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읽고
닿을 수 있는 글은 무엇일까? A4 한 장도 모자랄 만큼 짧은 글이 내 마음에 와닿았던 글이 있었다.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 연설이 그랬고, 오바마의 등장을 알린 "민주당 전당대회 기조연설"이 그랬다. 말하기의 능력 역시 뛰어났지만, 그보다 그 말에 담긴 메시지를 표현하는 것이 매우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학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듣는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머리는 반짝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고민들로 이어졌다.
무엇이 좋은 글일까?
나는 어떤 글을 쓰고 싶을까?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빠른 배움은 모방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평소 평론 및 논설을 보며 배우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던 유시민 작가님의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을 읽었다. 마음에 와닿거나 배우고 싶었던 문구를 남겨본다.
취향과 주장을 구분하라.
취향 고백은 발언에 대한 근거를 댈 의무, 자신의 주장을 논증할 책임이 없다. 주장의 경우에는 반대이다.
주장은 반드시 논증하라.
그렇기 때문에 이를 분명히 구분하고 사용하자. 만약 주장인 경우에는 근거를 분명히 제시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글쓰기는 재주만으로 하는 일이 아니다. 논리의 완벽함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고집, 미움받기를 겁내지 않는 용기도 있어야 한다.
글쓰기에는 주장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주장은 논증해야 한다. 논증은 평등하고 민주적인 인간관계를 전제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논증의 과정에서 미움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맞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주제에 집중하라.
주관적 감정에 휘둘리지 마라. 자신의 감정과 일정한 거리를 두어라. 이는 "논점 이탈의 오류"를 범하는 환경을 만든다.
발췌 요약에서 출발하라.
요약에도 종류가 있다. 자기소개서, 이력서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듯 어떤 독자냐에 따라 같은 텍스트도 목표가 달라진다.
주제는 분명해야 한다.
주제가 흔들리면 어떤 말을 하고자 하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사실과 정보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명하게 나타내라.
주제를 다루는데 꼭 필요한 사실과 중요한 정보를 담아라. 사실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을 말한다. 정보는 "어떤 목적에 맞게 정리된 자료"라 할 수 있다. 자료는 "관찰이나 측정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이다. 즉, 정보는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두 가지 내용을 담아라.
그 사실과 정보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명하게 나타내라.
사실과 정보의 정의를 바탕에 두고 생각해보았을 때,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실을 보완 및 설명하라는 말로 볼 수 있다.
주제와 정보와 논리를 적절한 어휘와 문장으로 표현해라.
주제에 맞는 단어를 선택하지 않으면 문장이 매끄럽지 않아 읽기 어렵다. 좋은 어휘와 문장으로 표현했다면, 글의 통일성과 전체적인 느낌을 완전하게 가져갈 수 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독서광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아는 정보와 논리는 대부분 남으로부터 얻는다. 어휘와 문장, 글쓰기, 말하기에 필요한 재료들 마찬가지다. 비옥한 토양 위에 멋진 식물이 자라듯, 많은 독서는 좋은 글을 만든다.
쓰지 않으면 잘 쓸 수 없다. 많이 쓸수록 더 잘 쓰게 된다.
과부하를 주지 않고 근육을 키울 방법은 없다. 써봐야 잘 쓸 수 있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을 단문으로 첫 문장에 써라.
어렵게 주저리주저리 쓸 필요 없다. 물론 질문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다.
혹평과 악플을 겁내지 말자.
매체의 발달로 글 하나를 전달하기까지 드는 비용이 현저히 적어졌다. 독자와의 거리 역시 가까워졌다. 그 과정에서 받는 혹평과 악플을 겁내지 말자. 그러한 피드백을 겁낸다면, 성장의 속도 역시 더딜 것이다. 모든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달려있다.
말이 글보다 먼저다.
번역된 글을 보면 뭔가 어색할 때가 많다. 글을 해석하는데 그치지 않고, 본질을 바탕으로 재해석해야 한다. 글을 쓸 때도, 말하듯 쓰는 것이 좋다.
독해는 텍스트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문제점과 한계까지 탐색하면서 읽는 것이다.
더 나아간다면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보는 게 도움이 된다.
인간, 사회, 문화, 역사, 생명, 자연, 우주를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개념과 지식을 담은 책을 읽어라.
필요한 지식과 어휘를 빠르게 배워 독해력을 개선할 수 있다.
