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한국 공군 전투기 세력의 라인업. 팬텀에서부터 타이거, 파이팅 팰콘, 이글, 그리고 국산 FA-50. 출처: airheadsfly.com
태극 마크를 단 전투기는 여러 종이다. F-5E 타이거, F-4E 팬텀, F-16 파이팅 팰콘, 국산의 전투공격기 FA-50 파이팅 이글. 그리고 F-15K ‘슬램이글’ 같은, 고급 기종이 하이(high) 쪽에 있다. 그런데 이중 가장 많은 대수는? 아무래도 타이거다. 오래 동안 대한민국의 상공을 지켜 온, 작지만 절대 만만치 않은 전투기.
*F-5E 타이거, 한국 공군의 타이거로선 보기 드문 얼룩무늬 위장이다. 출처: afbase.com
북한은? 역시 미그 21이 가장 많다. 미코얀과 그레비치가 만든 미그 17, 19, 그리고 미그 23과 미그 29를 보유하고 있으나, 아무래도 주력은 21이다. 미그 17과 미그 19의 숫자도 만만치 않으나, 미그 17은 투 머치 올드(to much old). 미그 19는 아직 쓸 만은 하나, 이게 좀 조종이 까다로우면서, 역시 나이를 먹어가는 중이다. 또 미그 23이나 미그 29는 숫자가 작아, 성능으로 보나, 기체 나이로 보나, 수량으로 보나 미그 21이 주력.
그렇다면 한반도에서 공중전이 벌어질 시. 서로 맞붙을 확률이 가장 많지 않은가? 한국의 타이거와 북한의 미그 21. 하나는 날카로운 후퇴각의 델타에다, 꼬리날개, 나토명 피쉬베드다.
*루마니아 공군의 미그 21, 군더더기 없이 매우 샤프해 보인다. 루마니아에서의 이름은 창기병 랜서. 출처: airliners.net
또 하나는 완만한 후퇴각에다 끝을 자른 유사 델타익. 노스롭 사의 F-5A 프리덤 화이터에서 진화된 F-5E 타이거.
*스위스 공군의 타이거. 보다시피 후퇴각이 완만하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이게 공중전의 키(key)다. 출처: airliners.net
연료나 무장이 없는 공허 중량, 즉 자체 빈 중량이 6톤 언저리로, 그 이하면 보통 경전투기라 한다.(미라주 3은 6톤 전후라 같은 경전투기, 팬텀의 빈 공허 중량은 13톤. 그래서 팬텀은 중 전투기다.) 타이거는 4.4톤. 미그 21은 5.4톤이므로 둘 다 경 전투기 카테고리다.
좀 더 구분하면 타이거는 준 경량? 미그 21보다 1톤이 가볍기 때문이다. 무장은 중거리 미사일을 달지 않고, 모두 단거리 용 열추적 미사일 2발과 기관포 2정을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 두 경량 전투기, 예사롭지가 않다. 전투기 시장에서 최고의 베스트셀러라는 것.
제2차 대전 때의 피스톤 전투기들은 생산량이 많다. 독일의 메셔슈밋트 109는, 당시로서 작고 가벼우며 생산성이 좋아 그랬는지, 무려 3만 대를 세상에 내놓았다. 세계 최대의 전투기 생산 기록이다. 그런데 초음속 제트기 시대에 들어 와선 많이 달라진다. 엔진이 터보 제트로 바뀌는 것은 물론, 기체가 크고 복잡해져, 가격도 같이 천정부지로 올랐기 때문.
또 대규모로 벌어진 전쟁도 없지 않던가? 있다면 국지전 정도. 따라서 생산량이 그렇게 많지 않았고, 전투기 하나 개발하는데 국가 재정에 꽤 큰 지장을 준 기체도 있었다. 캐나다의 대형 전투기 애로우(Arrow)다.
