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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키 Feb 08. 2019

나의 첫 강아지, 토토

반려동물 키워본 적 있으세요?

토토는 착한 개였다.

잘 짖지도 않았고, 강아지를 혼내면 일부러 주인 신발이나 이불에 오줌을 싼다는 이야기도 그저 남의 일로만 들었다. 토토가 내게 온 것은 조금은 우연인 듯 악연이었다. 한겨울 길 잃은 개를 집에 데리고 왔던 것이 우리의 시작이었다. 주인을 찾아주지 못해 우리 집에 머물게 되었지만, 토토의 입장에서 보면 납치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항상 미안했다.



너의 이름은 무엇이니. 10년을 데리고 살면서도 가끔 물었다. 대답 없는 강아지에게 대고 '삐삐', '쫑'따위의 이름을 불러보다가. 토토, 라고 부르면 돌아보는 것을 보면 퍽 안심이 되었다. 원래도 네가 토토였을 것이라는 확률이 낮은 착각을 하며.


그러던 토토가 노견이 되고. 마침내는 화장실 문지방을 넘지 못하고 몇 차례 실례를 하더니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첫날은 아주 슬펐고, 이튿날은 조금 덜, 그리고 그다음 날은 조금 더 덜 슬퍼졌고 토토를 기억하기 위해 그녀의 유골을 폐기하지 않고 메모리 스톤으로 만드는데 18만 원이나 쓴 것이 후회되기도 하였다.


얼마 전 입이 심심한 가족들이 야식으로 치킨을 시켰다. 토토가 죽고 나서 처음으로 먹은 야식이었다. 치킨을 먹으며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우리 모두가 감지한 것이다. 몇 번이고 "저리 가!" "떽!"이라며 먹었어야 했는데 토토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우리는 고요 속에서. 다리를 긁어대는 불청객 없이. 편하고 쾌적하게 치킨을 먹었다.


아무 말 없이 닭을 입에 우물거리는 가족들도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분명했다.


"참... 요란스럽게 구는 녀석이 없으니 편하기는 한데..."


멋적은 마음에 내가 먼저 입을 뗐다. 전혀 그러려던 것이 아니었는데 말을 마치기도 전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러게."


엄마가 대답했다. 엄마는 식사 준비를 하며 도마에 칼질하다가 '도도도독' 장판에 발톱을 부딪치며 달려오는 토토의 발걸음이 들려 돌아봤는데 그곳에 토토가 없는 일을 몇 번이나 당했다고 한다.


"분명히, 발소리가 들렸는데…."


치킨이 맛이 있지 않았다. 가족들은 한 손에 저마다 닭튀김을 들고 눈물을 흘렸다.

나는 통근으로 왕복 두시간 반 걸리던 회사가 더 멀리 이사하며 혼자 살기 시작했다. 치킨을 시켜 영화를 보며 맥주 한 캔을 깐다. 한밤에 낑낑대는 동물의 투정이 없어 좋고, 집에서 무슨 술을 마시냐는 엄마의 핀잔이 없어 좋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가족과 함께 먹을 때는 항상 아쉬웠던 치킨 한 마리가 혼자 먹으면 서너 조각이면 질리고 만다. 맥주를 마셔서 그런가. 나도 먹고 싶다는 동그랗고 간절한 눈망울이 없어서일까. 공교롭게 가족들은 이제 토토의 흔적이 없는 곳으로 흩어졌다. 사랑이 없는 곳에서 먹는 나의 쾌적한 식사가 외롭다. 혼자 하는 편안한 저녁은 까맣기만 할 뿐이다. 사랑은 편하고 깨끗하고 온전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불편한 일상을 나누는 것 인가보다.

보고싶은 나의 첫 강아지 토토


깊이 사랑한 것들은 때로 깊은 상처를 남기지만 십 년 전 으로 돌아가 겨울 그 거리에서 토토를 만난다면 망설임 없이 달려가 그 아이를 덥석 안아 올릴 것이다.

베개에 기대오는 토토의 발꼬랑내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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