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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사로운 Jan 08. 2025

어서 와, 임용 2차 시험은 처음이지?(2)

2차 시험 둘째 날 이야기(수업실연)

어제 한번 와본 곳이라고 고새 익숙하게 고사실을 향해 가는 발걸음을 보고 있으니 외려 현실감이 없다. 다시는 임용공부 안 한다고 책을 죄다 갖다 버렸던 20대 시절, 우연히 도서관 봉사를 하면서 한번 더 교사의 꿈을 꾸던 날, 아이들을 재우고 비몽사몽 책을 들추던 수많은 밤, 눈물로 채워진 2차 준비 기간이 슬라이드 쇼로 재생된다. 마지막 관문 하나만 남겨두고 있는 지금,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아차차, 한만스레 감상에 젖어있을 때가 아니다. 


수업실연이 남아있다고


고사장은 수업 실연 평가절차에 맞춰 대기실-구상실-평가실 2개로 표시되어 있다. 심층면접이 관리번호 순서대로 1명씩 진행된다면 수업실연은 1번, 17번이 짝을 이루어 한 구상실에서 수업 구상 후, 각 평가실로 입실하여 수업실연을 마치고 귀가한다.

 어제는 면접이라고 트위드 원피스를 입어 고치 튼 양 갑갑했는데, 오늘은 보드라운 니트에 긴 플레어스커트 차림이라 한결 안한 몸놀림으로 각 교실을 둘러본다. 역시나 벽을 향해 배치되어 있는 구상실 책상. 오늘은 2개라 덜 외로워 보이지만 의식을 안 하려야 안 할 수 없는 그 구상시간을 떠올리니 손바닥이 축축해지는 것 같다. 손을 맞잡아 꾹꾹 누르며 평가실로 건너간다. 지난 추시 2차 때는 교탁에 서서 수업실연을 했다고 들어서 이번엔 어떨지 궁금증을 가득 안고. 책상과 의자다. 이번엔 앉아서 수업실연을 하는구나. 앉아서 하는 게 덜 떨리겠지 하며 대기실의 내 자리로 간다. 다른 수험생들도 속속 입실한다. 면접 특강 때 만난 선생님, 신촌번개스터디에서 만난 선생님과 눈인사를 하며 두 주먹을 살짝 흔들어 보인다. 잘해 봐요, 우리! 파이팅! 아는 얼굴이 둘이나 있으니 왠지 든든하다. 엄밀히 보면 경쟁자이지만 그렇게 삭막한 마음으로 보내고 싶지 않은, 끈끈한 동지애를 나누고픈 시험 마지막 날이다.




 중간 번호면 좋겠다 마음을 담아 관리번호를 뽑는다. 


2번


이건 또 무슨 숫자람. 빨리 끝난다는 기쁨과  당장 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당혹스러움이 교차한다. 안정액부터 얼른 마시자. 1번, 17번 선생님이 구상실로 이동하는 뒷모습을 보며 수업절차를 부지런히 떠올려본다. 바싹 마르는 입가에 물을 축이고 옷매무새와 머리를 단정히 만진다. 순식간에 내 차례다. 복도감독관의 안내에 따라 구상실로 입실한다. 문제지를 열어 15분 동안 수업 구상을 한다. 역시나 앞뒷면 가득 수업실연에서 채워야 할 조건이 많기도 하다. 옆에 선생님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수업의 큰 줄기를 잡고, 조건을 채울 주요 발문을 사이사이 끼워 넣고, 놓친 부분은 없는지 문제지를 재차 읽어본다. 휘갈겨 써 내린 필체로 들쑥날쑥한 구상지가 안쓰러워 보인다.  안 빼먹고 잘해야 하는데. 밑줄에 별표까지 그려 넣으며 출렁대는 마음을 단속한다.


 아뿔싸. 하필 어제 제일 아쉬웠던 2 평가실 면접관 세 분이 평가실에 앉아 계신다. 지워버리고 싶은 어제 그 시간. 에이, 옷도 순서도 달라졌으니 기억 못 하실 거야. 집중하자, 집중. 한껏 밝은 표정과 다정한 목소리로 수업 실연을 시작한다. 출발은 순조로운 듯했으나 생각보다 15분 타이머의 시간이 휙 휙 지나간다. 벌써 남은 시간이 7분. 5분 반성적 성찰시간을 남겨놓아야 하니 실연은 2분 내로 끝내야 한다. 부랴부랴 평가와 확장 및 전이활동 안내하는 발문으로 실연을 마친다. 자리를 옮겨 반성적 성찰 문제지를 읽고 세 가지 문제에 대한 답변을 이어간다.


본 수업에서 우수한 점과 미흡한 점,
그리고 개선할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시오.



 세 번째 문제를 읽음과 동시에 '신체표현에 참여하지 않는 유아가 있다고 가정하시오.' 조건을 처리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어제 면접에서 부족했던 답변과는 급이 다른 감점요소임에 분명하다. 저 아래서부터 올라오는 극도의 절망감을 꾹꾹 누르며, 부족했던 부분을 언급하고 현장에서 이와 같은 유아를 만난다면 어떻게 할지 구구절절이야기하며 반성적 성찰을 마쳤다. 말 그대로 반성, 제대로 반성문을 읊고 나온 것이다.


이건 3세 수업이 아니야
(수준을 너무 높게 잡은 것 같아).
조건도 놓쳤어(다 채워도 될까 말까일 텐데).
 그냥 다 엉망진창이야.


 허탈하게 고사장을 빠져나와 교내 벤치 끝에 서서 남편에게 전화하며 엉엉 울고 말았다. 남편에게 한바탕 쏟아내고도 그칠 줄 모르는 눈물. 그때 "선생님~"나직이 부르며 어깨를 짚는 손길에 돌아보니, 매일 아침 전화스터디를 한 K선생님이다. 놀란 건 그 선생님도 마찬가지.


선생님이셨어요?
아니 너무 울고 계셔서, 옆에 연못으로 빠질 것만 같아서 그냥 못 지나치겠더라고요.



 참 신기하다. 수험생활을 하는 동안 힘과 위로가 절실할 때마다, 기다린 듯 나타나는 절묘한 순간들. 우린 카페에 앉아 눈물을 찔금거리다가, 깔깔깔 웃다가, 그렇게 장장 5시간을 떠들고 나서야 2차 시험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이번 주 수요일과 목요일에 전국 17개 시, 도에서 유치원 교사임용 2차 시험이 치러집니다. 매서운 추위에 더욱 긴장될 수험생 여러분, 좋은 컨디션으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응원합니다!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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