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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기갑부대, 일주일이면 부산까지 진격한다고?

천하무적 북한 기갑부대



얼마 전 지인이 이런 얘길 한 적이 있다. 무협소설에다가, 최근엔 이순신 관련 책도 쓴 작가인데.


“북한 탱크는 무지 쎄다며?”


순간 머리가 복잡해졌다. 이걸 어디서부터 얘길 해 줘야 하나? 사통장치(사격통제 장치)니 뭐니 그런 건 어렵고... 그래서 먼저 꺼낸 게 이거였다.


 “탱크는 장갑이 중요하잖아? 그런데 걔네들 게 오죽하겠어? 포항제철이 쇳물을 공급해 주는 것도 아니고.”


사실 똑같은 장갑 두께라 해도, 품질이 나쁘면 쉽게 깨지거나 뚫린다. 제2차 대전 시의 일본 탱크가 그런 예인데, 제철, 제강 능력이 미국에 한참 떨어져, 가뜩이나 얇은 장갑은 소구경 포에도, 쉽게 뚫리거나 쩍쩍 금이 가곤 했다. 북한의 주력 탱크인 천마호 시리즈도 마찬가지 아닐까? 소련의 T-62 탱크를 라이선스 생산한 이 물건은, 포탑이 완전 주조(鑄造)식이다.


주(鑄)라는 한문 자체가 ‘쇠를 부어 만들 주’듯이, 먼저 틀을 만들고 놓고, 거기에 쇳물을 부어 단번에 포탑을 찍어낸다. 요즘의 복합 장갑 포탑들하고 비교하면, 너무도 올드한 방법. 그러나 포탑 아래쪽 차체는 더 간단하다. 100밀리 두께의 균질 압연강판을 사각으로 잘라, 그대로 용접하니까. 9만 대를 생산해 낸 T-54, 55처럼, 적당한 성능의 중급 탱크를 한 대라도 더 많이 만들어내, 숫자로서 압도하자는 소련 식 제조 방법이다.



*냉전시대 중기의 대표적 소련 전차 T-62. 포탑은 한 번에 찍어내는 일체형 주조, 차체 전면은 사각형 압연강판이 용접돼 있다. 사진출처: zh.wikipedia.org



어쨌든 이 탱크는 1961년부터 소련에서만 2만 대, 체코슬로바키아에서만 1천5백대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소련은 딱 10년이 지난 뒤인 1971년 단종시켜 버린다. 생산 기간은 약 10년. 그런데 수십 년이 지난 뒤에도, 계속해 만들어내는 곳이 있으니, 극동 아시아 쪽의 자칭 지상낙원이고 자칭 강성국가라는 북한이다.


그들은 T-62를 라이선스 생산하면서, 이를 천마호라 칭하곤 계속해서 가, 나, 다를 비롯해 후기형을 만들고, 포탑과 차체 등에 다시 장갑판 등을 덧대거나, 하면서 폭풍호, 선군호 등을 다시 또 내보낸다.



*천마호 후기형. 사진출처: blog.naver.com/ds1jxm



*선군호. 사진출처: wikimedia.org



그러나 40년도 더 된 옛날에 단종된 이 소련 탱크가, 무슨 뛰어난 능력이 있을까? 물론 폭풍호와 선군호에 와서, 추가 장갑이라든가 사통장치를 업그레이드시키고 로드 휠을 보탰다 해도, 탱크 자체의 펀다멘탈은 엄연히 60년 대 수준이다.


더군다나 북한의 그 저급스런 공업력으로 만들어냈다 하니, 지금의 21세기 형 탱크들과 전쟁터에서 만났을 때, 제대로 견뎌 내겠는가? 그런데 북한 탱크가 엄청 쎄?


“북한 기갑부대가 내려오면, 못 막는다면서요?”


그 이유 중 하나로 꼽는 게 있다.


“탱크의 주포부터가 우리 것보다 크잖아?”


사람들이 조금 착각하는 게 있다. 북한의 115밀리 전차포가 우리 105밀리보다 우월하고, 역시 또 선군호 125밀리가, 우리 120밀리보다 위라는 생각.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 쪽 105밀리가 북한의 115보다 낫다. 그리고 러시아의 125밀리 포가, 서방측 105밀리를 조금 상회한다고 본다.