이런 이유들로 해서, 초음속 전투기들의 생산 숫자는 줄어든다. 영국이 독자 전투기로는 마지막으로 내놓은 마하 2급의 라이트닝. 상승력이 매우 발군이며, 요격기로서는 최고이나, 많이 만들어 내지 못 한다. 영국 공군 외에 쿠웨이트와 사우디 아라비아 공군도 사용했지만 총 생산 대수는 337대. 베트남 전에서 숱한 폭격 작전에 참가했던 미 공군의 대형 전폭기 f-105 썬더 치프, 총 생산 대수는 833대다. 유명세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숫자.
물론 미국의 F-4 팬텀이나 F-104 스타파이터는 꽤 많이 생산됐다. 스타파이터는 최초의 인터내셔널 파이터, 그리고 팬텀은 미국 최초로 미 공군과 해군, 해병대 항공대가 동시에 쓰는 3군 공용 전투기임은 물론, 많은 미국의 우방들이 사용하는 제 2의 인터내셔널 파이터였으니.
하지만 미그 21에 비하면 상대가 안 된다. 무려 1만 대 넘게 생산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 초음속 전투기 타이틀을 갖고 있다. 그런데 약간은 애석하게도(?) 제트 전투기 중 최다 생산의 타이틀 홀더는 아니다.
초음속과 아음속을 통 털어 1위는 한국전 때의 공산권 스타였던 미그 15가, 1만 1천대의 생산 기록을 갖고 있기 때문. 그러나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미그 21이 진짜 1위다.”
왜? 중국의 미그 21 생산량을 합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중국 버젼의 해적판, 즉 J-7과 그 발달 형을 합치면 미그 15의 기록을 넘지.”
세상에~ 입이 딱 벌어진다. 아음속도 아닌 초음속 전투기! 그것도 마하 2의 기체! 몇 배 비싸고 몇 배 복잡하며 엔진도 몇 배 파워가 강해야 되는 초음속 전투기가 1만 1천대를 오버 해?
*방글라데시의 중국제 J-7인데, 당연히 원형은 미그 21이다. 출처: blogspot.com
필자의 기억이 확실한지 모르나, 자동차는 모델 하나를 30만 대 이상 만들어야, 금형이니 설계비 등 들어 간 돈을 뽑는다고 한다. 그전까지는 손해. 그럼 제트 전투기는?
300대다. 이 정도는 되어야, 세상 말로 똔똔, 수지를 맞출 수 있고, 이후부터는 돈을 벌기 시작한다. 그래서 프랑스를 빼고,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독자적 전투기 생산을 포기하는 게 그 이유다.
유럽 최초의 국제 협동기 재규어나, 토네이도, 또 타이푼은 국제 협동으로 만들었다. 혼자서 만들면 설계나 금형, 공작 기계 등에 많은 돈이 드는데, 동서 냉전이 사라지고 큰 전쟁이 없는 요즘 시대에, 미국과 소련을 빼곤 어느 나라가 그 비싼 돈 덩어리 전투기에다 투자를 하고, 또 3백 대 넘어 생산을 할까? 쉽지가 않다.
그런데 프랑스는 재규어 공격기를 빼고, 항상 독자적으로 만든다. 굳이 얘기하면 ‘전투기 독립’이다. 거기엔 이런 이유가 있다.
“우린 니들 하고 손 안 잡아도, 고급 전투기를 만들 독자적 기술이 있어.”
토네이도를 만들 때, 타이푼을 만들 때, 탈퇴를 하거나 처음부터 시큰둥했던 이유. 특히나 프랑스는 미라주 3 이래로 델타 익에 자신이 있다. 그런데 요즈음의 유럽 하늘이나 유럽 국경 쪽을 비행하는 신형기들. 거의가 다 델타익 아니면 변형 델타익 아닌가? 영국과 독일, 이태리, 스페인, 이렇게 4개국 합동의 타이푼 전투기도 그렇고.
*영국이 조인트로 만든 타이푼 전투기. 완전 델타익이다. 출처: wikipedia.org
그리고 요즘 잘 나가는 스웨덴의 그리펜, 역시 익단을 좀 잘랐지만 델타익이다.
