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잠옷을 하루쯤 세탁하지 않은 채 두는 것은

by 와사비너구리

올해로 결혼 8주년 차 부부.

남편의 직업적 특성상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주말부부로 지냈고,

온전히 함께 살았던 시간은 그중 절반도 되지 않는다.



아이가 없이 둘뿐이던 때에는

평일 내내 주말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다

겨우 만나 함께하는 시간은 어찌나 빨리 지나가는지.



다시 일요일에 남편이 근무지로 돌아가고 나면

온 세상에 나 혼자 남은 듯 허전하고 쓸쓸했다.



언제 누가 있었냐는 듯 휑한 집 안의 공기가 싫어서, 그 적막이 싫어서

밀린 집안일을 해야지 하고 부러 몸을 움직이곤 했는데,

그중 보통 제일 먼저 하게 되는 것이 비교적 만만하고 시간도 걸리는 세탁기 돌리기.



빨랫감들을 주섬주섬 그러모아 세탁기 안에 넣다 보면

주말 내 남편이 입다 간 잠옷이 그렇게 눈에 밟혔다.



괜히 한 번 만져 보고 킁킁 냄새도 맡아 본다.

무슨 강아지도 아니고...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가 없지만

그러고 나면 그래, 조금 전까지 같이 있었지. 다음 주면 또 볼 거지 - 하는 안도감이 드는 것이다.



이제 신혼도 아니고,

내 손길을 기다리는 아이가 둘이라

우울해하거나 멍할 틈조차 없는 현실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남편의 잠옷만은 바로 세탁기에 넣지 못하고 망설이고 만다.


나 아직 남편 많이 좋아하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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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센치 때문이다.

잠옷을 보며 또다시 센치해 지고 만 일요일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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