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한국 공군이 도입할 뻔했던 공격기, 콜세어 II

한국 공군이 도입할 뻔했던...

[이전 글]






이 이야기는 오피셜이 아니다. 국내의 어느 언론에도 나온 적이 없다. 그래서 백 프로, 팩트라고 자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외국 항공 잡지에 실렸던 내용들이다. 따라서 사실이라 해도, 거의 틀리진 않는다. 그야말로 ‘강력무쌍’한 최고의 제트 공격기와 우리 대한민국 이야기.



장한 놈이 등장했다.



베트남 전이 막바지로 접어들던 때, 어떤 신형기가 북 베트남 상공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전투기는 아니었다. 공격기였다. 통킹 만에 있는 미 항공모함에서 떴으니, 당연 해군 소속이었고...


보트, A-7 콜세어 2.



*콜세어, 바로 이놈이다! 스네이크 아이 폭탄 18발에다, 자기 방어용 사이드와인더까지 동체에 단 굉장한 놈! 출처: pcaviator.com.au



보트(Vought)는 명문 해군기 제조사 이름이고, A는 공격기 Attacker의 캐피털 레터. 그리고 7이라는 숫자는 제2차 대전 후, 미 해군이 채용한 7번째 공격기라는 뜻이다.


이름 격인 콜세어는 해적. 북아프리카와 지중해에서 맹위를 떨치던 해적인데, 그 뒤에 또 2를 붙이는 건, 예전에 프로펠러 전투기로 콜세어가 존재했기 때문. 그래서 이건 두 번째 해적이라는 의미.



*원조 콜세어, 날개 앞전을 자세히 보면 각각 3개의 구멍이 보인다. 6정의 12.7 밀리 기관총 총구인데, 콜세어는 미군의 모든 전투기 중 일본 기를 가장 많이 격추시켰다. 출처: hangar18hobbies.com



하드 펀처, 북 아프리카 해적



그런데 이 콜세어 2세는 어떤 점이 굉장했는가? 강력한 펀치력이었다. 거의 7톤에 가까운 폭탄과 미사일을 달고, 출격하니까. 7톤이라면 어마어마한 폭장량 아닌가?(크피르가 6톤이라 하나, 그건 맥시멈이고, 요즘엔 좀 적게 잡아준다.)


제2차 대전 때의 미국 쌍발 폭격기 평균 폭장량은 보통 1톤. 그런데도 보통 5명 정도 승무원이 필요했다.



*무려 1만 1천 대나 만들어진 6인승 미군의 스탠더드 쌍발 폭격기 B-25 미첼. 출처: bamfbamrs.be



그런데 오로지 파일럿 1명이 컨트롤하는, 이 단좌 단발 제트 공격기가 7톤 정도를 싣는다면, 아무리 시대가 달라졌다 해도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그런데, 탑재량이 전부가 아니다.



그렇다. 이 공격기, 폭탄만 많이 싣는 게 아닌, 더 돋보이는 게 있다. 싣고 간 것들을 정확하게 투사한다는 사실. 타깃에 대한 정밀 공격과 명중률! 공격기로서 이만큼 좋은 미덕이 어디 있는가?


그런데 장점이 하나 더 있다. 미국의 납세자들이 좋아하는 거. “기체 가격이 싼 데다, 유지비가 적게 든다.” 여기엔 남다른 이유가 있었다. 기존 전투기인 F-8 크루세이더(십자군의 기사)를 개조했기 때문.



*같은 비행기인 듯 하나 그렇지 않다. 앞의 것은 전투기 F-8 십자군의 기사(크루세이더), 뒤의 것은 공격기 A-7 콜세어니까. 이 두 기체, 동복(同腹) 형제라 할 수 있다. 초음속 전투기 크루세이더를, 마하 0.9 정도의 느린 아음속 공격기로 개조한 게 바로 뒤쪽 콜세어니까. 출처: flickr.com



초음속 전투기를 아음속 공격기로!



그래서 설계와 생산이 짧은 시간 안에 이뤄졌고, 이에 따라 예산이 대폭 절약됐다. 또 유지비가 적게 드는 건, 기름이 많이 드는 일반 제트 엔진 대신, 터보 팬 엔진을 달기 때문이다. 기름 소모가 적은 신형 엔진.