*그리펜, 태국 공군도 채택했다. 출처: defenceindustrydaily.com
또 러시아의 최신형 스텔스 T-50도 변형 델타익.
*러시아의 T-50, 이중 변형 델타라 할까? 출처: wikepedia.org
그러나 이 프랑스는 ‘전투기 독립’의 댓가로, 항상 3백대 이상을 넘기기 위해 노심초사, 신경을 써야 한다. 미라주 3이야 이스라엘 때문에 잘 나갔지만, 그 다음 타자인 후퇴익 전투기 F-1도, 미라주 2000도 시원시원하게 나가질 않았으니까. 그래도 꾸역꾸역 개발비를 뽑아내긴 했으나, 속 시원히 터진 기체는 없다. 더구나 프랑스가 모든 기술을 부어 만든 라팔.
*프랑스의 자존심, 라팔. 출처: qzprod.wordpress.com
이게 제대로 팔리지 않아, 오랫동안 닷소 사(社)를 우울하게 하지 않았던가? 그러다 중동으로부터 주문이 들어오고, 요즘은 또 뜻하지 않게(필자가 볼 때는) 인도에서 대량 주문. 그래서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내고, 닷소 사 얼굴이 펴지는 듯하다.
그런데 미그 21은 무려 1만 1천여 대! 3백대를 만들면 개발비를 회수한다는데, 1만 1천대? 가히 경탄할 만한 숫자이고, 존경할 만한 숫자다.
*세계지도에서의 붉은색이 미그 21 사용국 나라들이다. 주변에는 그 나라 공군 마크들. 출처: mig-21.de
지도를 보면 도대체 사용하지 않은 나라가 어디지? 이런 물음이 나오게 될 정도다. 그리고 이렇게 많이 사용한다는 건, 그만큼 싸고, 우수한 성능을 가졌다는 증거.
특히 미그 21은 마하 2의 스피드와 상승력이 좋은데, 거기에다 유지, 보수에서도 손이 덜 가는 전투기다. 그러니까 후진국들에서도 웬만큼 정성을 다하면, 충분히 전투 비행대를 유지할 수 있는 심플한 기체.
그렇다. 그 반대쪽에 타이거가 있다. 아니 대척점에 있다. 미그 21이 수량을 늘려갈 때, 역시 미국의 우방들도 이 작은 기체를 도입, 그들 공군의 마크를 달았으니까.
미국의 적이었던 베트남(옛날의 월맹)도 운용할 정도. 패망한 사이공 정부의 타이거를 대량 노획했는데, 성능이 좋은 데다, 정비가 어렵지 않았던 까닭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사용하였거나, 사용했던 나라들을 전부 포함하면 무려 40여 개국!
미국 역사 이래 가장 많은 나라로 수출된 전투기다. 그 이유는 미그 21과 같다. 기체 가격이 저렴하고, 유지, 보수가 쉬우며, 성능도 좋기 때문에.
*타이거나 후리덤 파이터를 사용한 나라들, 엄청나게 많다. 이중 붉은색은 이미 퇴역했고, 파란색은 현재도 사용 중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파란색. 출처: wikipedia.org
그래서 미그 21과 타이거. 둘 다 걸작기다. 설계자들의 솜씨가 돋보이는 걸작기. 그리고 양쪽 진영에서 많이 사용한다. 소련과 미국, 동/서양 진영의 수많은 국가들.
캐릭터도 비슷하다. 경량이며 조종성 좋고, 그래도 일정한 전투력을 갖고 있으며, 또 운용하기에도 좋고. 특히 두 기체 모두 공중 기동성이 좋다.
그런데 이 두 기체가 적으로 만나, 공중전을 펼치면? 타이거와 미그 21 피쉬베드의 결투! 전쟁터는 하늘이다. 따라서 리미트가 없다. 그곳은 광대하며 전투기는 창공에서 수평과 수직 기동을 마음대로 하는 3차원적 머신이니까.
여기서 잠깐, 어렸을 적의 결투 이야기를 해 보자. 이런 얘길 자주 했던 것 같다. 당시는 복싱이 한창 인기 끌 때.
