연명하는 것은 앞으로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남아도는 시간을 이용하여 딱 1년만이라도 온전히 내 꽃사업을 해보면 어떨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긴 호흡으로 해보는 기회를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으니 시도해 볼 가치가 있었다.
이리 마음을 먹고 지난 4개월 치열한 공부 및 실험의 시간을 갖고 있다. 내 인생 최초로 누구의 제품도 브랜드도 아닌 100% 나의 것을 키워보고 있다. 기분이 어떠냐고 물으신다면 일단 두렵고 동시에 신나고 내가 해야 할 일들이 이렇게 많다는 데에 매일 놀라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2025년은 이렇듯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해이다. 지난 몇 달 동안의 경험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의 변화이다. 거기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사업가 마인드셋 1 : 우선순위의 재배치
나는 2024년까지는 사업에 대해 1도 모르던 사람이었다. 지금도 나 자신을 사업가라 부르려면 손발이 오그라든다. 그러나 나는 나를 사업가라 부를 것이다. 지금은 이렇듯 각 잡고 방향전환을 해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
꽃사업을 내 주업으로 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이 일의 우선순위를 제일 위에 놓는 것이었다. 마케팅 프리랜서일과 꽃사업의 양다리 생활을 하는 동안은 마케팅 프로젝트를 우선순위에 두었다. 수입이 훨씬 높으니, 그리 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꽃사업에 관해서는 어떤 장기적인 계획도 세울 수 없었고, 심지어는 적극적인 홍보를 하기도 힘들었다. 언제라도 마케팅 일이 들어오면 꽃사업은 올스톱하는 태세를 취해야 했으니까. 하지만 올해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연초에 여러 가지 워크숍, 체험 프로그램들을 짜서, 이들의 날짜를 이미 웹사이트에 공표를 했다. 물론 주말을 주로 활용하여, 혹시나 주중에 다른 일이 들어오면 접수할 수 있도록 계산을 해놨지만, 나의 2025년 캘린더의 50%는 이미 수많은 플라워 워크숍 날짜로 가득 차있고, 나는 이들을 적극 홍보하기 시작했다. 누구든 워크숍 부킹을 하면 그 날짜에 나는 예외 없이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나의 의도와 바람을 세상에 공표하고 깰 수 없는 약속을 하기 시작했다.
사업가 마인드셋 2 : 내가 판매할 제품에 대한 진지한 고민
스티브잡스의 유명한 여러 동영상 중 하나는 그가 얼마나 제품 개발에 온 힘을 쏟는지, 그리고 마케팅은 그 한참 후에 보조적 역할로서 활용하는지 말해주고 있다. 그걸 볼 때마다, 마케팅 선수라 자부하던 나는 저게 맞지,라고 인정하면서도 내가 하는 일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 같아서 불편했다. 내가 하던 광고 마케팅은 이미 타부서에 의해 개발이 완성된 제품을 받아, 그에 맞는 광고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실행 안을 만드는 일이었기에.
그런데 이제는 스티브 잡스적인 마인드를 장착 할 때가 되었다. 그리고 나에겐 생소한 분야인 제품 개발에 초점을 두기 시작했다. 제품의 고도화라는 말을 어디선가 읽었다. 재구매율이 건강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20-30% 정도의 재구매율 목표를 설정하고 이걸 달성하기 위한 제품의 특성과 가격에 대해 연구를 계속하는 것이다. 어떤 홍보도 소셜미디어 활동도 제품이 훌륭하지 않으면 소용없다. 차별화되는 제품, 고객에게 가격 대비 큰 가치를 안겨주는 제품, 그래서 다시 찾아오고 싶은 제품 개발에 가장 정성을 들여야 한다.
사업가 마인드셋 3 : 헌신
나는 대체로 내가 열심히 뭔가를 하고 있다고,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자꾸 뒤통수를 얻어맞는다. 내가 생각한 열심의 수준은 실제 내가 가져야 하는 열심의 실체에 비해 턱도 없이 부족하다고.
전 세계의 성공한 플로리스트들을 인터뷰하여 팟캐스트로 공유하는 Botanical Brouhaha 하는 플랫폼이 있다. 내가 평소에 팔로우하는 플로리스트들의 인터뷰를 듣기 시작하다가 곧 깨달았다. 내가 얼마나 이 일을 만만하게 생각했는지. 3년간 휴가를 반납하고 일만 했다는 한 사례만 들어도 내가 얼마나 오만했는지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처럼 내가 하고 싶은 거, 쉬고 싶은 거 다 하며 나의 사업을 성공시킨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슬슬 깨닫고 있다.
올해 일 년, 나는 휴가와 주말 없이 일할 것이다. 한 번도 이렇게 까지 헌신한 적 없으니, 한번쯤 해볼 만하다.
나는 사업가가 될 수 있을까?
우리 집은 외가와 친가 모두 다 선생님들 투성이다. 나는 평범하게 대학 졸업한 후부터 거의 30년을 월급쟁이로 살아왔다. 그동안 나에겐 사업가의 피가 흐르지 않는 게 분명하다고, 그런 무시무시한 세계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스스로 말해왔다. 그런데 내 안에 언젠가 부터 변화를 꿈꾸는 DNA 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상이 아주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직장은 더 이상 안정적 삶의 대명사가 아닌 듯하다. 또한 사업이라는 것 역시 개인 자금을 위험할 정도로 투자해서 시작할 필요가 없다. 세상의 변화를 잘 관찰하고 테크놀로지의 활용을 게을리하지 않으면 이 변화의 물결을 타고 서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글이 너무 길어지니 다음에 구체적으로 어떤 실행을 해왔는지 공유하겠다.
저자는 네덜란드에서 Flower and Flour라는 플라워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워크숍, 관광가이드, 네덜란드 꽃체험 등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www.flowerandflour.nl 에서 자세한 내용 보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