허나 우리에겐 또 K1A1탱크와 K2 흑표에 장착된 120 밀리 포가 있지 않는가? 125밀리를 능가하는 120밀리 포. 아니 왜 포탄이 작은데도 큰 거한테 안 밀린다고? 무기의 계량적 비교는, 오류를 동반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옛 소련제 무기와 서방측 무기의 비교에선 특히 더 그렇다. 탱크는 종합 기술력과 과학의 산물이기에, 수치만으로 비교 불가능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아전인수 격 이야기 아닌가? 그리고 팩트가 있는 이야기인가?



한국군 탱크 105밀리 주포의 뿌리



우리 탱크 M48A5K와 K1의 105밀리 주포는 오리지널이 영국이다. 그 유명한 왕립 병기창(Royal Ordnance)의 탱크 포 L7. 이 포가 나왔을 때 워낙 성능이 좋아, 미국도 자체 개발을 포기하고 라이선스를 획득, 당시 대부분의 자기네 탱크에다 장착한다. M48후기형과 M60 슈퍼 패튼이나 M1 에이브럼즈(처음엔 에이브럼즈도 이 영국제 105밀리였다)가 바로 그런 탱크들이다. 그리고 이 포의 명칭을 M68이라 붙였는데, 다시 우리가 그 설계도를 사들여 라이센스 생산, M48A5K에 처음 달았고, 뒤이어 K1탱크에도 단다. 그래서 우리 국군의 정식 주포 명칭은, 미국의 M68에 K자 하나를 덧붙인 KM68이다.



*KM68 105밀리 주포가 장착된 M48A5K. 사진출처: cafe.naver.com/eu1941



*K1. 사진출처: globalmilitaryreview.blogspot.com



그러나 대한민국과 미국만이 이 포를 단 게 아니다. 성능이 워낙 우수하기에 서방측 탱크 대다수는 물론, 여타 나라들조차, 자기네 탱크에다 이 L7을 단다. 독일의 레오파드 1형과 2형은 물론이고, 유명한 스웨덴의 무포탑 전차 S-탱크도, 이스라엘의 메르카바 1형과 2형, 스위스와 이태리, 브라질의 국산 탱크와 인도의 비야얀타, 그리고 이웃 일본의 74식 탱크도 달았으니, 형태와 나라는 달라도 주포는 모두 영국제 L7와 뿌리를 같이 하는 셈이다.



*우리 탱크와 같은 주포를 장비한 메르카바 탱크. 사진출처: israeli-weapons.com



*역시 L7 주포를 장비한 스웨덴의 매복 탱크 ‘S’. 사진출처: data.primeportal.net



아니 중국도 L7을 사용해?



그리고 또 웃기는 케이스가 있는데, 중국이 이 포를 ‘오스트리아’로부터 들여와, 돈도 안 내고 무단 라이센스 생산, 지금도 자기네 현역 기갑부대용으로 대량 장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소련제 T-54, 55의 100밀리 포 후계로, T-62의 115밀리를 쓰는 게 순서였으나, 중국은 그렇게 하지 않고 L7을 택한다. 그리고 수출도 엄청나게 많이 했다.


후세인의 이라크가 이란과 전쟁을 할 시절, 무려 2천여 대의 탱크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했다는데, 그 탱크의 주포는 대부분이 다 무단 라이센스한 L7이 달려있었을 것이다. 물론 쓰는 나라가 많다고 해서, 또 같은 공산주의 국가로 무수한 소련제 무기를 라이센스 생산하거나, 데드 카피(dead copy)했던 중국이, 쓰지 않는다고 해서, 소련제 115밀리 포를 평가절하할 수는 없다.


세계 최초의 활강포로서, 분명 그 관통력의 뛰어남을 인정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탱크 왕국 소련이 2만 대 가까이 생산한 주포 아니던가? 한 방이면 나토군 탱크를 잡는다는 믿음이 있기에, 주포로 택했을 것이다. 그런데 전쟁은 혼자 폼 잡는 게 아니다. 상대와의 싸움이다. 따라서 나토의 탱크를 잡으려면, 역시 그들의 L7 주포와 맞닥뜨려야 하는데, 소련의 해체와 함께, 유럽 평야 지대에서의 대결은 벌어지지 않았다 해도, 여타 다른 분쟁지역에선 이 탱크들의 대결이 어떤 땐 소규모로 어떤 땐 대규모로 벌어진다.