“태권도 유단자와 복서가 싸우면 누가 이겨?”
“합기도 유단자와 태권도 유단자가 싸우면?”
답은 이거다.
“싸움 잘하는 사람이 이긴다.”
그렇다. 이게 정답이다. 그것을 이 기종(異 機種) 끼리의 공중전에 대입하면, 이렇게 되나? 솜씨 좋은 파일럿이 타면, 그 전투기가 강하다?
이 계통에 흔한 얘기도 있지 않은가?
“베테랑이 탄 구형기는, 신참이 탄 신형기를 이긴다.”
그만큼 경험 있는 파일럿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거다. 그러나 이게 그렇지만은 않다.
*베트남 상공에서의 공중전, 지금 팬텀이 미그 21한테 한 방 맞은 것 같다 출처: orig09.deviantart.net
공중전은 메커니즘의 세계다. 그리고 무기 시스템끼리의 쟁투라 할 만하다. 사람의 컨트롤에 영향을 받는다지만, 어찌됐건 메커니즘의 싸움이다.
그래서 무기의 질이 중요하다. 질 높은 무기는 베테랑의 노련함을 상쇄할 수 있으니까. 또 공중전에 들어갈 때, 상대한테는 베테랑이 없나? 그 베테랑이 신형기를 몰고 나왔다면 이 쪽은 어떻게 되나? 격추된다. 중고참이 신형기를 몰고 나와도, 이쪽은 격추되기 쉽다.
그렇다면 이 두 전투기, 타이거와 미그 21. 어느게 이기겠는가를 이야기할 때, 데이터 지표에 따른 그 성능부터 살펴보는게 순서라 생각된다. 무기의 성능과 전투력은 일단 스펙에 있으니까.
두 전투기의 스펙을 한 번 보자. 좀 쉽게 보기 위해, 중요한 것만 몇개 뽑아봤다. 최대 속도와 해면 상승률, 그리고 공허 중량 등등. 물론 무기 탑재량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 지금은, 지상 공격을 배제한 순수 공중에서의 배틀이다. 그래서 그런 것들은 뺐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엔진의 파워와 상승력, 공허 중량. 그런 것들. 공허 중량? 우선 연료나 무기 등을 탑재하지 않은, 공장 문을 막 나올 때의 순수 기체 중량이다. 그럼 데이터를 들여다보자.
노스롭의 F-5E 타이거.
*타이거. 작지만 능력 있는 전투기다. 출처: combataircraft.com
- 최고 속도 마하 1.56
- 해면 상승률 10.455 미터
- 공허 중량 4.4
- 엔진 추력 2.25 톤x2
- 연료 2563 리터
그럼 이제,
미그 21 휘시베드.(MF 형이다.)
*미그 21, 요격용으로는 어디 빠지는 데 없는 날카로운 전투기. 출처: combataircraft.com
- 최고 속도 마하 2.1
- 해면 상승률 분당 15000 미터.
- 공허 중량 5.4
- 엔진 추력 6.6 톤
- 연료 2.650 리터
전투기라는 게 다른 기종과 구별되는 게 있으니, 일단 두 가지다. 속도와 상승력. 이게 좋아야 진짜 전투기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두 가지 성능을 뒷받침해 주는 건, 힘 좋은 엔진.
그런데 여기에서 타이거는 좀 걸린다. J85, 이 엔진 이게 아무래도 힘이 약하니까. 사실은 연습기들이 달고 나가는 엔진이다. 그래서 타이거에는 2개를 달아 모자라는 힘을 보충했는데, 성능 데이터를 보면 쌍발 다 합쳐도, 4.5톤 밖에 안 나온다.
*타이거가 본래 작은 기체인데, 엔진은 더욱 작아 보인다. 출처: airliners.net
이에 반해 미그 21은 단발임에도 6.2톤. 따라서 미그 쪽이 속도를 빠르게 가져가고, 상승력이 좋을 수밖에 없다. 수직면에서의 공중 기동도 덩달아 좋다는 이야기.
