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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티드 May 25. 2018

나에게 라이프워크는
'새로운 시장과의 만남'이다

 #GoLifework100 다섯 번째 인터뷰 - 오픈갤러리 고병철




이직을 통해 사랑하는 일을 찾은

직장인 100명의 릴레이 인터뷰,

GO LIFEWORK 100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동료들에게 에너지를 주는 일상의 영웅들.
이직을 통해 라이프워크를 찾은 100인의 이야기, 원티드가 들려드릴게요.


당신의 라이프워크는 무엇인가요?

"나에게 라이프워크는 '새로운 시장과의 만남'이다."


GO LIFEWORK 100 다섯 번째 인터뷰


직장인 고병철, 그는 누구인가


저는 오픈갤러리에서 사업개발 및 오퍼레이션 리드를 맡고 있는 고병철입니다. B2B 사업과 신사업을 개발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업체 간 어떤 형태로 제휴하고 협업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컨택하고, 비즈니스를 만들어가는 것이 주요 직무라고 보시면 됩니다.


오픈갤러리는?
오픈갤러리는 그림 판매, 미술품 대여, 미술전시정보, 아트클래스 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트 비즈니스 전문 기업이다. 그림 렌털 사업을 통해 미술품 유통시장을 혁신해나가고 있다.




오픈갤러리 이야기


▶ 오픈갤러리가 독특한 서비스라는 말을 주위에서 많이 들었어요. 서비스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오픈갤러리 서비스의 가장 기본적인 모델은 그림 원화를 고객님에게 렌탈해드리는 거예요. 사용자는 저희에게 월 이용 요금을 내는 대신 집에 그림을 걸어놓을 수 있죠. 렌탈한 그림은 3개월마다 교체해드립니다.



▶ 집에 걸 그림을 고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집에 그림을 걸려고 하면 그림을 고르는 과정부터 고민할 수밖에 없어요. 오픈갤러리에는 전문 큐레이터가 열 명 정도 있어서 그림을 잘 모르는 사람, 그림 선택이 어려운 사람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그림을 고를 수 있어요. 그림을 걸 때도 전문 설치팀이 가서 가장 관상하기 좋은 위치에 그림이 게시되는지, 전문가의 입장에서 조언하고 직접 설치해 드리고요. 


▶ 그림 선정을 도와줄 때 사용자 한 명 한 명의 취향도 고려하나요?  


의외로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는 분들 중 본인의 취향이 확고한 분들이 많아요(웃음). 그래서 직접 그림을 선택하시기도 하고. 그렇게 취향이 뚜렷한 경우가 아니라면, 보통 고객이 집 사진을 보여주면 그 공간에 맞춰 그림을 추천해드려요. 공간에 그림을 입혀서 직접 보여드리는 거죠. 같은 공간이지만 다른 그림이 걸리면 전혀 다른 느낌이거든요. 그림을 3~5점 추천해드리면 고객이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합니다.


오픈 갤러리가 제시하는 옵션의 샘플. 같은 공간이지만 다른 그림이 걸리면 전혀 다른 분위기가 된다.  


▶ 미술 시장에서 비즈니스 업무를 해보니 어떤가요? 


굉장히 독특한 시장이에요. 미술 산업은 역사가 오래된 시장인 만큼 오랜 전통을 자랑하지만 그동안 미술을 유통하는 채널은 매우 제한적이었어요. 인사동 길 가보셨죠? 그런 곳에 있는 개인 갤러리에서 그림을 보고 구입하거나, 혹은 경매로 살 수 있죠. 경매를 하는 업체들은 우리나라의 이름이 알려진 갤러리와 모두 연결되어 있고요.


갤러리가 밀집한 인사동 길 (사진: 홍은동 댄디아찌 님의 블로그)


하지만 아시다시피 미술에 관심이 있더라도 비용에 부담을 느껴 용기 있게 그림을 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그렇다 보니 오랜 전통과 유구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성장이 제한적인 면이 많았습니다. 오픈갤러리는 그런 미술 업계를 바꾸고 싶은 꿈을 꾸는 이들의 모임입니다. 