결과는... 영국제 105밀리의 압승. 물론 승무원의 훈련도와 지휘관의 능력, 전쟁터의 지형 등이 변수로도 작용했겠으나, 어쨌든 소련제 115밀리 포의 T-62 전차는 신통한 능력을 나타내지 못 했다. 더군다나 어떤 조건에서는 형편없이 떨어진다는 점도 발견된다. 그 경우가 어떤 것인가?


이스라엘은 T-62를 대량으로 포획한 뒤, 주포가 되는 115밀리 포를 세밀히 테스트한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을 알아낸다. 가까운 거리에선 제법 잘 맞고 관통력도 좋은데, 조금만 거리가 떨어지면 명중률의 형편없는 추락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1킬로 거리에선 명중률 60프로... 나름대로 준수했다. 그러나 1.5킬로에서는 30프로로 반 토막. 그러니까 3발을 쏴도, 겨우 1발, 맞출까 말까 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게 2 킬로가 되면 형편 무인지경으로 다시 15프로로 떨어져 버렸다. 7발을 쏴야 겨우 1발 명중, 아예 안 쏘는 게 나을 지경이었다. 더 나아가선 전쟁터를 즉각 이탈, 줄행랑을 놔야 될 수치였다.


전차 전투에는 이런 말이 있다.


"3발을 쏴야 맞출 수 있다면, 그전에 이미 죽은 목숨이다"


그런데 그건 흘러간 냉전 시절 이야기이고, 지금은 아마 2발도 아닌 1발로 줄어들었을 것이다.


"첫 방에 맞추지 못 하면, 거의 80프로 사망"


지금의 서방측 탱크는, 1킬로 거리에서 80프로 명중률을 보인다. 거의 뭐 첫 발에, 상대를 ‘철의 관짝’으로 만든다는 이야기 아닌가? 그런데 소련제 T-62는 이것 외에도, 다른 문제가 있었다. 제2차 대전 이래로의 소련 탱크의 좋지 않은 전통 ‘인간공학적인 면과 그리 상관없음’... 이런 전차 철학(?)으로 인해, 첫 발을 쏜 후 두 번째, 세 번째 발을 계속 땡기려면,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는 점이다. 아니, 첫 발이 빗나가면, 재빨리 후속타라도 날려야 되는데, 그것도 느려터져?


이스라엘 군이 계산 해 보니, 1킬로 거리면 1분에 겨우 2발. 1.5킬로에선 그것도 1발로 줄어들었다.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냉면 그릇 엎어놓은 듯한 작고 납작한 포탑은, 밖에서 보기에 피탄 면적이 줄어들어 좋을 것 같지만, 그 안의 탱크병들은 그게 아니다. 전투 시에는 완전 죽을 맛. 운신이 마음대로 안 되는 비좁은 실내에, 여러 장치들이 삐죽삐죽 나와 있다. 그래서 재빨리 다음 탄 장전하기에 애를 먹고, 거기에다 또, 일단 쏜 다음의 탄피를 배출장치도 빠르지 못 하고... 많은 숫자의 예비 탄환도 차체에 저장해 놓고 있다. 포탑이 좁기에 어쩔 수 없이 차체 쪽으로 내린 것이다(T-62는 보통 40발을 갖고 다닌다).


그런데 서방측 탱크는 어떤가? 특히 발사 속도. 이스라엘에선 공표를 하지 않기에, 똑같은 L7, 105밀리 포를 장착한 스웨덴 무포탑 S-탱크의 경우를 참고하면, 보통 1분 안에 12발을 쏘는데(이를 표준 발사속도라 한다), 그 거리가 1킬로 이내면 ‘기대 명중탄’이라 해, 10발 정도를 맞춘다고 한다. 그야말로 엄청난 연사 속도이고 엄청난 명중률이다. 그리고 거리가 조금 멀어 1.5킬로가 되면, 기대 명중탄이 약간 떨어지는데, 그래도 그 숫자는 상대를 후덜덜하게 만드는데 있어서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 7발에서 8발이 들어맞는다고 하니까.