정확하고 바른 문장을 구사한 책을 읽어라.
그래야 자신의 생각을 효과적이고 아름답게 표현하는 문장 구사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지적 긴장과 흥미를 일으키는 책을 읽어라.
즐겁게 읽을 수 있고, 논리의 힘과 멋을 느낄 수 있다. 자유론, 코스모스, 토지를 추천한다.
소리 내어 읽어 어색하지 않아야 한다.
귀로 듣기에 좋지 않다면, 뜻을 파악하기 어렵다면 잘못 쓴 글이다.
독자의 공감을 얻고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써라. 많은 지식, 어휘, 화려한 문장은 노래에서의 기교와 다르지 않다.
거기에 자신만의 개성을 입힌다면 더욱이 좋다.
굳이 필요 없이 어려운 한자어를 쓰지 마라.
문장의 맛을 표현하기 위해 필수적인 곳에서는 좋으나, 그렇지 않으면 대체하는 것이 쉽고 명료한 글을 만든다.
그렇다고 모든 단어를 우리말로 바꾸지는 마라.
글의 목적은 독자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그 철칙에 반한다면, 기술에 매몰되어 본질을 잊은 글이 될 뿐이다.
지나친 "~의"의 사용을 자제하자.
"~으로의", "에로의", "으로부터의", "에 있어서의"와 같이 "의"의 경우 일본어 の가 들어간 일본식 조사를 옮긴 것이다. 오히려 문장이 어색하고 어려워진다.
피동형 문장을 지양하자.
우리말은 피동문이 드물다. 예외 사항이라 생각하는 것이 보다 옳다. "보여지다", "되어지다", "키워지다", "다뤄지다", "모여지다", "두어지다", "보아지다" 같은 단어들은 우리말이 아니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완료 시제를 사용하지 말자.
"만났었다"와 같은 말은 우리나라에서 필요 없다. "만났다"로 충분하다. 우리말에는 완료 시제가 없다.
복수형 어미는 필요할 때만 사용하자.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와 같은 말은 어색하다. 우리말은 명사 그 자체를 복수라고 분명하게 드러내야 할 때가 아니면 복수형을 쓰지 않는다.
글은 단문이 좋다.
문장 하나에 뜻을 하나만 담자. 주어와 술어가 둘이 넘는 문장을 복문이라 한다. 복문은 강조하고 싶을 때, 단문은 뜻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싶을 때 사용하자. 복문을 남용하면 읽는 사람이 힘들다. 필요할 때만 복문을 사용하자.
"꼭 맞는 단어"를 사용하자.
말하려는 뜻을 명확하게 표현하려면 "꼭 맞는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
문맥(Context)을 이해하면 어려운 글이어도 이해할 수 있다.
소위 "거시기"라는 단어를 5번 사용한 말이어도, 말을 하는 상황, 화자의 직업, 나와의 관계, 대화의 이유 등을 고려하고 들으면 이해할 수 있다. 충분히 문맥을 제공하는 것도 읽기 쉬운 글을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
같은 단어를 반복하지 마라.
단어를 중복해서 사용하게 되면 글이 재미가 없다.
딱 맞는 단어와 표현을 찾자.
물론 이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뜻은 비슷한데, 느낌이 다른 말이 많기 때문이다. 자태-모습-모양-꼴-꼬락서니-몰골. 이 단어들은 분명 생김새를 의미하는 말이나 그 느낌이 제각각이다. 이와 어울리는 형용사도 달라질 것이다.
자주 써라.
생각이 날 때마다 메모에 끄적이자. 근육은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는다.
짧게 잘 쓰자.
짧게, 혹은 길게 주기적으로 연습해보자. 그렇지만 짧게 잘 쓰는 것이 더 어렵다.
문장을 되도록 짧고 간단하게 쓴다. 복문을 피한다.
특별한 경우에만 복문을 쓴다.
군더더기를 없앤다. 없어도 뜻을 전하는데 지장이 없는 단어를 지운다.
접속사를 생략한다. 부사와 관형사를 삭제한다.
허영을 조심해라. 다가가지 못한다면, 소통할 수 없다면 좋은 글이 아니다.
글은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수단이다. 텍스트 자체만 읽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
글쓰기는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행위다.
그렇기에 좋은 글로 인정받고 존중받고 존경받고 싶다면 그에 어울리는 내면을 가져야 한다. 그에 맞게 온몸으로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