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 H-6의 정체 - 3부
[ 'H-6의 정체 - 2부'에 이어 ]
미 공군에는 ‘세계 최장수 현역’이란 타이틀을 가진 군용기가 있다. 가장 오래 일선에서 사용된 군용기. 지금도 사용 중이다. 이 거대한 제트 폭격기는 무려 60년 동안 운용하며, 전쟁 때마다 내 보낸 기체. 1955년부터 취역했으니, 60년 이상을 사용했다. 물론 그 사이 엔진을 갈아 끼워, 면목을 일신하기도 했으나, 기체의 외형은 50년대 그대로다. 그래서 파생 종도 드물다.
이 타이틀의 주인공은 B-52 폭격기다. 미 폭격기의 명문 보잉(Boeing)사의 B-52(Strato Fortress: 성층권의 요새).
*출처: ytimg.com
예전엔 포트리스 앞에 슈퍼가 붙어, ‘성층권의 초(超) 요새’ 이렇게 불렸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냥 요새. 그래도 대단한 이름 아닌가? 까마득한 하늘 위를 날아가는 거대한 비행 요새. 냉전 때는 핵폭탄을 탑재해 소련과의 핵전에 대비했고, 이후 재래식 전쟁이던 베트남과 이라크에서도 활약했다.
특히 걸프전에선 12발의 AGM-86B를 달고 사막의 하늘을 누볐다. 또 아프간에서는, 알카에다와 탈레반이 있는 산악지대에 대량의 자유 낙하 폭탄을 투하했다. 베트남 전에서 출격 횟수가 가장 많은데, 이때의 폭격 방법은 에어리어 전체를 불바다로 만드는 카펫 보밍(Carpet bombing).
*출처: wikimedia
정글의 일정 구역을 거대한 화염의 담요(?)로 덮어버리는 식, 융단 폭격.
그래서 밀림 속 베트콩들은 이게 얼마나 겁이 나던지, 항상 큰 그릇이나 대야에다 물을 떠 놨다고 한다. 누구 하나는 보초처럼, 그 물을 계속 쳐다보면서. 사람 귀엔 들리지 않으나 까마득히 멀리서 오는 엔진의 음파가, 언제 물 위에 작은 파동을 만들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면서.
대 파워의 엔진이 8개인 8발 폭격기 B-52. 최대 이륙 중량이 230톤! 거기에 폭탄 탑재량은 23톤!
*5백 파운드와 1천 파운드 폭탄이 100여 발에, ‘하푼’ 등의 미사일 12발과 제이댐(JDAM). 또 잘 모르는 것들도 있다;; 물론 1회 출격에 다 탑재하는 건 아니다. 필자의 어림짐작에 자유 낙하 폭탄만으로도 탑재량 맥시멈이 될 것 같으니까. 출처: businessinsider.com
또 이 성층권의 요새는 북한의 도발로 남북 간 긴장이 심화 될 때, 가끔 한반도로 들어왔다. 저 먼 태평양 아래의 섬, 괌에서 출발해. 한국에게는 안심하라는 의미이며, 북한한테는 까불지 말라는 힘의 프레젠시.
그런데 여기에서 조금 이상한 얘기를 꺼내겠다. 이런 폭격기를 한국 공군이 도입한다면?
“뭐라고?”
물론 B-52가 아니다. 미국이 줄 리도 없으며, 한국엔 그 거체가 뜰만한 비행장도 드물다. 또 먹성 좋은 8개의 엔진에 들어가는 연료비를 생각하면, 등골이 남아날리 없을테니.
*8발 엔진의 전략 폭격기 B-52 출처: rikoooo.com
미니 B-52를 도입하자는 이야기다.
얼마 전 제주도 근처로 날아왔던, 바로 그 H-6K. 그 걸 도입하자는 것. 중국은 이라크에 4대를 판 적도 있다. 제트 폭격기도 그들의 판매 상품인 것.