그러니까 한쪽은 분당 12발을 쏘고, 그중 10발을 맞추는데... 한쪽은 겨우 2발을 쏘면서, 명중은 난망(難望). 3발째까지 쏴야, 1발의 명중탄이 나온다. 이것도 1킬로 이내의 탱크전에서나 나오지, 더 먼 거리에서 전투기 벌어지면 그야말로 빠른 속도로 후퇴, 집에 가는 게 낫다. 그러니 어떻게 이집트나 시리아 탱크가, 이스라엘을 이길 수 있을까?


이스라엘 탱크들이 보통 10대 1의 킬 레이쇼를 올린다는 게, 그리 큰 과장도 아니며 무리도 아닌 이유가 여기 있었던 것이다.(그리고 이것은 북한 탱크와 우리가 싸운다고 했을 때, 제법 많은 참고가 될 만한 부분이기도 하다. 북한의 천마호 시리즈가 아랍 쪽과 주포가 똑같고, 우리 국군의 M48A5K나 K1은 이스라엘이나 스웨덴 S탱크와 같은 주포와 함께 그 이상의 사통장치를 쓰기 때문이다.)



*L7계열 105밀리 포를 장비한 이스라엘 백인대장 센추리언. 아마 이스라엘에서 가장 많은 아랍 탱크를 격파했을 것. 사진출처: davidpride.com



중동과 판이하게 다른 한반도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북한과의 전차전이 일방적 게임이 된다는 건 아니다. 한반도 지형은 이스라엘과 다르기 때문이다. 툭 터진 지형이 드물지 않은가? 따라서 T-62 계열인 북한 탱크들의 단점은, 그리 크게 드러나지 않고, 우리 탱크 주포와 사통장치의 고급스러운 능력도 어필 안 될 수 있다.


저들 주포가 풀(full)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단거리 전투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 지형인 까닭이다. 그러나 저들이 쳐들어오고, 기다리는 게 우리라면, 얼마든 유리한 장소를 찾아 대기할 수 있다. 적어도 1~2킬로 이상, 시야가 확 트여, 멀리 내다볼 수 있는 데가 경기도 북부 1번 도로와 3번 도로상, 어디엔들 없을까?


특히 전방으로 논이나 밭이 오픈돼 펼쳐진 곳, 아니면 저쪽 멀리 개활지가 있고, 북한 탱크들이 진입할만한 도로가 내다보이는 장소, 아무리 산과 언덕이 많은 한반도 지형이라 해도, 그런 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래서 고갯길이나 얕은 구릉, 또는 논 뚝 아래에 위치해, 멀리서부터 나타나는 북한 탱크들을 한 대, 한 대, 아니면 도매금으로 충분히 때려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에서는 탈북 북한군 군관(장교) 이야기라며, 이런 기사를 내보낸다.

“북한 기갑부대, 3일 만에 서울을 점령하고, 일주일 안에 부산까지 쳐 내려간다.”


안보 과잉론자들도, 여기에다 또 기름을 친다.

“부산까지 갈 기름을 어떻게 하느냐고? 남한에는 주유소가 가는 곳마다 있다. 바로 그걸 쓴다.”


인터넷에서 필자가 직접 본 글이다. 나름대로 군사 전문가라 하는 사람이, 자기가 운영하는 군사 사이트에다 쓴 글. 정말이지 블랙 코미디도 이런 블랙 코미디가 없다. 그리고 이쯤 되면 안보 전문가가 아니라, 안보 사이코다. 아니 기름을 우리 주유소에서? 


쓰나미가 일본을 덮쳤을 때, 아는 목사님이 직접 재난구호 현장으로 달려갔는데, 그분께 들은 얘기가 있다.


“재난당한 사람한테 제일 먼저 필요한 건, 뜨거운 음식이거든, 그래서 슈퍼마켓으로 달려갔는데, 웬걸 컵라면도 여러 개 못 사. 사재기할까 봐 일본 정부가 못 하게 하는 거야.”


여담이지만, 나중 한국계 무역회사 사무실에서, 인스턴트 국산 삼계탕을 대량 구입, 그걸 갖다 줬다고 한다(물론 일본 사람들은 완전 스바라시!).


전쟁이 터지면 유류는 가장 중요한 전략 물자가 된다. 사람은 두발로 움직이지만, 탱크와 차량, 모든 군용기, 군함은 유류로 움직이니까. 그래서 대한민국 내 모든 유류가, 정부 통제 하에 들어가리라는 건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아니, 그전에, 모든 주유소 기름통은 텅텅 빈다. 뻔하지 않는가? 담배 값 오른다고 애연가나 판매상들이 사재기를 하는데, 전쟁이 임박해 오면, 동네 주유소 기름들 그대로 있을까? 