그래서 미 공군도 보트 사에다 주문장을 낸다. “우리도 만들어 주셔.” 폭탄을 주렁주렁 달고 날아가, 높은 명중률을 보이니 미 공군도 탐이 안 날 수 없었던 것이다.



*공군도 덩달아 장비한 A-7, 저 속도 폭탄 스네이크 아이를 연달아 투하하고 있다. 출처: aereo.jor.br



그러나 일찍 공장 문을 닫는다.



그런데 공격기라는 건 전투기와 달리, 대량 주문이 잘 안 되는 기종이다. 대규모 전쟁이 벌어졌다면 몰라도, 어찌 됐던 우선순위는 전투기다. 그리고 현대의 전투기는 엔진 파워가 좋아서, 공격기 내지 폭격기 역할도 할 만큼 탑재량이 좋다.


70년 대 말은 베트남 전이 막을 내렸지만, 앞으로는 큰 전쟁이 일어날 것만 같았던 시기. 문제는 소련인데, 서유럽으로 들이닥칠 소련 기갑사단을 잡기 위해, 아주 특별한 전문 공격기가 개발된다.


터프하고, 하드하며, 순식간에 탱크 구멍을 숭숭 뚫는 7연장 30밀리 포, 어벤저를 가진 탱크 킬러 A-10 썬더볼트. 그리고 해군은 해군대로, F-18 호네트를 만드는데, 공격 임무도 겸할 수 있도록, A를 붙여, 전투공격 FA-18.


그래서 더 이상 주문은 들어오지 않고, 최종적으로 나간 건 결국 690번째. 하지만 보트 사에서 생산되지 않는다 해도, 콜세어의 조국이 어디인가? 미국이다. 또 미국은 좋은 의미에서건 그렇지 않은 의미에서건 전쟁을 끊임없이 하는 나라다. 따라서 이 해적도, 베트남 말고도 여러 차례 조국을 위한 전투에 참가한다.


그라나다 침공, 파나마 침공, 중동 베이루트에서 시리아 미사일 포대와의 전투. 뒤이어 리비아와의 작전. 그리고 최근에는 제법 큰 전쟁에 참가하려, 사막의 하늘로 날아간다. 걸프전이다.



*걸프 전 때, 비지(흐리게 하는 위장 색)로 사우디 사막 위를 나는 미 해군 A-7 콜세어. 출처: wikipedia.org



가성비 갑, 최고의 공격기



어떤 부문이나 마찬가지로, 군사 항공 쪽에도 세계적 전문가들이 있다. 그중 한 사람 빌 건스톤(Bill Gunston). 영국 공군에서 직접 전투기를 몰았고, 또 후배들을 양성하기도 했던 실전과 이론 모두 가진 꽤 괜찮은 군용기 전문가.


당연히 그의 저서 "모던 파이팅 에어크래프트(MODERN FIGHTING AIRCRAFT)"에도, 이 콜세어에 대한 게 나오는데, 그는 아예 첫머리에다 이렇게 쓰고 있다.


"One of the most cost/effective, dedicate attack aircraft, ever built."


"가성비 최고의 군용기 중 하나, 그리고 매우 헌신적인 공격기, 여직 출현한 비행기들 중에."



*빌 건스톤의 책, 현대의 군용기(MODERN FIGHTING AIRCRAFT). 출처: 소장도서



하지만 700대를 못 채우고, 단종될 운명을 맞는 해적. 그런데...



한국 공군이 도입한다면?



필자가 볼 때, 이 해적들. 한마디로 한국형 맞춤 공격기다. 폭탄과 미사일을 대량으로 달고 가, 갖고 간 것들을 다른 어떤 전폭기보다 정확히 명중시킨다. 그렇다고 가격이 비싼 것도 아니고, 유지비도 저렴하다.


게다가 터프(?)하기까지 하니, 한국 공군이 꼭 욕심내야 할 만한 기체 아닌가? 만약 이 해적들이 태극마크를 달게 되면, 북한한테 굉장한 스트레스로 작용하리라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폭탄과 미사일을 거의 7톤 가량 달고, 언제라도 평양을 잿더미로 만들 수 있으니.




