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씨.. 뭐라고 대답해 줘야지?
어느 날, 둘째 아이가 첫째 재활센터를 다녀오고 나서,
나에게 귓속말로 할 말이 있다고 한다.
워낙 장난꾸러기다 보니, '무슨 장난을 치려나..' 혹, 귀에 소리를 지르지 않으려나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귀를 기울였다. 둘째 아인 아주 조심스럽고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물어봤다.
둘째 아이가 이번 연도에는 초등학교 2학년에 진학을 하게 된다. 지금은 학교의 교육방침상 장애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을 배우는 것 같다. 그런데, 학교에서 가르치는 장애는 보통 신체적 결손이나 마비에 대한 것이 주로 다뤄지나 보다. 그래서 자폐를 가지고 있는 첫째는 둘째 아이의 입장에서는 언니가 장애인이라는 것에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이다. 우리 부부는 첫째 아이가 자폐 장애라는 것을 자랑하지도 않지만 굳이 숨기지도 않는다. 둘째 아이도 자신의 언니가 장애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언니는 자신의 이해와 달리 팔다리, 눈, 코, 입이 멀쩡하지 않은가?
첫째 아이의 자폐를 숨기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첫째 아이가 들을 수 있는 환경에서 이 아이의 장애를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다. 첫째 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에 진학하게 되고, 이제 2차 성징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다. 예전과 다르게 몸의 모양도 달라졌고, 성격 또한 매우 예민하게 바뀌었다. 그래서 아무리 학교에서 도움 반에 다닌다고 해서, '너는 장애야'라는 말은 당연히 싫어하고 기분 나빠한다. 그렇기 때문에 둘째 아이는 나에게 조심스럽게 귓속말로 물어본 것이다.
잠시 숨을 고른 후에 둘째 아이의 손을 잡고, 첫째 아이가 듣지 못하도록 안방으로 들어가 침대 위에 앉히고, 나는 그 옆에 앉았다. 그리고 언니의 장애에 대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언니의 장애란, 느리게 자라는 거야. 너는 너의 나이에 맞게 9살이면 9살의 생각과 마음으로 자라지만, 언니는 나이는 12살이지만, 마음과 생각은 아직 5살에서 자라고 있어. 너와 다르게 조금 느리게 마음과 생각이 자라는 게 언니가 가진 장애야."
"꼭 손을 못쓰거나 걸음을 잘 못 걷는다고 해서 장애가 아니라, 팔다리가 아무렇지 않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과 생각이 남들보다 조금 느리게 자라는 사람들도 장애란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 앞에서 장애라고 말할 필요는 없어. 네가 만약에 얼굴에 상처가 났는데, 그것을 보고 사람들이 놀린다면 기분이 나쁘듯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마찬가지란다. 그저, 평소처럼 대해주면 돼. 그리고 이해가 되지 않고, 언니 같은 사람들 때문에 속상한 일이 생기더라도, 나보다 조금 느리게 자라는 사람이라고 이해한다면,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제대로 설명했는지 모르는 나의 말속에서 둘째 아이는 알아들었다는 듯이 '방긋' 웃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둘째 아이에게 사춘기가 오면 또 어떻게 반응할지는 모르겠다. 언니를 부끄러워할까? 아니면, 동생처럼 생각할까? 아니면 부담스러워할까? 측은하게 생각할까? 그땐 또 어떻게 잘 설명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