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아직도 좋은 이유
직장인이 되고 퇴근 후에는 책 읽을 시간도 여유도 없다.
그나마 출퇴근 지하철에서 잠깐이라도 책 읽는 게 낙인 나에게 아직까지 책을 꾸준히 읽고, 취미가 독서인 이유를 물어보면 어릴 적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다.
어린 시절 나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였다. 선명하진 않지만 그때의 기억이 꿈같은 순간으로 아직 마음속에 남아있다.
엄마와 어릴 적 우리 동네 책방에서 양손 무겁게 책을 한 아름 사 신나서 재잘대며 오르막길을 올라오던 그 기억.
지금 생각하면 책이 아닌 그 순간의 엄마와의 기억을 꿈처럼 간직하고 있었던 게 아니겠는가 싶다.
지금은 취미에 예전처럼 비용을 할애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전자책도 읽고 있지만, 몇 년 전 까지는 내가 읽고 싶은 책은 무조건 서점에 가 사서 읽어야 하고 그 책을 다 읽어야만 책을 사러 서점에 갈 수 있다는 혼자만의 규칙을 정해서 방 한편에 책이 책장에 이중으로 쌓여있곤 했다. 취미가 독서라기보다는 그때의 내 취미는 책 모으기였다. 한 번 읽고 그만인 책들이 대부분이라 문득 이게 뭐 하는 건 가 싶어 중고책이 된 책들을 알라딘과 예스24에 팔았다.
참고로 같은 책이지만 알라딘과 예스24의 매입가가 달라 굉장히 열정적으로 비교해 가며 팔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이것도 나름 재미있었다. 소장하고 있는 책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내용과 작가를 비교하며 (오래되어 기억이 안나는 것도 많았지만) 책을 구매할 무렵의 나의 감정을 가늠해 보는 그 시간. 방구석 널브러진 책과 먼지에 둘러싸여 있던 그 시간.
엄마와의 기억이 좋았던 어린 나는 작은 책방의 주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