▶ 오픈갤러리가 시장에서 새로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렇죠. 오픈갤러리가 렌탈이라는 구독의 모델을 그림에 도입하면서 그림의 가격이 확 내려가며 미술이 대중 시장의 영역까지 확장되었어요. 물론 오픈갤러리가 카카오톡처럼 모두의 서비스라고 이야기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신혼부부와 인테리어에 관심 많은 3~40대 여성을 중심으로 굉장히 사랑받고 있고, 그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한 서비스인 건 사실이에요. 


▶ 기존 시장의 반응은 어떤가요? 


아무래도 저희가 미술을 향유하는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내니까 달갑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미술 시장의 파이를 키워가는 중이기 때문에 그들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없었으면 미술작품 사는 것을 두려워했을 분들이 저희 서비스를 이용하며 자연스럽게 그림을 소비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결과적으로 미술의 거래량이 커질 겁니다. 


▶ 사람들이 오픈갤러리 서비스를 통해 미술에 관심을 갖게 되면,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 가장 비싼 작품이 뭐였는지, 얼마에 팔렸는지 아세요? 김환기 화백(1913-1973)의 그림이고 2017년에 65억 정도에 거래됐어요.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기록한 작품. 김환기, Tranquillity(고요)

그런데 그렇게 유명한 미술가도 살아생전에 그만큼의 대우와 인정을 못 받은 경우가 많아요. 이중섭 화백도 생전에 엄청 가난하게 살았어요. 제주도에서 이중섭 화백이 살던 곳을 보면 그 시절의 곤궁함이 느껴지죠. 살아생전 그의 미술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을 만났다면 좋았을 텐데, 그런 기회가 없었던 거예요.


서귀포시의 이중섭 거주지. 세 칸짜리 초가, 1.5평짜리 방에 이중섭과 그 가족이 약 1년 동안 살았다. (출처: 고영철의 역사교실)  

김환기 화백 얘기로 돌아가서, 그의 그림이 현재까지 액수로는 수백억 원어치 팔렸지만 그림의 가치가 인정받은 것은 화백이 돌아가신지 4~50년이 지난 후이고 김환기 화백이 살아생전에는 정말 어려우셨거든요. 그런데 그가 이런 말을 했어요. “내가 이 고생을 하면서 미술을 하는 것은, 언젠가 미술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올 것을 믿기 때문이다.” 저희는 예술가들이 생업의 이유로 붓을 꺾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미술가가 미술로 생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그 시장을 만들어 내고 싶어요. 미술과 돈이 공존하면 안 될 것처럼 보일 것 같긴 하죠. 순수예술이 상업 예술이 되면 예술로서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돈은 예술가가 화가로서 생업을 이어가기 위해서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해요. 작가분들은 그림을 잘 그리지만 판매하는 데에는 소질이 없는 분들이 많아요. 그림을 잘 그려도 어떻게 팔지, 어디에 팔지 모르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그런데 오픈갤러리 같은 채널을 통해 그림을 유통하게 되면 그분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 오픈갤러리 서비스가 최근 방송 <한끼줍쇼>에 나왔다고 들었어요. 


저희 서비스는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맘 카페가 활성화된 판교, 분당, 동탄 같은 곳에서 주로 자리를 잡았어요. 마침 저희 고객 중 한 분이 광교 신도시에 사는데 ‘한끼줍쇼’의 이경규 씨가 집을 방문한 거죠. 저도 아직 방송을 못 봤는데 듣기로는 밥을 먹다 오른쪽에 그림이 걸려있으니 “이게 산 겁니까? 고른 겁니까?”라고 얘기가 나와서 “전문 업체에서 렌탈한거다”라고 이야기했다고 하더라고요. 이경규 씨가 “포인트가 되고 좋은 것 같다”라고 이야기를 해서 의도하진 않았는데 PPL처럼 되었어요(웃음). 방송을 보고 바로 “오픈갤러리네” 하고 알아봤다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한끼줍쇼> 80화 중




이직 이야기


▶ 원래 미술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아뇨. 오픈갤러리로 이직하기 전까지 미술에 전혀 관련이 없었어요. 저는 경영학을 전공했고, 컨설팅으로 커리어를 시작했으나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어서 직전에는 미국 스타트업의 아시아 지사에서 사업개발 일을 했습니다. 미술을 나의 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웃음).