*상승하는 루마니아의 미그 21 (랜서), 한국전 때의 미그 15부터, 미그 일족은 작은 기체에다 대형 엔진을 집어넣는 전통이 있어, 상승력 좋기로 정평이 나 있다. 출처: smugmug.com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공중전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성능이 있다. 일명 개싸움, '도그 파이팅' 능력. 예민하고 샤프한 공대공 미사일이 계속 나오고, 또 스텔스 기술이 발달했다 해도, 어찌 됐던 전투기에 있어서 도그 파이팅은 기본으로 깔아놔야 한다.
특히 타이거나 미그 21처럼, 하이(high)급이 아닌, 유 시계(有 視界) 환경 속 전투기는 이게 유독 좋아야 한다. 레이더로 적을 미리 체크하고 미사일을 쏘아대는 게 아닌, 직접 눈으로 적을 찾고 공중전을 펼쳐야 하니까. 그렇다면 이 도그 파이팅. 타이거가 더 좋지 않을까? 밀리터리 마니아 중엔 그런 생각을 많이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게 그렇지 않다. 이것도 미그 21이 좋은 편이다.
뭐라고? 미그 쪽이? 그것은 수치로 빼낼 수 있다. 미그 21의 턴, 다시 말해 '선회성능'이라는 부분에서, 차이는 많이 안 나올 지라도, 분명 타이거보다 좋다. '익면하중'이라는 수치가 그걸 말해 주니까. 그리고 '익면하중'은 바로 '선회성능' 그 자체이고.
선회 성능이 좋고 나쁨은, 바로 이 법칙에서 결정되는데, 그것은 ‘익면하중’이라고 해서, 날개 위에 얹히는 기체의 무게다. 영어로는 윙 레이쇼(wing ratio)라고도 하는데, 기체의 무게를 날개 면적으로 나누면 나오는 값. 그게 높으면 날개 위에 얹히는 기체 무게가 무겁다는 것이며, 선회 성능이 나빠진다. 지금 재빨리 턴을 해야 하는데, 기체가 무겁다. 턴이 느려지게 마련.
무거운 짐을 지고 운동장을 한 바퀴 돌 때, 그게 빨리 되나? 헉 헉 된다. 반대로 짐이 가벼우면? 턴이 가벼워진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타이거가 좀 무겁다.
*일본의 제로 전투기,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도그 화이터다. 그 비밀은 바로 익면하중의 가벼움에 있다. 출처: aws.com
타이거의 익면하중을 수치로 보자. 254다. 미그 21은 그 보다 조금 가볍다. 226이니까. 그러니까 254와 226. 선회 기동 시, 미그 21이 조금 더 안 쪽으로 도는 건 어쩔 수 없다. 그것이 조금이라 해도, 수치가 말해 주니. 아니 미그 21의 기체가 더 무겁고 크다며? 그러나 미그 21은 그만큼 날개가 넓다. 타이거는 기체가 가벼운 만큼, 날개 면적이 작고.
*배면 비행하는 스위스 공군의 타이거, 보다시피 날개가 상당히 작다. 출처: pinimg.com
선회 성능이 다는 아니다
물론 이 선회성능이라는 거, 공중전에서 결정적인 건 아니다. 다른 방법으로도, 공중전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다. 엔진 힘이 좋아 잉여 추력으로도 하고, 또 상대는 좁게 원을 도는데, 이쪽은 길게 멀리 돌아, 오히려 상대의 꼬리를 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선회성능이 좋으면, 나쁠 게 없다. 축구 선수가 발재간이 좋다. 그래서 좁은 골 에어리어에서 예리하게 움직이면, 다른 게 어떻든 간에 나쁠건 없지 않은가?
또 하나가 있다
데이터를 보고 알 수 있는 것. 추력 대(推力 對) 중량 비(重量 比)다. 이건 날개가 아니라, 엔진 파워의 문제다. 엔진의 파워가 쌘가? 아니면 조금 부족한가?