*사막 스타일의 위장, 이라크의 뱃져(H-6), 아래 초록 삼각형은 이라크 공군 마크. 출처: wp.scn.ru
물론 H-6K의 폭탄 탑재량은 B-52에 미치지 못 한다. 엔진만 해도 한쪽은 8발. 한쪽은 쌍발 아닌가? 서로 비슷한 추력인데 힘에 있어서 4배의 차이가 난다. 그래도 H-6K는 나름 상당한 탑재량을 갖는다.
맥시멈이 9톤! 그리고 이걸 한반도라는 전쟁 공간으로 옮겨보면, 결코 B-52한테 뒤지지 않는다. B-52는 괌의 앤더슨 기지가 둥지이며, 거기서부터 뜨지 않는가? 그래서 태평양을 종단, 한반도 상공으로의 긴 비행길을 나선다.
따라서 대량의 연료를 싣고 떠야 한다. 물론 돌아갈 연료도. 한 마디로 장대한 거리의 왕복이다. 폭탄 탑재량이 반 이상 줄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반도로! 출처: ytimg.com
그런데 우리가 H-6K를 도입하면, 한반도 내 비행장에서 뜬다. 완전 홈그라운드다. 그리고 개전 초기, 피 터지는 전쟁터는 경기도 북부가 된다. 엎드리면 코 닿을 데, 그래서 맥시멈 폭탄 탑재량으로 뜰 수 있다.
게다가 여러 번 재 출격도 가능하다. 3번 출격이면 27톤! B-52의 맥시멈을 손쉽게 오버한다. 그런데 여러 대가 그렇게 운영되면? 이건 정말 엄청나다. 임진강 북쪽을 완전 불바다로 만들 수 있으니. 이게 순전히 산술적 이야기만은 아니다.
전투기나 여타 기체들의 재 출격은 상식이다.(중동전에서 이스라엘 파일럿들은 믿을 수 없는 재 출격 횟수를 기록했다. 이는 승패의 키포인트로 작용했고.) 따라서 이 굉격기 몇 대만 있어도, 상당한 전쟁 억제력을 보유하게 된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저들의 무기가 있다. 장사정포와 방사포. 반대로 평양도 이 폭격기 앞에서 필시 그런 두려움을 갖게 될거다. 국군의 K-9 썬더 자주포가 정밀 사격을 한발 한발 때리면서 치고 올라간다면, 이 H-6K 편대는 임진강 북쪽을 아예 죽음의 땅으로 만드는 거니까.
*출처: sofrep.com
물론 여기엔 전제가 붙는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이야기들, 일단 도입된 뒤의 이야기다. 도입이 가능할까? 쉽지 않다. 불가능에 가깝다. 누구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을 테고, 생각을 한다 해도 고개를 저을 테니. 안보에 관한 한 지나칠 만큼, 보수 쪽인 게 우리나라 아닌가?
“에이~ 어떻게 중국제를.”
전투기와 전폭기 등 주요 무기는 오로지 미국이다. 더구나 전쟁 무기로써의 중국제는, 질에 있어서 회의감이 많다. 따라서 이 글은 어느 정도 파천황(破天荒) 적이다. 쉬운 말로 하면 이런 거.
“말이 좀 안 되지.”
이 말도 안 되는 생각은, 인터넷에서 본 사진 1장에서 시작됐다.
세계 최대의 군사 서적 출판사 중 Jane's라고, 영국에 있다. 바로 그 출판사가 운영하는 밀리터리 사이트 janes.com 거기에 중국의 최신 굉격기 H-6K 사진이 나왔는데, 선명하진 않으나, 인상적으로 보이는 게 있었다. 무수한 폭탄들.
*날개 밑의 수두룩한 폭탄들. 출처: janes.com
40년 이상 날아다녔던 소련제 뱃져나, ‘Made in CHINA’ 중국제 뱃져(h-6k)에선, 전혀 볼 수 없었던 모습.
뱃져는 원래 냉전 때 핵폭격기다. 이후엔 공대함 미사일 1발 달고, 적함을 찾아 바다로 나가는 초계 폭격기가 되기도 했다. 폭탄을 거치할 수 있는 날개 밑의 그 하드 포인트가 거의 없었던 게, 바로 그런 이유다. 그러니 6개를 가진 건 처음 보는 모양새!