▶ 이직의 동기는 무엇인가요?


세 가지 정도가 있어요. 첫 번째는 새로운 산업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미술에 대해서는 교양 수업 한두 개 들은 것 빼고는 크게 지식이 없었는데 그런 아주 새로운 산업에 도전하는 게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는 중인 고병철 님


두 번째는 BtoC에 대한 궁금증이에요. 이전 회사는 BtoB 쪽에 포커스를 맞춰서 사업을 확장했는데 오픈갤러리에서는 BtoB와 BtoC 모두를 할 수 있었어요. 작은 병원, 카페, 증권사, 임원실 등 엄청나게 많은 법인들이 우리 서비스를 쓰고 있고, 동시에 수많은 아파트 가구의 우리 서비스의 대상이 될 수 있었죠. 그런 경험을 해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었어요.  


마지막으로 팀 리딩의 경험이 필요했어요. 커리어를 8년 정도 쌓았는데 팀을 리드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한 시점이었고, 오픈갤러리 오며 그런 기회를 얻게 됐어요. 현재 사업개발 팀, 오퍼레이션 팀을 같이 합을 맞추고 있는 상태인데 팀장이라는 타이들을 달고 있지만 저에게는 많은 팀원 분들과 어우러져서 일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 이직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들었어요. 


저는 이직하기 전 대표님을 다섯 번 만났어요. 회사에 대해 모르는 건 없는지, 또 내가 들어갔을 때 나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등의 궁금증을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 그 정도가 필요하더라고요. 그 시간 동안 대표님이 의사결정을 하는데에 필요한 정보를 저에게 충분히 주었다고 생각해요. 이직을 계획하시는 분들에게 옮기려고 하는 회사의 담당자와 충분히 만나라는 조언을 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한 번 만나서는 죽었다 깨나도 알 수가 없거든요. 물론 한 번만 만나도 대충은 알 수는 있어요. 처음에는 보통 장밋빛 이야기, 성장할 수 있는 기회에 대한 이야기만 하기 때문에 성장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죠. 하지만 여전히 모르는 게 많거든요. 예를 들어 “회사와 함께 성장해라”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성장의 여부는 내가 가서 무슨 일을 하느냐에 달려있어요. 이전과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면 성장할 수 없겠죠. 


이직하려는 사람들은 희망에 차 있는 경우가 많아요. ‘여기보다 낫겠지’라고 생각하죠.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거든요. 본인이 얼마나 투명하게 보고 있나를 스스로 검증해야 해요. 그러려면 많이 만나볼 수밖에 없어요. 만나는 건 어떤 가치를 나에게 기대하는 건지, 왜 나인 건지, 왜 나는 그 회사에 가려고 하는 건지를 협의를 통해 맞춰가는 과정이에요. 저는 그 과정을 충실히 했죠. 대표님도 다섯 번의 미팅을 한 번도 귀찮아하지 않았고요. 


▶ 오픈갤러리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어 입사를 결정했나요? 


대표님과 대화를 하면서 진정성 있게 사업을 한다고 생각했어요. 들어오고 보니 각 팀의 리더들은 늘 늦은 시간까지 본인의 업무를 고민합니다. 웬만한 일이 있지 않고서는 대표님이 마지막으로 문 닫고 가시죠. 워라밸을 따지는 스타트업에서 이상적인 모습은 아닐 수도 있지만,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보니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를 리더들이 솔선수범해서 불어넣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 


▶ 오픈갤러리로 이직하고 놀란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작가님들의 작품 수준을 보고 놀랐어요. 정말 소름 돋아요. 계속 말했지만 저는 경영학도이고, 미술에 재능이 전혀 없거든요. 그런데도 작품을 보면 경이로워요. ‘이런 것을 어떻게 생각했지, 어떻게 표현했지.’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몇 가지 작품을 보여드릴게요.



