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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일상 Dec 21. 2023

엄마로 사는 것에 대하여

    나의 어떠함에도 상관없이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존재들이 있다. 목이 다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있어도, 일어나자마자 부스스한 얼굴로 뺨을 비벼도 그저 좋다고 하는 존재들. 아이들이 내게 사랑한다고 말할 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살아가면서 내가 누군가에게 이처럼 환한 존재였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마음 한편이 따뜻해진다.

나는 37주간 하나의 몸에 세 개의 심장을 품고 살았다. 5개월이 지나면서부터는 똑바로 누워서 잘 수도 없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옆으로 누워 잘 수도 없었다. 그때 내 전용침대는 1인용 무인양품 리클라이너 소파였다. 매일 밤 가눌 수 없는 배를 잡고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어 잠을 잤다. 그래도 그날들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아이들을 향한 기대와 소망 때문이었다. 정기검진 때마다 병원에서 듣는 아이들의 심장소리와 누워 있는 모습은 아이를 그렇게도 기다렸던 우리 부부에게는 더 없는 행복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래 기다렸다고 해서 아이를 돌보는 일이 마냥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마냥 즐겁기는커녕 매일이 숨쉬기 힘들 정도로 허덕이는 날들이었다.

조리원 생활을 끝내고 집에 오자마자 나의 밤샘은 시작되었다. 남편은 출근을 해야 했고 혼자서 한 녀석을 먹이고 트림을 시키고 나면 또 다른 녀석을 먹이고 트림을 시키고, 신생아는 거의 2시간 간격으로 먹는데 두 명을 번갈아 하다 보면 짬이 거의 없어서 밤을 꼴딱 지새우게 되는 거다. 그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우고 아침 8시 친정엄마가 오시면 두어 시간을 충전하며 자곤 했다. 그땐 그 일이 제일 힘들었는데 아이들이 커갈수록 힘든 일은 단계별로 맞춰서 다가오는 느낌이다.

 

터울이 있는 아이를 키우게 되면 엄마 스스로도 한 아이를 키우고 어느 정도 단련이 된 후에 다른 아이를 맞게 되니 보이지 않는 어떤 스킬 같은 게 장착이 될 텐데 한 번에 둘을 낳은 초보엄마는 내내 허덕이게 된다. 그래서 정말 매일 울었다. 힘들어서 울고, 내가 너무 못난 엄마 같아서 울고, 도저히 못하겠어서 울고, 나약한 내가 싫어서 울고 진짜 지겹게 울었다. 

아이들이 좀 크고 말이 통하니 이젠 내 말을 잘 듣지 않아서 화를 내는 일이 잦다. 유난히 하루가 고되고 힘들었던 날에는 내 몸과 마음의 날 선 것들이 그 작고 연약한 존재들에게 말로 해를 가하고 나 스스로도 나를 어쩌지 못하는 마음에 얕디 얕은 사과조차 없이 아이들을 재우고 나면 휘몰아치는 그 괴로움과 죄책감은 주체할 수가 없다. 왜 아이들 앞에서는 자꾸만 옹졸해지는지, 왜 더 넓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봐 줄 수 없는지 내내 답답했다. 


아이를 키운다는 일은 나보다 중요한 존재를 키워가는 일인데 나의 시간, 나의 원하는 것보다 아이의 시간을 따라가다 보면 나는 소멸해 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결국 아이를 키워가며 엄마인 나도 같이 자라 가야 하는데 나는 대체 누가 키워 주는 걸까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나의 소멸을 보며 나는 어떠한 마음을 품었어야 했나.

찬란했던 나의 일상이 저물어 가는 것을 보며 나는 어떤 마음을 품고 아이를 양육했어야 하나. 

아이보다 내 인생이 더 중요해서 나는 아이들에게 늘 미안했던 것 같다. 내일 아침엔 더 기쁘게 맞아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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