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글부터 써보겠습니다.
벌써 1년 반이나 지났나 보다. 하지만 몇 개뿐인 글 목록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호기롭게 매거진으로 주기적으로 써야지!’ 하며 목차와 계획까지 세웠건만, 아이디어와 영감…… 영감님은 자주 찾아오지 않으셨고, 나는 ‘언제 오시려나’ 목을 빼고 기다렸다. 꾸준히 글을 발행하시는 작가님들을 보며, ‘어쩜 저렇게 글감이 많으실까’ 부럽기도 했다.
매주 글을 올려야 할 시점이 되면 알림이 떴고, 그때마다 눈을 질끈 감고 알람이 사라지기만을 기다렸다.
실패였다. 그리고 그것을 실패라고 인정하기까지도 시간이 꽤 걸렸다. 왜 실패했을까? 이유는 뭘까?
나이가 드는 것이 가끔은 무섭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하나하나 삶을 배워가는 이 과정을 감사하려고 노력한다. 10대나 20대로 돌아갈 수 있다 해도, 별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이미 삶의 많은 부분을 배웠고, 앞으로도 배워나갈 것들이 여전히 많다. 조금은 두렵지만 기꺼이 맞이하고 싶다.
그중에서도 오랫동안 훈련 중인 나의 삶의 과제는 바로렛 잇 고(let it go)다. 모든 것을 통제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다.
이상한 완벽주의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진행할 거야’라는 상상 속 계획과, 내가 완벽히 컨트롤해서 원하는 대로 일이 흘러가리라는 생각은 결국 오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목차를 짰고, ‘이걸 기반으로 글을 쓰면 되겠지’ 싶었지만, 막상 찾은 정보들과 내 계획은 잘 맞지 않았다. 이미 머릿속에 결과를 정해 놓고, 그에 필요한 정보만 찾으려 했던 게 문제였을까. 내가 미리 정해 놓은 억지 방향에 글을 끼워 맞추려 하다 보니 글쓰기가 점점 힘들어졌던 것 같다.
운전을 시작하며, 다른 차들이 갑자기 끼어들거나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생길 때마다 크게 반응하며 소리를 지르곤 했다. 그때 아부지께서 말씀하셨다.
“운전은 흐름이야!” 다른 차들도 모두 흐름을 보며 끼어들고, 나도 그 흐름을 타고 흘러가듯이 운전해야 한다고.
글도, 삶도 흐름을 타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발행했던 글들을 다 지우고 완벽하게 다시 시작하고 싶은 충동은 여전하다. 하지만 바뀌고 싶다.
모든 걸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자만감을 버리고, 완벽주의도 내려놓고,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꾸준히 글을 쓰는 걸 목표로 삼고 싶다.
결과물을 내겠다는 생각보다는,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과 배움, 흘러가는 듯한 나의 음악 생활의 과정을 함께 나눈다는 마음으로 글을 써보려 한다!
안 그래도 이제 논문을 준비해야 해서 막막한데... 그 과정을 글로 남겨보면 어떨까? 아, 절대 매거진은 안 돼! 아직 그릇이 안 돼, 가영!
일단 가벼운 마음으로... 글부터 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