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차 개발자의 간절한 1년 지내기
2022년을 돌아보면 정말 총체적으로 힘든 한해였다. 아이는 두살이 되어서 에너지가 넘쳐나며 다양한 사고를 칠 수 있게 되었고, 나는 팀이동, 새로운 언어, 새로운 배포환경, 새로운 미들웨어를 공부해야해서 업무에 부담이 컸었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책도 쓰게 되어서 회사일, 육아, 책쓰기를 동시에 해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거기다 10월에는 화재 발생으로 10월부터 연말까지 화재 발생으로 인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시간들을 많이 쓰게 되었다.
그전에는 회사에서 운영툴 업무를 4년간 담당했다. 이 기간 동안 회사에 기여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운영툴의 거대한 레거시를 많이 없앴다는 것이다. 회사 초창기 부터 있었던 레거시 서버를 완전 종료하였고, 정말 복잡한 작업을 요하는 운영툴은 리액트를 사용하는 새로운 운영툴을 만들어서 대응을 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한판 정리를 하고 나서야 팀을 옮길 수 있게 되었다.
옮겨간 팀은 서버작업이 조금 더 많이 있고, 대용량 트래픽 경험이 가능한 API팀이었다. 처음에는 자잘한 이슈들을 맡아서 진행했고, 나중에는 하나의 큰 덩어리의 프로젝트를 나 포함 3명이서 진행하게 되었다. 기존 레거시 API도 같이 작업하면서 새로운 프로젝트도 같이 진행했는데, 새로운 프로젝트에는 쿠버네티스, 카프카, 코틀린 3총사를 적용하였다. 학습을 해야하는 것들이 많아서 굉장히 힘들었는데, 다른 팀원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아직 겉핧기만 한 수준이라 더욱더 학습이 필요하다.
육아는 애가 나이를 먹어갈 수록 난이도가 올라간다고 했는데, 정말 그랬다. 매일 매일 새로운 사고를 치는 아이를 돌보는 것이 쉽지 않았다. 다른 집에서 볼때는 우리 아이가 순하고 착한 편이라고 했는데.. 봄여름가을에는 그나마 밖에 데려가서 놀면 됐는데, 겨울에는 집에만 있으니 에너지가 넘쳐나는 아이가 날마다 새로운 사고들을 쳐서 힘들었고, 엄마의 샤우팅 횟수도 많아졌다. 재택으로 근무하고 있던 나는 아내의 샤우팅소리에 흠칫 놀라면서 긴장 가운데 일을 할때도 많았다.
주말과 휴일은 평일에 고생한 아내를 좀 쉬게하고 내가 애를 열심히 봤는데, 아이의 무한한 체력에 40이 넘은 아빠는 많이 힘들었다. 그래도 아이가 크게 아프지 않고 잘 커가는 것은 기쁜일이었다.
책쓰기는 2022년에 업무와 육아 이외에는 가장 많은 시간을 쏟은 일이다. 일주일에 5일동안 하루 2시간정도를 매주 글을 썼다. 글을 쓰지 않으면 책을 쓰기위해 공부를 하거나 코드를 작성했다. 책을 쓰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나는 글을 정말 못쓰는구나' 였다. 블로그를 열심히 써봤기 때문에 나름 글쓰기에는 자신이 있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내맘대로 편하게 쓰는 블로그 와는 다르게 책은 읽는 대상이 정해져 있고, 간결, 정확, 친절 3가지의 요소가 포함되어야 했다.
그리고 요즘 사람들은 긴글을 싫어한다고 한다. 80페이지가 넘는 챕터를 썼다가 두개로 쪼개게 되고, 양을 대폭 축소하기도하고, 50페이지가 넘는 챕터를 썼다가 여기도 두개로 쪼개짐을 당했다. 1년동안 나의 취미생활인 게임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 책쓰기에만 매달렸다. 아직도 쓰고 있는중(교정중)이긴 하지만 예정으로는 2023년 3월쯤 출간예정이다.
그래도 2022년에 가장 잘한 일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책은 쓰면 물리적으로 기록이 남게 되니 인생의 좋은 업적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https://twitter.com/wapj2000/status/1464974257369145348
2022년 10월 15일에 회사의 판교 IDC에서 화재가 났다. 그전까지는 회사일이 약간 지루할 정도였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매우 매우 바쁘고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됐다. 우리회사는 화재에 직격탄을 맞은 회사라 장애시간도 매우 길었고(19시간), 복구도 매우 힘들었다. 거의 모든 서버군을 복구해야 했어서, 진짜 15년이 넘는 회사생활 동안 가장 힘들었던 경험으로 꼽을 수 있다.
이 때 정말 간절하게 개발했다. 이렇게 간절하게 개발한 것은 신입때 '이게 될까?' 라는 심정으로 개발했을 때와 매우 비슷한 감정이었다. 복구 후에도 이벤트 중이던 것들 추가보상, 보정등 데이터 작업이 산더미로 있었다. 잠을 못자고 일을 계속해서 피폐한데, 일은 계속 쌓이곤 했다.
지금도 생각하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일단 버티자. 이 또한 지나가리라... 등등 여러가지 생각들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교차했다. 참 신기하고 감사한 것은 간절하게 개발하고 복구하고 했더니 어째 돌아가긴 했다. 함께해준 동료들의 도움과 최선을 다한 우리팀 멋지고 감사하고 최고다. 지금은 화재 관련 여파는 모두 복구한 상태이다. 앞으로 회사일이 지루하다고 절대로 생각하지 않기로 다짐 또 다짐했다.
2023년에는 16년차 개발자가 된다. 바라기는 연차와 나이에 걸맞는 실력을 지닌 개발자였으면 좋겠다. 요즘에는 잘하는 신입분들이 매우 많이 계신다. 그분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으려면, 나도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야 될 것 같다. 그리고 책 출간되면 솔직한 심정으로 많이 팔리고, 평도 좋았으면 좋겠다. 더욱 바라는 것은 내 책으로 공부하시는 분들이 개발자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2023년은 경제가 많이 힘들고, 회사도 많이 힘들다고 하는데, 화재만큼 힘든날은 아마 다시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힘들어도 잘 버텨서 좋은날을 다같이 맞이했으면 한다. 2023년에는 개발 공부도 열심히하고, 영어도 열심히 하고, 가족도 건강하고 다들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