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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웜쑤 May 30. 2024

Ep2. 잘생긴 백마 탄 왕자님

#.국제연애편

어릴 때부터 엄마는 내게 항상 예쁘다고 말씀해 주셨다.

남들보다 두껍고 펑퍼짐한 콧볼은 복코, 콤플렉스인 커다란 당나귀 귀는 복귀, 도드라진 광대뼈는 남들과 다른 매력포인트라고 하셨다. 엄마의 슈퍼 긍정 파워에도 불구하고 외모 관심이 최대치인 20대 소녀의 셀프 외모 지적은 계속되었다.

눈이 조금 더 컸으면, 코가 높았으면, 얼굴형이 갸름하고 작았으면...

아니 그렇다고 성형을 직접 해본 적은 없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소중한 외모와 육체를 함부로 바꾼다는 건 내 기준에서 무서운 상상이었다. 손에 거울을 달고 살면서 예쁘고 잘생긴 외모를 동경하곤 했다.  


외모 결핍은 이성을 보는 기준에서 채워졌다. 이성을 볼 때 외모가 우선순위인 건 아마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외향이 모든 걸 말해줄 수 없지만 가장 처음 이성의 눈길을 사로잡지 않는가. 이성에 눈을 뜨고 여러 사람들을 만났지만 1년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졌다.

이성을 보는 기준이 뭔가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엄마가 나를 속..인 건가? 하는 우스운 자책을 해보기도 했다.

반복되는 연애 실패에 지겨워질 무렵 한 외국인 남자가 내 인생에 불쑥 들어온 것이다.


셀프 지적질하던 외모를 있는 그대로 예쁘게 바라봐주는 사람.

이 사람은 과연 나의 외모가 좋아서 만나는 것일까?


한 달 후면 한국 출장을 모두 마치고 거주 중인 필리핀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지금껏 만난 남자들 중에서 가장 인물이 좋다. 데이트를 하는 내내 이 남자 얼굴만 들여다보고 오목조목 잘생긴 외모와 더불어 묵직하고 다정한 말투가 듣기 좋아서 가슴이 콩 쾅 거 린다. 마치 예쁘게 피어있는 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 옆에 있으면 꽃향기가 절로 나는 것 같다.

지금까지 만나본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감정과 확연히 뭔가 다르다.  


그가 한국에서 지내는 한 달 동안 매일 만났다. 팥빙수도 먹고 영화도 보고 맛집도 다니고 서울에서 구경할만한 곳은 다 찾아다녔다. 이런 인텐시브 데이트 코스가 따로 없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오랫동안 알던 사이처럼 같이 있으면 편하기가 그지없었다. 다른 언어를 써도 같이 웃고 통하는 연결감이 서로를 강하게 이끌었다.

눈도 즐겁고 마음도 즐거운 연애가 이런 걸까?


"Come visit where I live."

(내가 사는 곳에 놀러 와)


한국에서 헤어지는 마지막 날, 귀고리 선물과 함께 건네준 편지를 받았다. 이 남자를 믿고 대뜸 외국까지 보러 가는 것이 옳은 일인가 잠시 고민이 됐다. 여행과 해외 봉사활동을 다닌 경험 덕분에 바깥으로 나가는 두려움은 없었지만 날 망설이게 만든 건 이 관계가 얼마나 더 깊어질지 모른다는 설렘과 두려움이었다.

왠지 이번에 꼭 가야 할 것만 같았다. 내가 찾던 이상형 외모를 가진 사람을 어떻게 놓칠 수 있나


며칠 후 대학교 졸업식을 앞두고 있던 나는 떠날 채비를 준비했다. 부엉이가 그려진 특이한 블라우스를 골라 입었다. 예쁘게 화장을 하고 차려입은 졸업 사진 촬영일을 끝내자마자 그대로 수하물을 이끌고 공항으로 향했다. 장거리 연애가 시작됐다. 이번에는 왠지 지금껏 과는 다르게 연애가 길어질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지금으로선 그 사람이 독꽃이어도 괜찮다.   

계속 곁에 두고 보고 싶은 이로운 꽃인지 앞으로 더 알아보고 싶다.


백마를 타고 공항에 나와있을 그가 보고싶다.

꽃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일까? 나를 어떻게 반겨줄까?



















<글쓴이/ 글 소개>


7년간의 해외 롱디를 거쳐 2020년 12월 연을 맺은 미국-한국 국제부부입니다.

두 사람의 출신지인 부산과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벗어나 색다른 경치를 주는 켄터키 주에서 생활 중입니다.

낮에는 트레이더 조스 마트에서 근무하며, 인스타툰 및 아크릴화를 그리고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국제연애의 에피소드와 생동감 넘치는 미국 일상을 에세이 단편 형식으로 장기 연재합니다.

즐겁게 감상하세요 :)  


(댓글과 응원은 연재에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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