그런데 그 살벌한 전시상황에, 북한 탱크들이 휴전선 뚫고 우루르~ 굴러오면, 주유소마다 기름을 꽉꽉 채워놓고 기다리나? 북한 탱크병한테, 또 이용해 달라며 휴지나 생수를 서비스로 주면서? 아니 그 사이코들 말대로, 주유소에서 기름을 보충한다고 해 보자. 그런데 40톤짜리에 1천 마력 엔진으로 추정되는 선군호 같은 건, 누구 코에 뭘로 바르나?


일본의 탱크 전문 잡지 ‘PANZER(독일어로 장갑이라는 의미)’에 이런 게 연재된 적이 있다. 육상 자위대 초기, 미국한테서 받은 2차 대전 형 탱크, M-4 셔먼을 정비했던 기술자 회고록. 


‘셔먼 1대가 움직일 때, 우리 자동차 20대 분의 기름이 든다’


물론 당시의 일본차는 경(輕) 승용차나 소형이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어쨌든 20대 분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북한 기갑부대는 어떻게 될까? 제2차 대전 형 셔먼보다 기름 소비가 더 클 것이고, 그것도 1대가 아닌 대량의 전차들이 기동 한다. 북한의 820 전차 군단은 자주포나 대공 전차 등을 빼고, 주력 전차만 600대라는데, 이게 부산까지 갈 때의 연료를 생각해 보자. 천문학적인 양이 필요한 건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그리고 그 연료를 대주기 위해 역시 어마어마한 숫자의 유조 트럭은 물론 포탄 트럭 등이 따라 가줘야 한다.


걸프 전에서 미군의 M-1 에이브럼즈는 용명을 날렸다. 쾌 진격을 하면서 맞닥뜨리는 이라크 탱크들을 보이는 데로 부셔버렸다. 5킬로나 되는 초 장거리에서 한 방에, 부셨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이 탱크의 치명적 결점은 이야기되지 않았다. 연료를 너무 많이 잡아먹는 가스 터빈 엔진. 전투에서는 무류의 능력을 발휘하나, 그 전투능력을 계속 수행하게 할 연료 보급, 여기에 있어서 문제를 보인 것이다.


어떤 땐 3시간마다 기름을 대 줬다고 하니 이 얘긴 다른 말로 무엇인가? 대형 유조 트럭들이 뭐가 빠지게 계속 따라가 줘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북한 탱크들이 에이브럼즈만큼의 ‘기름 소비 왕’이 아니라 해도, 분명 대량의 기름이 계속 보급돼야만, 한반도 아래쪽으로 진격할 수 있다. 더군다나 기갑 부대라는 게, 탱크만으로 이뤄지나? 전혀 그렇지 않다. 



기갑 부대는 복잡하다.



부대가 거칠 것 없이 전진하려면, 여러 종류의 지원 탱크와 무수한 수반 차량과 서포트해 주는 보병 병력이 필요하다. 부대가 진격할 때, 상대방은 비단길을 만들어 놓나? 아스팔트를 깔아, 부드럽게 전진하시라고 서비스 해 주나? 천만의 말씀이다. 대전차 지뢰를 깐다. 다리가 있으면 다리도 끊고, 개천에는 전차가 통과 못 하도록 시멘트 블록으로 장애물을 만든다. 그리고 웬만한 곳에는 대전차 방벽을 쌓는다. 


아마 서울 북방을 다녀 본 사람들은 심심치 않게 이 방벽들을 목격했을 것이다. 따라서 ‘지뢰 제거 전차’가 있어야 하고, 적이 후퇴할 때 끊어놓은 다리를 다시 잇는, 브릿지 레이어 탱크, 즉 ‘교량 전차’도 필요하다. 또 대전차 방호벽 같은 걸 부수기 위해, 엔지니어링 탱크(공병 전차)도 추가된다. 그리고 또 있다.

이게 없으면 큰 일 난다. 몇 분 만에 전차 부대는 작살날 수가 있으니까.


하늘을 커버하는 대공 전차다. 전차가 가장 취약한 게 하늘로부터의 공격이다. 비교적 소구경 기관포라도 내려 꽂으면서 쏘면 전차 윗부분이 숭숭 뚫리니까. 제2차 대전 시의 대(對) 지상 공격기 마크 중, 상당히 재미있는 게 있다.


