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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니천사 Jan 12. 2021

공정하다는 착각-마이클샌델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혼란이 우리 개인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희망

    최근 몇 년 간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를 들자면 바로 ‘공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라며 ‘공정’을 강조했던 것을 여전히 기억합니다. 이 취임식을 지켜보던 많은 국민들이 이 말에 얼마나 환호하고 기뻐했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을 마지막까지 읽고 책을 덮는 순간 그 연설을 듣고 있던 우리와 그 말을 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 모두 ‘공정’과 ‘정의’를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저자는 주로 ‘능력주의의 부작용’에 대해 언급합니다. 귀족층의 특권을 줄이고자 대안으로 시작된 능력주의에 사람들은 개인의 능력에 따라 계층 간의 이동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개인의 능력에 따라 보상이 이루어지는 사회가 얼핏 보면 공평하고 평등한 사회를 위한 기반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과를 온전히 개인의 능력으로 돌려 승자에게는 오만과 잘못된 엘리트의식을 심어주고 패자에게는 패배감과 열등감을 심어준다고 이야기합니다. 특히 이러한 능력주의는 학력주의로 이어지고, 유명한 대학의 간판은 곧 개인의 능력으로 대변되어 과도한 경쟁을 초래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저자는 과연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당신의 능력인지를 되묻습니다. 자신의 능력으로 이룬 그 결과에 대해 그 만큼의 보상을 요구하고, 노동자 계급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으로 그들의 몇 곱절이 되는 월급을 받아 가는 당신의 그 자리가 과연 공정한 경쟁과 순수한 자기 능력으로 이룬 것인지 진지하게 묻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이 책을 읽는다면 한국과 너무도 닮은 미국의 모습에 놀랄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모의 재력과 뒷받침에 대학 합격이 좌지우지되고, 그렇게 합류한(?) 대학 간판의 틀 안에서 그들은 또 다시 그들의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노동자 계급을 무시하고 그들이 그곳에 있는 것은 그들의 무능함 때문이라며 자신의 보상을 정당화하는 모습은 미국과 우리나라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저자는 또한 ‘재능의 도덕적 정의’, 즉 타고난 재능과 운으로 인한 성공은 공평한 것인가를 이야기하며 재능의 우연성을 외면하고, 노력의 중요성만을 강조하는 것이 개인에게 엄청난 압박과 스트레스가 된다고 강조합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대안은 무엇일까요?


      저자는 첫번째로 개인에게 책임이 집중된 능력주의를 벗어나기 위해 우연성을 인정하는 방안을 제시합니다. 특히 대학 간판의 위력을 해체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방안으로 기본적인 능력이 있는 학생들을 몇 배수로 뽑아 제비뽑기로 합격자를 선별하는 방법도 제시합니다. 어차피 존재하는 행운의 운발을 공개적으로 적용하면 개인은 결과를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고, 대학이라는 문을 통과한 자가 그렇지 못한 자에게 이전보다는 겸손해질 수 있을 거라 말합니다. 다음으로 일의 존엄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능력주의 사회에서 학력이 부족한 사람들 또는 노동자들이 겪는 불평등과 보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모든 이들이 자신의 일에 대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임금격차를 줄이는 등의 노력으로 일의 존엄성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시민교육을 통해 공동선에 우리가 진정으로 가치 있게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반성하고 민주적인 공동의 대책을 수립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능력주의 사회가 주장하는 것처럼 기회의 균등이 항상 결과의 균등을 가져오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그의 책이 완벽한 대안을 제시한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능력주의가 만능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지금의 불평등과 과도한 경쟁 사회로의 질주를 해석해 볼 수 있는 기회는 된 것 같습니다. 여러분 중에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포퓰리즘적 분노와 치열한 경쟁을 불러오는 능력주의 사회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분이 계시다면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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