전투 상태에서 엔진 파워가 좋으면, 당연히 기체는 힘을 받는다. 몸이 가벼워진다는 의미다. F-15 이글. 얼마나 크고 강력한 엔진이 밀어주나? 프랏트 휘트니 제 F-100 엔진이 쌍으로 밀어준다. 합쳐서 무려 22톤의 추력!(타이거는 2개 합쳐 4.5톤인데.....;;;;;) 공중전 최강이라는 게, 괜한 수사는 아닌 것이다.
*이글, 11톤의 ‘플라트 앤 휘트니’ 엔진을 쌍발로! 출처: actualidad.rt.com
그래서 F-15 이 글은 공중전 들어갈 때, 파일럿의 컨디션이 매우 좋은 상태로 들어가는 셈. 시합에 들어가기 전의 운동선수가 몸을 풀면서. “오늘 왠지 몸이 가볍네..... 한 건 할 거 같아.” 이거다.
그런데 타이거는 이 수치에서도 달린다. 작은 엔진 때문. 쌍발 합쳐 4.5톤. 그러나 미그 21은 단발인데도 투만스키 R시리즈의 6.2톤. 물론 기체 무게가 약간 무거운 게 미그 21이나, 그보다 더한 퍼센티지의 엔진 파워가 있다.
필자가 갖고 있는 한참 전의 항공 잡지에, 두 전투기의 추력 대 중량 비가 나와 있는데, 타이거의 전신이라 할 F-5A 프리덤 화이터와, 비교적 중기 이상의 형으로 북한도 쓰는 미그 21 MF, 즉 피쉬베드 J형 두 기체 간 비교가 나와 있는데, 전자인 프리덤 화이터가 0.61, 미그는 0.80로 나와 있다. 이건 숫자가 높을수록 좋은 쪽이니, 당연히 미그기가 기체를 푸시하는 힘이 훨씬 우수하다.
예를 들어 미 공군의 공중전 전문 전투기로 나온 F-16 파이팅 팰콘과 F-15A 이 글은 각각 1.13과 1.25. 물론 타이거가 아니라 초기의 F-5A 프리덤 화이터의 수치라 하나, 타이거에 와서, 엔진 추력의 강화로 수치가 많이 좋아졌으나 그래도 미그기한테 뒤지는 건 마찬가지다.
이게 뭐야? 그럼. 타이거가 앞서는 건 하나도 없잖아? 밀리지 않은 거라면, 기관포 2문과 단거리 미사일 2발의 기본 무장. 그 외는 다 밀린다. 최고 속력에서도. 익면하중에서도. 그리고 추력 대 중량 비에서도 역시.
차이가 그리 크지 않더라도. 그런 게 중첩되면 미그를 어떻게 잡나? 이기지 못할 확률이 많아진다. 헌데 그게 그렇지 않다. 타이거가 밀리는 건 데이터 상에서 뿐. 조금 심하게 말하면 카탈로그 수치에서 타이거가 이긴다.
실전에서 붙으면 진짜 "전투 적합적"성능이 나오니까.
*타이거! 출처: wikia.nocookie.net
다시 말하면, F-5E 타이거가 우세하다. 공중전에서도 그렇지만, 종합적으로 보는 다른 쪽 성능에서도 우세하다. 누구는 머리를 갸우뚱 할 것이다.
“뭐야? 미그 21 우세 쪽으로 잔뜩 수치를 적어놓고, 타이거가 이겨?”
그렇다. 미그 21은 패배한다. 이건 팔이 안으로 굽는 것도 아니고, 필자 개인만의 생각도 아니다. 어떤 주장에는 합리성이 뒷받침돼야 하고, 팩트가 존재해야 한다. 바로 그런 것들이. 오랫동안 태극 마크를 달고, 한반도 상공을 누빈 타이거한테 있다.
그래서 다음 회엔 필자가 알고 있으며, 축적한 지식 안에서 타이거가 더 좋은 전투기라는 걸 증명하려 한다. 그리고 충분히 납득이 되리라 믿는다.