"병따개"


병따개로 뚜껑을 따듯, 탱크 포탑을 딴다는 건데, 북한이 대공전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래서 37밀리 포를 쌍발로 한 M-1992형, 57밀리 포를 쌍발로 한 M-1985등의 대공 전차를 개발해, 기갑부대 편제 하에 꽤 많은 수를 집어넣고 있다.



*37밀리 쌍열포의 북한 M-1992형 대공자주포. 사진출처: military-today.com



물론, 이 여러 가지 지원 전차 얘기는 진격하는 전방 쪽을 포격으로 도와주는 자행포(북한의 자주포)나, 보병들을 태운 장갑차, 트럭 등은 제외하고 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심각한 에너지난 속의 북한이, 이걸 다 어떻게 움직이나? 그리고 또 전쟁은 하루나 이틀이면 하나? 지속적으로 연료들을 대 줘야 한다. 탱크나, 자행포, 트럭 등의 엔진은 길 옆 개천에서 물 떠다 부으면, 가는 게 아니니까.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쪽에 속하는 북한이, 밤이 되면 아예 불도 못 켜는 북한이(까만 위성사진...), 대규모 기갑부대를 가동시켜, 3일 만에 서울을 점령하고 부산까지 계속해서 내려 가?


천부당, 만부당한 말씀이다. 만약 저들이 휴전선을 부수고 내려온다면, 연료는 나중 문제로 치더라도 아예 그 날로 녹아버릴 것이다. 물론 820 전차 군단이나, 기계화 군단들은, 초장부터 내려오는 게 아니고, 전연 부대가 돌파구를 만들어 놓은 뒤, 밀고 내려와, ‘점령 지역 확대’로 쓰인다고 하는데, 미안하지만 확대고 나발이고, 그런 일은 생기지 않는다.


드문드문 평지가 있다고 하나, 한반도 지형이라는 데가, 탱크의 대량 전진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평지가 있다면 그다음은 고갯길이 나오고, 외길이 나온다. 히말라야 산맥 속에 자리 잡은 네팔이나 알프스 산맥 속에 있는 스위스 빼고는 산이 가장 많은 나라일 것이다.


세상 어디, 그 나라 수도 안에 산이 이렇게 많은 나라가 있을까? 런던, 파리, 로마, 거기에 도쿄까지, 다른 나라 수도의 호텔에서 잠을 자고 난 뒤 창문을 열어봐라, 산이라고는 도통 보이지 않는다. 그저 끝없는 평지에 끝없는 집들이지...


그런데 서울에는 북으로 도봉산, 북한산에다 동쪽으로 아차산, 남쪽으로는 관악산, 하다 못 해 청와대조차 산 밑에 자리 잡고 있고, 그 옆으로는 인왕산이 떡하니 서 있다. 약간의 기갑 용어를 곁들인다면, 한반도는 Mechanized Infiltration, ‘기계화 부대 침투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곳이다.


그러나 지형보다 더 곤란한 건, 국군의 대(對) 전차 세력이다. 북한보다 우수한 탱크를 가진 기갑 여단 여러 개. 제1, 제2, 제3, 제5 기갑 여단. 여기에 또 M1 에이브럼즈로 이뤄진, 주한 미군도 가세한다.


그 외에 수많은 보병 수행 대전차 화기, 예를 들면 러시아제 메티스와 토우, 106밀리 무반동포와 90밀리 무반동포(포탑 정면이 아닌 다른 데를 ‘선군호’도 무력화시킬 거라 본다)가 불을 품는다. 또 ‘강철의 비’라고 하는 국군 다연장 로켓포 MLRS, 그리고 한반도 내에서 가장 치명적 파워를 자랑하는 미 2사단 210 화력 여단이, 군사 계통에서 자주 쓰는 용어 ‘뱁티즘 오브 화이어’라고, 물로 주는 세례가 아닌 지옥불로 주는 세례를 매우 몰인정하게, 그들 머리 위로 퍼부을 것이다.


그런데 그뿐인가? 하늘은 가없이 푸르고 맑다. 바로 그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전투기와 전폭기의 공격이다. 그리고 아파치나 코브라, 후이 500MD의 대전차 헬기 공격. 그래서 북한 기갑차량들은 이 모든 무기들에 의해 욱여쌈을 당해,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인민무력부 산하, 편제에서 영구히 사라진다.


