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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 Mar 27. 2021

포기할수 없는 경험.

여자 셋과 사는 남자 이야기-6

"자기는~ 다시 태어나면 나랑 다시 결혼할 거야?"


 일단 나는 기독교인이기 때문에 '윤회'는 믿지 않는다. 뭐... 기독교 이전에는 유불교 통합적인 사람이었으니, 그때는 다시 태어나면 이왕이면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고 싶었는데, 기독교.. 더 정확하게는 개신교를 믿고 나서는 죽어서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는 게 목적이지, 고난 많은 세상에 다시 태어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아무리 윤회를 믿지 않고, 종교가 개신교며, 직업이 목사임에도 불구하고, "만약에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 아내와 결혼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서로 웃자고 하는 물음이지만, 사실 잘못 대답하면 생명의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부남들은 다 공감할걸?)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내와 서로 이런 질문을 했을 때, 나의 대답은 언제나 단호했다.


"이미 한번 같이 산사람, 뭐하러 또 살아?"


 이 대답을 했을 때, 한 대 맞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읍읍...


 아내에게 같은 질문을 했을 때, 아내도 나와 비슷한 대답이었던 것 같다. 올해로 결혼 10주년이 돼가는데, 솔직히 연애 초처럼, 결혼 초처럼 눈빛만 봐도 하트가 반짝이던 시간은 이미 지나간지는 오래이다. 어떻게 보면 같이 인생을 헤쳐온 전우며, 서로 힘이 돼준 가장 친한 친구 같은 느낌이다. 서로 살이 닿아도, 네 살이 내 살이고, 내 살이 네 살이니..뭐.. 말 다한 거 아닌가? 하지만, 삶의 순환들을 지나오고, 인생의 굴곡을 넘고 넘어오다 보니, 요새는 같은 질문에 같은 대답이 아니라, 다른 대답이 되었다.


 "이젠 내가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당신이랑 결혼할 거야.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다시 만날 거야!"

 

 "첫째 시온이가 지금과 같이 다시 장애아로 태어난다고 해도.. 포기할 수 없어"


 이런 대답으로 변화되고, 고백으로 변화된 것은.. 세상이 줄 수 없는 무엇인가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아이들을 가진 사람들은 더 뛰어난 아이들을 부러워하고, 자신의 아이도 그렇게 만들고 싶어 하지만, 장애아인 첫째도, 말썽꾸러기 둘째도 하나님 앞에서 너무나 완벽한 아이임을 알기 때문이며, 네 식구가 함께 울고 웃었던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일일이 다 말할 수 없는 하나님의 완전한 사랑과 은혜를 경험해왔기 때문이다. 아마 이러한 경험과 인생의 채움은 미국의 아마존의 대표도 테슬라의 대표도 빌 게이츠도 삼성의 이재용 씨도 주지 못할 것이다.


 맞다. 그냥 사람들이 보기에는 우리 가정은 많이 부족하고, 우리 아이들도 많이 부족하다. 특히 발달장애를 가진 첫째 아이는 객관적으로도 늘 돌봄이 필요한 아이이다. 하지만, 우리의 아이들이 완벽한 이유는 내가 믿고 있는 하나님의 완전한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0.1%도 모자람 없이 완벽하다. 그런 이유에도 우리 아내도 완벽하다. 늘 못 배운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지만, 지혜로움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과 늘 겸손하려 애쓰는 모습은 성경의 믿음의 사람들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새 차는 못 타고, 겨우 부모님의 도움으로 중고차를 타더라도 만족하고 기뻐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조차도 나에겐 어울리지 않을 만큼 완전한 은혜이기 때문이다. 완전한 은혜는 하나님의 완전한 사랑에서 출발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비록 신을 믿지 않더라도, 뭐 이런 사람도 있구나 생각해주길 바란다. 또한 개신교인 중에 작은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며 사는 사람도 꽤 있다는 것도 알아주길 바란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실패와 낙담을 겪을 때, 인생의 하향 곡선을 그리며, 밑으로 내려가는 줄만 알았는데, 그냥 실패라고 쓰여진, 슬픔이라고 이름 지어진 계단을 올랐을 뿐이다. 언제나 나는 상승하고 있었다. 한 계단 한 계단 그 어떤 이름이 쓰여져 있던지 내일도 오를 것이다. 그리고 하루 더 하나님께 가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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