스토리가 있는 작가분도 많아요. 청각장애, 약시가 있으신 분이라던지. 그분들은 작품세계가 굉장히 독특해요. 작가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와 물리면서 그림이 굉장히 큰 임팩트를 갖게 돼요. 그림이 주는 울림이 크다는 것을 처음 알고 저는 정말 놀랐어요.




커리어 이야기


▶ 오픈갤러리에서 일하려면 미술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미술을 따로 공부하세요? 


서점에 가면 미술 관련 서적을 둘러보는 게 취미가 됐어요. <월간미술> 같은 잡지를 읽으며 최근 트렌드가 뭔지 살피죠. 회사 내부적으로 미술 강의도 하는데, 그런 것을 통해 이직 후 5~6개월 동안 미술에 대한 내공이 쌓였어요. 


▶ 일을 하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면? 


저희는 답습할 만한 회사가 없어요.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이다 보니, 실제로 겪으면서 길을 만들어가야 하죠. 그러다 보니 어려울 때도, 내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도 많아요. 매일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 그것을 언제나 직접 체험으로 배우니까 힘든 게 사실이에요. 갑자기 진행되던 게 안되기도 하고, 난데없이 너무 좋은 기회가 갑자기 찾아오기도 해요. 일희일비 곡선이 하루에 두세 번 그려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없던 시장을 만들어가는 재미를 느껴요. 우연이 더 이상 우연이 아닐 때 없던 시장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몸소 느끼는 것 같아요. 최근 대기업과 협업할 기회가 많이 생겼는데, 어느 날 기업에서 연락이 오면 ‘우연히 연락이 왔구나’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여러 번 반복되면 이게 우연이 아니라 ‘시장에서 우리를 원하는구나’를 알게 되죠.


오픈갤러리는 한국 소비자 만족 지수 1위, 대한민국 서비스 만족대상, Korea Top Brand Award, 대한민국 CEO 대상, 한국의 최고 경영인상 등을 수상하였다.    


▶ 일과 관련하여 어떤 목표를 가지고 계시나요? 


저도 최근에야 알게 된 건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의외로 국내 미술계에 관심이 부족해요. “오픈갤러리 서비스에 유명한 작가도 있어요?”라고 누군가 물어보면 저는 “유명한 작가 아는 분 있으세요?”라고 반문해요. 아마 잘 없을 거예요. 그건 국내 시장이 척박해서 그렇다고 생각해요. 


오픈갤러리가 미술 산업이라는 전통성에 새로움을 부여해서 산업의 형태가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게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이 산업은 전통 강자들만이 명성을 갖고 있지만 여전히 그들이 차지하는 시장은 아주 작아요. 규모가 영세한 갤러리가 95%죠. 산업 자체에 새로운 활기를 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더 많은 공간에 그림을 걸리고, 사람들에게 역량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좋겠어요. 꼭 정형화된 전시관이 아니더라도 말이에요.  


▶ 병철 님이 생각하는 라이프워크는 무엇인가요?


나에게 라이프워크는 ‘새로운 시장과의 만남’이다.

지금까지 두 번 이직했고 이번이 세 번째 직장이에요. 첫 번째 직장에서는 컨설팅 일을 하다 보니 새로운 산업, 시장, 국가에 대한 프로젝트를 많이 했어요. 직전 회사는 미국 스타트업의 아시아 지사였기 때문에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같은 국가에 대해 시장이 만들어가는 과정을 봤고요. 오픈갤러리에서는 미술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났고 거기서 렌탈, 구독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싶어요.










원티드가 전영환 님의 라이프워크를 찾기 위한 여정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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