*하드 포인트 6개의 H-6K, 느낌이 온다. 대 지상 공격에 힘 좀 쓸 것 같은 느낌. 출처: cdn-images-1.medium.com
사진 설명에도 적혀 있었다. ‘각 하드 포인트 당 6개의 250킬로 폭탄을 달았다.’ 와우~ 항아리보다 더 큰 대형 폭탄을 36개! 그 걸 다 떨어뜨려 봐라. 떨어진 그곳은 파괴와 죽음의 신이 강림한다.
사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단 재래식 전투가 주를 이룬다(북한 핵은 빼고 하는 얘기다. 평양이 점령 직전에 있던가, 북한 기득권층이 모두 다 죽게 됐을 때를 빼곤, 핵 얘기를 빼도 무방할 듯해서). 값비싼 초정밀 미사일을 쏘고 그러는 건 평양과, 그 위쪽 주요 군사 타깃을 공격할 때다. 그게 또 개전 초기의 판세에 당장 영향을 주지 않는다.
급한 건 휴전선 쪽. 북한의 도강 공병대가 피로 물든 임진강을 건너고, 그 뒤의 전연 사단들이 뒤따르며, 국군 진지를 돌파하려는 절체절명의 시기다. 그리고 그들 뒤에 제2의 제대가, 국군 방어선 중에서 피로도가 높은 곳을 선택하려 할 때... 이때 다른 거 없다. 그들 머리 위에 대량의 폭탄을 투하하는 거다.
*Bomb Awat... 출처: kinja-img.com
그것도 무지막지하게 내리 퍼부어, 북한군을 대량 살상하는 거. 물론 이때 한 미 공군의 다른 기체도 참여를 하겠으나, 아무래도 주역은 H-6K가 될 게 틀림없다. 폭격을 위해 태어나, 폭격을 본명으로 하는 오리지널 폭격기. 그리고 그 폭격은 북한 인민군이 있는 곳을 일대 살육 지대(殺戮 地帶)로 만들게 틀림없다.
*출처: businessinsider.com
전쟁 교본에, 부대의 20프로가 죽거나 다치면, 전투력을 잃는다고 돼 있다. 40프로가 그렇게 되면 군의 편제에서 뺄 수밖에 없다고 되어 있다. 임진강 북쪽의 인민군을 그렇게 만드는 거다. 그런데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기체는 오래전 설계 아닌가? 냉전 시대의 뱃져.”
“더구나 Made in CHINA. 성능에 문제점은 없을까?”
오래된 설계라 하나, 신상품이나 마찬가지다. 21세기에 공장 문을 나선 기체니까.
*출처: ausairpower.net
‘골든 이글’을 제외하면 한국 공군에서 그보다 신상이 없다. 오래 사용된 기체에 생기는 퍼티그(기체의 피로) 현상은 오히려 공군의 다른 쪽 전투기들을 걱정해야 할 판.
팬텀을 지금 다시 생산한다고 해보자. 그리고 막 공장 문을 나왔다고 하면? 팬텀의 막강한 성능을 그대로 가진, 신 전투 폭격기 아닌가?
물론 지금에 와서 보면, 항공역학 적으로 덜 세련됐고, 기수 부분도 너무 굵다. 직경이 큰 레이더를 집어넣기 위해, 기수가 굵어졌는데, 어쨌든 그것으로 인해 드랙(공기 저항)은 클 수밖에 없다. 또 팬텀의 심장이 예전의 J-79 엔진이라, 당시에는 걸작 엔진이라 해도, 지금의 엔진에 비하면 크고 무겁고, 엔진 효율이 안 좋다.
그러나 팬텀은 팬텀이다. 하마 2를 넘는 스피드에 강력한 엔진 파워. 사이드 와인더에 스패로우 미사일까지, 거기에 전투기 치곤 어마 무지막지한 폭탄 탑재량 등. 지금도 유력한 전투기, 전폭기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H-6K, ‘전신(戰神. 전쟁의 신)’도 그렇게 생각하면 된다. 거의 신상. 폭격이라는 부분에서 막강.
