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 매거진의 최근 행보.
영국판 7월호의 커버 모델은 코로나 필수 인력 여성 3인이다.
이들의 직업은 기관사, 조산사, 슈퍼마켓점원이다.
영국판의 6월호 커버 모델은 85세의 배우 Judi Dench였다.
경력 60년의 국민배우인 그는 최근 손자와 틱톡 챌린지를 즐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파격적인 행보는 보그 이탈리아판이다.
이탈리아판은 지난 4월호에
창간 이래 최초로 백지 커버를 내세웠다.
편집장은 편지에 이렇게 썼다.
”사람들이 죽어가고
의사와 간호사들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있으며
아예 다른 세상이 되어버린 지금,
다른 이야기를 하는 건 보그 이탈리아의 DNA가 아니다."
그 어떤 나라보다 더 혹독하게 코로나를 지나온 이탈리아이기에,
'힘내요 이탈리아'라는 문구와 패션계 주요 인사들의 캐리커쳐가 실려 있다.
또한, 사진가 Brianna Capozzi가 페이스타임을 통해 촬영한
자가격리중인 모델 Bella Hadid의 사진이 실렸다.
메이크업과 헤어는 모두 벨라가 직접 했다.
이탈리아판 6월호 커버는 8인의 '젊은 작가'들이 그렸다.
그들이 말한 젊은 작가는 2~10세 사이의 아이들 8명이다.
"한창 친구를 만나고 뛰놀아야 할 아이들이
9월에 다시 학교에 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것은
참으로 놀랍고 받아들일 수 없는 일입니다."
집에 머무는 아이들, 그리고, 곁에서 돌보는 어머니들.
그들을 위해 보그 이탈리아는 이 캠페인을 공모전으로 확장시킨다.
미래의 유행은 무엇일까, 미래의 패션은 어떤 모습일까,
아이들의 그림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OurNewWorld 챌린지.
엄마와 아이가, 코로나 시국에 집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마저 제공한다.
3월호 커버는 CG로 만들어낸 가상의 모델이었다.
스타일리스트, 헤어, 메이크업, 네일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실제 존재하지 않는 인물로 커버를 내세웠다.
보그 이탈리아 편집장 Emanuele Farneti는 이미 지난 1월호부터
"사진 촬영을 생략하고 지속 가능성을 실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19년 9월호 보그 이탈리아에는 총 8개의 패션 화보가 실렸다.
이 화보들을 촬영하기 위해 15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고,
이를 위해 20번의 비행, 12번 이상의 기차 여행, 40대의 차량 대기, 60여개의 국제 배송이 있었고
10시간 쉬지 않고 조명을 켰으며 가솔린 연료의 각종 설비를 사용했고,
케이터링 서비스로 인한 음식물 낭비, 플라스틱으로 포장한 각종 장비가 쓰였으며,
카메라와 핸드폰을 위한 전력 등이 소비됐다”
그러면서 표지를 사진 대신 전세계 아티스트들의 그림으로 대신했다.
사진 이전에 일러스트가 매거진의 커버를 차지하던 때가 있었지만,
사진으로 커버가 생긴 이후 보그 발간 55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커버는 얼굴이고 피부이며 옷이다.
가장 영향력이 있는 지면인 동시에, 철학이고 비전이다.
종이 매거진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고 하지만,
쉽게 공유되고 확산되는 디지털에서 그 영향력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Look과 Fashion을 다루는 매거진은 한 장의 커버로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모두가 미디어인 시대,
당신의 인스타에 올라오는 1번 이미지는?
당신의 링크드인 프로필 이미지는?
당신의 웹사이트 첫 페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