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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키 Sep 01. 2020

[부캐] 부캐가 뭐길래?

(1) 부캐의 뜻



최근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화두는 단연 ‘부캐’다. MBC <놀면 뭐하니>의 ‘뽕포유’ 프로젝트의 신인 트로트 가수 ‘유산슬’과 최근 음원을 그야말로 ‘싹쓸이’하고 있는 신인 혼성 그룹 ‘싹쓰리’까지. 30년 차 개그맨 유재석은 신인 트로트 가수로서 고군분투하고, 갓 데뷔해 헝그리 정신이 넘치지 않을까 싶은 ‘린다G’(이효리의 부캐)는 대기실에서 “신인인데 돈이 많”다면서 호화로운 배달 음식을 시켜먹는 연륜 있는 모습을 보인다. 이들은 스스로를 다른 사람이라고 하면서도 크게 자신의 정체를 속이려는 절체절명의 생각도 없다. 둘째 이모 김다비로 활동하는 김신영 씨는 대놓고 트로트 가수인 나는 김신영으로 부르지 말아 달라,라고 대중에게 부탁한다.
원래 뻔히 알고 있는 사람인데 다른 캐릭터로 나와도 사람들이 그런대로 속아주는 이 현상은 대체 뭘까? 이들이 유재석의, 이효리의 일명 ‘부캐’라는데, “부캐가 뭐 길래?”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부캐란?  

    ‘본 캐릭터 외/두 번째 캐릭터’라는 뜻으로 게임 용어에서 유래  

    같은 세계관(환경)을 더욱 풍성하게 경험할 수 있는 ‘확장성’이 핵심  

    특정 상황에서 롤의 전환으로 효과적인 몰입과 전략적 전환이 가능  

    최근 대중문화에서는 일종의 ‘협의된 약속이자 놀이’로써 수용  



원래 ‘부캐’란 온라인 게임에서 유래한 말이다. ‘부캐릭터’의 줄임말로, ‘두 번째 캐릭터’ 혹은 ‘본캐 외의 캐릭터’라는 뜻이다. 게임 유저(User)들은 원래 쓰는 계정인 ‘본캐릭터’ 외의 캐릭터를 만들어 게임을 더욱 다양하게 즐기려는 시도로 부캐를 사용한다. 둘은 각각 다른 캐릭터이지만 서로 상충하는 존재도 아니고, 각자 별개로 보아야 할 이질적인 존재도 아니다. 동일 유저가 이들을 이용하면서 동시에 게임을 더욱 풍성하고 다양하게 즐긴다는 점에서 오히려 확장된 경험을 하게 하는 특성에 주목해야 한다.


이처럼 부캐릭터 즉, ‘부캐’는 일종의 협의된 약속이자 놀이로 특정 상황에서의 캐릭터의 구축과 롤의 수행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전략적 전환을 가능하게 한다. 더군다나,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이런 캐릭터 열풍은 흔히 ‘본캐’인 셀러브리티에 대한 이해와 사전 지식을 바탕으로 하기에 더욱 시너지가 일어난다.


이런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멀티 페르소나’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멀티 페르소나란 ‘인격’을 뜻하는 ‘페르소나’에서 파생된 용어로, 상황에 맞게 다양한 자아를 꺼내 쓰는 사람의 모습을 뜻한다. 페르소나란 원래는 그리스 시대의 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뜻하는 말이었다.


부캐전략은 '은폐' 아닌 '연결'. G린다는 '남편은 없고 남친과 제주서 동거 중'이라 자신을 소개한다. 비룡에겐 "굳이 말하진 말"라는데 이효리의 평소 성격이 떠올라 더 웃긴다.










<트렌드코리아 2020>(김난도 저)에서는 ‘멀티 페르소나’가 최근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트렌드의 원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는데 ‘부캐’ 역시 이런 ‘멀티 페르소나’의 현상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멀티 페르소나 현상은 엔터테인트먼트뿐 아니라 문화, 소비, 일상의 영역에 파고들고 있다. 그렇다면, 하나가 아니라 여럿으로 자아를 보여주는 매력은 무엇일까? [부캐] 시리즈의 다음 편 ‘하나로는 부족하다’에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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