*출처: airliners.net
그리고 요즘의 중국 무기들, 옛날과 다르다. 정말 하루가 멀다 하고 발전한다. 옛날 알바니아에 미그19 수출해서, 이상한 소리를 듣던 때와 전혀 다르다. 스텔스 전투기를 지금 한꺼번에 3종이나 개발하고 있지 않은가? 더군다나 가격의 문제, 유지/보수의 문제, 이런 것들도 다 괜찮다.
원래 중국 군용기는 싸다. 소련의 ‘프렌들리 프라이스’보다 싸다. 인건비가 저렴한 데다, 아주 옛날인 1950년대 말, 그 시절 금형이 다 만들어져 있고, 조립 라인도 갖춰져 있기에 따로 들어가야 할 게 없을테니. 그래서 우리 공군의 F-15K 도입가의 절반 이하 일거라 생각된다.
정비 보수도 까다롭지 않다. 옛날 설계 아닌가? 그런 기체는 원래 복잡하지 않다. 또 단순 폭격기로 쓸 참이라, 최첨단 전자 장비 같은 건 달지 않아도 된다.
이런 얘기가 나올 순 있다.
“공군의 F-15K는 뭐하고? 비싸게 사온 슬램 이글.”
슬램 이글은 북한 깊숙이 침투해, 그곳의 군사 목표를 정밀 타격하는 데 알맞은 기체다. 한 마디로 ‘하이클래스’의 정밀 타격기.
*미사일을 피하기 위해, 불꽃 플레어를 방출해대는 스트라이크 이글. 출처: vignette4.wikia.nocookie.net
물론 F-15K가 휴전선 근처에서, 미사일과 폭탄을 풀어놓을 수 있다. 개전 초기엔 또 그렇게 해야 한다. 워낙에 급박하니. 그러나 시종일관, 그렇게 할 순 없다. ‘가성비’라는 게 있기 때문. 대당 1천2백 억 짜리의 초 고급, 프리미엄(?) 대형 기체 아닌가? 평양이나 그 위쪽에는 때려야 할 게 많다. 평양내 각종 지휘소들, 또 평안도나 함경도에 산재해 있는 주요 군사 타깃에 대한 스탠드 업 공격.
반면 평양 한참 아래, 임진강 쪽, 고급 전자 장비도 없이 몸으로 때우는(?), 단순 폭탄 운반기가 필요하다. 왜 축구에서, 개인기 뛰어나고 볼 컨트롤 좋은 테크니션도 있어야 되고, 몸으로 부벼주는 피지컬 뛰어난 선수도 있어야 하듯이..
그러니까 폭탄 트럭 같은 기체가 있어야 한다. 한국 공군의 ‘하드 워커’.
그 롤을 지닌게 아마 F-4 팬텀 쯤일텐데.. 걔는 이제 황혼의 길 초입에 들어서지 않았나. 그래 H-6K 같은 기체에 한번쯤을 눈을 둬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Phantom in the Sunset. 출처: ebayimg.com
사실 이 글을 쓰면서 깊은 회의(?)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고치고 다듬느라 시간도 많이 들었고, 써 놓은 글의 적잖은 양 때문에 덜어낸다고 시간도 좀... 역시나 이런 생각 때문입니다. “중국 폭격기를 공군이 도입한다?”, “이게 뭐 읽을만 하겠어?”
*제공: @snaparker
예고는 했기에, 그만둘 수는 없었고, 그래서 겨우 완성한게 이번 글 입니다. 그래도 시작을 B-52로 해 새로 집어넣고, 맨 끝 부분 ‘팬텀 인 더 선셋’ 사진의 황혼을 볼 때, 그런대로 괜찮지 않았나? 이런 생각도 조금은 드네요.
그럼 이제 뚱딴지같았던 H-6K 시리즈를 끝냅니다. 그러나 이미 써둔 글에 아까운 게 있기도 하고, 또 연결이 되면 완성도도 있을 것 같아. 번외 편 욕심이 나네요. 짧은 글입니다. 남북 간 전쟁이 터지고, 드디어 태극 마크 ‘전쟁의 신’ 출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