*해적의 살벌하면서도 다채로운 무장. 동체 옆에는 공중전 용, 사이드와인더. 그다음 하얀 건 250 갤런 연료 탱크. 그리고 가운데 길고 시커먼 건, 페이브 웨이 2 레이저 가이드 폭탄. 또 바깥쪽엔 월 아이, 공대지 미사일이 달려 있다. 출처: 4.bp.blogspot.com



그런데 이런 하드펀처를 우리 공군이 도입할 뻔했다. 아니... 할 뻔한 게 아니라, 거의 99프로 도입이 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도입 규모가 1백 대 이상이 될 게 확실했다. 그야말로 대량 도입이다.


A-7의 생산 시설을 사오려고 했기 때문. 그러니까 공장 전체를 사들인다는 얘기.



한국과 미국의 거래



미 해군기의 명문이면서 F4U 콜세어, F7U 컷트라스, F8 크루세이더 등 항모 탑재용 전투기들을 시리즈로 만들어 오던 보트 사(예전에는 링 템코 보트, LTV. 또는 찬스 보트라 했다)는 A-7 콜세어의 생산 공장 문을 최종적으로 닫는다.


그런데 얼마쯤 뒤, 극동의 먼 나라에서 연락이 온다. 한국이다.


“콜세어를 만들던 모든 금형, 모든 공작 부품을 팔아라.”



한국이 콜세어를 만든다.



라이센스 생산이 아니다. 조립라인을 비롯해 공장 전체를 다 사가겠다는 것. 소련이 더 이상의 디젤 잠을 건조하지 않자, 중국이 디젤 잠 로미오 급 건조 시설을 헐값으로 도입한 것처럼. 보트 사에겐 엄청난 희소식.


현대 전투기나 공격기의 부속은 보통 30만 개! 물론 그중 겹치는 것도 많고, 또 하청 생산하는 것도 있으나, 어쨌든 숱한 금형과 관련 공작 기계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들을 죄다 고철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국이 그걸 다 사겠다니, 신이 날 수밖에.


한국은 한국대로 이익이다. 무수한 금형들을 뜨기 위한 시간이나 돈도 들어가지 않고, 공작 기계도 따로 필요 없다. 따라서 이건 전투기나 공격기를 만드는 데 있어, 가장 빠르고 가장 경제적인 길.


더구나 그게 어떤 기종인가? 하드펀처 A-7 콜세어다. 한국 공군이 엄청 강해지는 길. 따라서 이 거래는 별문제가 없어 보였다.


미국이 가장 예민하게 생각하는 건 기술 유출. 그러나 콜세어는 전투기가 아닌 공격기다. 초음속이 아닌 아음속 기. 기술 수준으로 봐도 전투기보다 한 차원 아래다.


물론 콜세어 속에도 당시 수준으로서 꽤 괜찮은 전자 장비들이 장비됐다고 하나, 그걸 절충하거나 빼 버리면 문제는 간단해진다. 더구나 이 A-7 콜세어의 오리지널이 어떤 기체인가? 한 세대 전에 설계된 F-8 크루세이더 전투기다. 따라서 상담에 걸림돌 될 만한 건 제로!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문제가 생겨버렸던 것이다. 기술적인 것도 아니고, 가격에 대한 차이도 아니고, 의외의 문제였다. 하나는 한국의 정치 상황이었고, 또 하나는 거기에 대한 미 의회의 태도.



의회의 반대



의회가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아니, 한국은 동맹국 아닌가? 동맹국이 공짜로 달라는 것도 아니고, 용광로에 고철로 들어갈 것들을 적당한 가격으로 사 가겠다는데 왜 반대를?


이유가 있었다. 당시는 1970년대 말, 지금과 다른 시대였다. 박정희 대통령이 거의 30년이라는 세월을 대한민국 유일무이한 일인자로 있던 시절. 그래서 그 오랜 1인 천하 세월의 피로감과 모순점이 계속 드러나던 시설.


따라서 한국의 사정은 매우 흉흉했다.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었고, 당연히 정부는 이것을 맹렬히 탄압하던 어두운 시대. 그래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나, 정부, 그리고 체재에 대한 일체의 비판도 용서받지 못하던 시대.


따라서 워싱턴과 청와대 사이는 좋지 않았다. 특히 당시의 백악관은 민주당 출신 카터가 있던 때, 그는 박정희 대통령을 매우 불신했다. 뿐만 아니라 의회 분위기 역시 그 비슷하게 돌아갔다. 그래서 제동을 건 것이다.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나라에, 이전시킬 수 없다!”


물론 이 A-7 공격기 이관 건에 대해 국내에선 일체 보도된 바가 없다. 아마 알았다 해도 보도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시대가 그런 시대였으니까. 아니면 또 기자들이 몰랐을 수도 있다.


