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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진 Dec 22. 2020

또다시 길을 잃었다.

브런치에 저주를 퍼붓기보다


다시 길을 잃었다. 꿈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간한 이후 한 달 넘는 시간이 흘렀다. 첫 책임에도 불구하고 공감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빠른 시간에 2쇄에 들어갈 수 있었고, 잘못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기쁘고 뿌듯했다. 한 달을 어떻게 보냈는지도 모를 정도로 행복에 푹 빠져 보냈다.


모든 일들이 그러하듯 언젠가 끝이 있다. 인생 첫 에세이 <포기할까 망설이는 너에게>를 알리는 일은 당연히 계속 이어가야 하지만, 또 다른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무슨 글을 써야 할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또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과 의심이 함께 달려온다. 책에는 이렇게 힘껏 멋 부려가며 세상의 이치를 다 아는 듯 이야기를 담아봤지만 결국 또 내 상황으로 닥치면 쉽지 않다.


길을 잃으니 길을 찾게 되었다.
꿈을 잃으니 다시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
더 깊고 높은 단계의 꿈을.
<포기할까 망설이는 너에게> 중에서...


지금의 상황은 꿈을 잃었다기보다는 꿈을 이루고 나서 밀려오는 후폭풍에 가깝다. 10년도 넘게 품어온 숙원사업을 현실로 만들어냈건만 다시 마주하는 건 또 다른 갈림길이다. 그런데 이번엔 갈림길이 조금 다르다. 이전엔 매번 맞닥뜨리는 길목마다 수많은 이정표 중 하나를 골라서 올라왔지만 이제는 이정표가 모두 사라져 버렸다. 목표가 보이지 않으니 갈림길에서 주저하고 망설이며 고민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 결국 털썩 주저앉아 며칠을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조금 길어지고 있다.


이런 시간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이런 시간도 반드시 필요한 시간 중 하나다. 하지만 참 괴롭다. 늘 어렵다. 이미 해온 것들에 대한 공치사를 늘어놓으면 되는데 왜 그리 쉽지 않은 것일까. 브런치의 공모전 결과 역시 한몫 거들었다. 무조건적인 당선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기대를 안 한다면 사람이 아닐 것이다. 그저 소심한 한 사람이기에 연간 가장 큰 프로젝트의 낙선은 마음껏 삐뚤어지고 싶은 욕구를 부채질한다.


더 심하게, 마음껏, 격하게 삐뚤어지고 싶은데 그것마저도 잘 안된다. 연애에서 '더 좋아하는 사람'이 '덜 좋아하는 사람'에게 매번 지고 양보하듯이, 이 일이 그런가 보다. 프로젝트 낙선을 받아들인 날 오히려 글 하나를 발행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조금의 힌트를 얻었다. 그건 브런치에 온갖 저주를 퍼붓는 일이나 있는 힘껏 잘못 돼 보는 것보다 어렵지만 올바른 방법인 것 같다. 늘 해왔던 것, 가장 잘하는 것,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것. 정면돌파.


다시 꿈을 찾아 떠나가 본다. 무슨 꿈이 날 기다리고 있을까. 이미 찾았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것은 한번 옮겨보라고 내 심연에 말을 걸어본다. 설마 나 같은 사람이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완전히 거두고 싶다. 이정표가 보이지 않으면 까이꺼 내가 만들어 세워보기로 한다. 일단 주요 길목을 확인하고 좋은 목재를 고른다. 목재를 예쁘게 가는 동안 마지막으로 표지판에 어떤 곳을 써넣을지를 계속 고민한다. 갈림길에서 다시 일어나 이정표의 공란에 확실하게 목적지를 쓴다. 그리고 그곳으로 거침없이 향하는 나를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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