그런데도 북한의 전투력을 줄기차게 과대평가하고, 북한군 우월 론과 함께 북한 기갑부대의 공포스러움을 주장하는 인간들이 있다면(지금도 각종 보수언론을 필두로, 소위 군사 평론가라는 양반들이 이런 일을 계속해 오고 있다), 글쎄 뭐 어떻게 하겠는가? 지들은 지들 나름대로 조국의 안보가 걱정돼 하는 짓일 수 있고(그들의 조국이겠지만), 또 언론은 언론대로 대한민국에서 은근히 수지맞는 업종인 ‘안보 장사’를 계속해 이익을 봐야 하겠고, 그들에게 이런 걸 코앞에 들이밀고 싶다.


요점 정리 같은 건 별로 해 본 적 없는 필자가, 그래도 북한 탱크들이 박살 날 수밖에 없는 이유 몇 가지를 정리한 거.



북한 기갑부대 필패 조건, 5가지



첫째, 한반도가 기갑부대 운용에 매우 부적합하고, 침입자 편도 아니다. 대규모 기갑부대로 밀고 오다가는 떼죽음 당하기 안성맞춤인 지형이다.


둘째, 북한에는 대량의 기갑부대 이동용 기름이 없다. 또 기름을 옮길 수송수단도 빈약하다.


셋째, 우리 탱크들이 워낙 우수해, 나타나면 작살낸다. 주포, 사통장치, 그리고 장갑 같은 게 저들보다 몇 수 위니까.


넷째, 국군 탱크 외에도 보병 수행 대전차 무기가 즐비하다. 그들은 견교한 대전차 진지에서 사냥을 한다.


다섯째, 북한 탱크들은 공중공격에 그대로 노출, ‘병따개’가 아닌 ‘포탑따개’ 전문가들이 하늘로부터 쇄도한다. 우리 공군과 미군 파일럿이다.


그렇다. 지금 열거한 다섯 가지 조건들. 어느 것 하나 필자 개인의 낙관론에 의해, 쓰인 게 아니다. 모두가 팩트이며, 모든 조건에는 리얼리티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북한 기갑부대가 내려오면, 필시 궤멸당하며, 녹아버린다.


60년도 더 된 옛날, 단 2대의 탱크로 서울을 점령했다는 저들 인민군 땅크 부대의 전설이며 자랑이자, 김일성 일가가 가장 아끼는 ‘근위서울 류경수 제105 땅크 사단’. 이것들도 휴전선을 넘어 내려온다면, 그 날로 우리 국군의 복수의 대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안 된다. 그 오래된 치욕을 씻어버리는 계기가 될 뿐이다.


이것은 당연한 결과다. 국력은 경제력이고, 경제력은 곧 전투력인 까닭이다. 그런데 저들은 세계 최빈국 대열에서 허덕인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군대를 유지한다. 조금 과장을 해 보면 빈사상태의 군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저들보다 1인당 GDP는 60배나 많다. 말이 60 배지, 입이 딱 벌어지는 어마어마한 차이다. 거기에 인구도 2배가 넘는다.


그런데 어떻게, 저들 기갑부대가 서울을 점령하고, 부산까지 내려간단 말인가? 기름이 없어, 10년에 딱 2번 기동훈련을 한다는 북한 기갑부대가.


그래서 이제 어떤 네티즌의 말을 빌려, 이 글을 마치려 한다. 예전 인터넷에서 봤던, 개념에 엄청 풍부했던 것으로 기억되는 한 네티즌의 말이다.


“북한 탱크가 내려오는 날, 그 날로 고철 값은 대폭 다운된다.”


옳은 말이다. 그리고 그땐 경기도 북부 쪽 맛집 탐방은 당분간 삼가야 할 것이다. 아래 나열된 사진에서처럼 걸프전 직후 탄생했던 그 ‘죽음의 하이웨이’가 1번 도로와 3번 도로 상에 생겼기 때문이다. 끝없이 널려져 있는 탱크와 장갑차, 트럭들 잔해. 그걸 치우려면 시간이 꽤 걸릴 테니까.



*지옥의 하이웨이. 사진출처: http://en.wikipedi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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