*타이거가 결국 이긴다? 출처: aljazeera.com
(2부 ‘타이거가 결국 이긴다.’에 계속)
*제공 @snaparker
좋은 팝송이 옛날에 있었다. "턴, 턴, 턴~"으로 시작되는 곡인데, 세상은 돌고 돈다는 내용. 팝송 중에서 명곡이다.
"Turn! Turn! Turn! (to Everything There Is A Season)~"
이 번 글은 타이거와 미그 21의 공중전이라며, 아들한테.
“아빠 어렸을 때, 이런 얘기 자주 했어.”
"태권도와 복싱 고수가 서로 싸우면, 누가 이기냐?”
"아니면 뭐 합기도 유단자와.”
그러자 아들도 거든다.
“아직도 인터넷 게시판에서 피 튀기가 싸워, 이소룡과 타이슨 누가 이기는지-”
필자의 어머니도 내게 이런 얘길 한 적이 있다.
“너 대여섯 살 때 툭하면 물어봤어.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누가 이겨? 코끼리와 코뿔소가 싸우면 또 누가?”
그럼 우리 손주들은 이렇게 되려나.
“터닝 메카드에서 에반이랑 슈마랑 싸우면 누가 이겨?”
그래서 투 에브리 씽 이즈 턴, 턴, 턴인가 보다. 세상 모든 일이 계절처럼 돌고 돌듯 하는데, 아버지와 아들, 그 아들 대의 어렸을 적 관심이 대를 이어 돈다는 거.
사실 이 글은 ‘누가 누구랑 싸우면’의 연장이기도 하나, 국가 안보적으로도 관심 가질만한 주제라 생각한다. FA-50 파이팅 이글이 도입되는 중인데도, 타이거는 아직 공군의 유력 기종이다. 공중전에도 지상 공격에도 두루두루 한몫하면서, 타 전투기에 비해 유지비 적게 드는 좋은 기체.
그리고 북한은? 미그 21이다. 나토 명 물고기 화석, 피쉬베드(Fishbed). 물론 중국제 미그 21이라 할 수 있는 J-7가 다수이나. 아직도 100대 이상을 가지고 있다.
물론 정상적 가동 수의 문제가 있으나 문제이나, 어찌 됐던 지금이라도 한반도에 전운이 몰려오면, 북한의 주력기가 될 게 틀림없다. 당연히 서로 맞붙는다. 그래서 두 전투기의 전투력 비교는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 방향성에 대해 고민했다. 깊이인가? 라이트 한 넓이인가? 즉 ‘전투기 아카데미’로 잡을 것인가? 아니면 ‘전투기 칼럼’으로? 아카데미 쪽으로 하면, 여러 용어와 수치들도 그렇고, 좀 더 심도있게 써야 하는데, 그건 쉽고 편하게 풀어나가고자 하는 필자 의도에 맞지가 않는다.
또 실력이 부족할 수도 있고... 방향성은 그래서 이렇게 잡았다. 중간으로. 어려운 델 건드리면서, 기본은 라이트 하게. 그리고 이번 회는 미그 21의 우세 속으로 진행되고, 다음 회엔 반전이 이뤄진다. 원래 드라마도 마지막 편은 꼭 보지 않는가. 기대들 하시라.
*푸른 줄무늬 타이거. 발톱과 이빨이 보인다. 콧등의 20밀리, 날개 끝 사이드와인더! 출처: pinimg.com
이길 수밖에 없기 때문. 다음 회엔 이길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 나열된다. 이 시리즈가 2회가 될지 3회가 될지 모르나, 아마 그래서 끝부분을 미리 이렇게 생각해 뒀다.
"만약에 필자가 제3 국의 파일럿이라 되고, 공중전을 위해 출격한다면. 당신은 어느 걸, 타고 나갈 건가? 타이거인가? 미그 21 피쉬베드인가?"
당연히 필자는 타이거 쪽으로 걸어 가, 그 조종석에 오를 것이다. 타이거가 필자의 미숙한 조종 능력에 버프를 걸어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