그런데 얼마 뒤,대한민국을 뒤흔드는 사건이 일어난다.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그리고 5공 정권 들어, 이전부터 해 오던 F-5E 타이거 라이센스 작업을 진행, 2인승 LEAD IN FIGHTER(그 기종의 입문용 복좌 훈련 전투기) F5F를 국산 전투기, 제공호라는 이름으로 발표한다. 당시 아카데미 과학에서 프라모델로 출시된 그 기체.


따라서 이제 한반도의 하늘을 날아다니는 건, 해적들이 아니라 노스롭 사의 전투기 F-5E와 F5F 타이거들. 콜세어 2는 한국의 하늘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린 것이다. 보트 사의 공장에 있던 그 설비들도, 아마 고철용으로 사라져 버렸을 테고.



만약, 한국에서 생산됐더라면?



If... 그런데 이 기체가 한국에서 생산되고, 80년대부터 대량으로 장비됐다면? 한국 공군은 영공 방위의 차원을 넘어, 강력한 타격력을 가진 파워 공군으로 자리매김 하지 않았을까?


당시 한국 공군의 하드펀처는 F-4 팬텀이었다. 실질적 탑재량은 6톤 정도. 그러나 전문 공격기가 아니다. 주 임무는 공중전 전투. 기본 무장으로 중거리 스패로우 미사일 4발, 단거리 사이드와인더 4발을 달고서 뜬다. 따라서 대지 공격 역량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팬텀의 용자, 우리 공군도 보유했던 C형인데, 미 공군으로선 유일한 베트남 전 에이스 ‘스티브 리치’의 기체다(공기 흡입구 앞의 미그기 격추 마크 5개 참조). 그런데 팬텀 C형엔 자체 기관포가 없어, 스패로우 미사일 4발과 함께, 발칸포 6연장 포트를 따로 장착한다. 여기에 사이드와인더까지 달면, 아무래도 폭탄 등을 매달 공간이 줄어든다. 출처: pre15.deviantart.net



팬텀은 또 공격 정밀도에 있어서도, 해적들한테 뒤진다. 해적의 기수에는 대지 공격용 전자 장비들로 차 있으니까. 어찌 됐건 이 해적들은 지상 타격에 있어, 프로들 아닌가?


기종 명칭에도 다른 건 붙지 않고 공격자라는 어태커(Attacker)의 캐피털 레터 A가 붙어, A-7 콜세어가 됐으니까.



인연이 없었나? 아쉬운 마음. 그러나...



그런데 이 북아프리카 해적들, 우리하고는 인연이 없었던 모양이다. 미 의회 반대로 불발이 된 것도 된 거지만, 주한 미 공군 비행대로도 이 해적이 단 한 번도 우리나라에 온 적이 없는 것 같으니까.



아쉬움, 그리고 국산 공격기



아무튼 이 해적, 콜세어... 참 아쉬운 공격기다. 진짜 우리나라에 도입되었다면, 국민들과 공군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을 기체였다. 북한이 도발 행동을 할 때마다. 우리 국민은 그 날개 밑에 무수히 달려 있는 폭탄을 보며 안심하고, 동시에 그것은 북한을 향한 보복과 응징의 이미지로 생각되었을 테니까.


그러나 그 아쉬움을 달래줄 만한 것들이, 지금 돌이켜 보면 또 몇 가지 존재한다. 70년대 말 이관 얘기가 있었던 그때부터, 이 땅에 전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이다.


전폭기들이 북쪽으로 날아가고, 저들 침공기들을 우리 전투기가 요격하는 그런 대규모 전쟁이 없었다. 그러니까 A-7 콜세어 기를 대량 장비해도 쓸 필요가 없었던 평화의 시대.


또 하나는 국산 공격기 얘기다. 우리 스스로가 전문 공격기에 가까운 기체를 개발하고(A-50), 물론 그걸 다시 업그레이드해 다목적 전투기인 FA-50으로 발전시켰다는 사실이다. 어쨌든 A(어태커)라는 게, 들어가는 기체들 아닌가?



*전투와 공격 겸용 멀티 플레이어 FA-50. 출처: edfeg71.deviantart.com






[다음 글]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군이 도입할 뻔했던 전투기, 쌍꼬리의 악마 P-3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