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하면 안 되지

by 와사비너구리

둘째가 태어나고 첫째 아이에게 바라는 것이 많아졌다.

나는 터울이 많이 지는 삼 남매 집안의 장녀이고,

그래서 동생이 있는 아이에게 은연중에 주어지는 역할과 기대와 책임,,

뭐 그런 것들이 얼마나 무거운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둘째가 태어나도 절대 하고 싶지 않은 것이 맏이 다움에 대한 요구였는데,

아빠도 자리를 비운 요즘은 급박한 순간들에 계속 의지하게 된다, 너에게.


엄마를 찾는 너의 부름에도 잠깐만! 을 외치는 횟수가 늘어나고

그 잠깐만 - 도 점점 길어진다.


저녁 한 끼 함께 하는 그 순간에도 나는 어쩐지 너에게 집중할 수 없다.

밥을 후다닥 먹고 둘째를 보아야 하고, 그도 안되면 밥을 미뤄두거나, 밥을 둘째 옆으로 가져가 먹기도 한다.


식탁에 혼자 남아 밥을 먹는 첫째 아이의 뒷모습이 짠하고 눈에 밟힌다.


복잡한 마음으로 매트로 내려와 둘째를 살피며 밥을 먹고 있는데,

첫째 아이가 자기 밥그릇을 챙겨 들더니 옆으로 스윽 내려와 앉는다.



같이 먹으려고, 나 혼자 쌀쌀하면 안 되지~



아마도 쓸쓸하면을 쌀쌀하면으로 착각한 것이겠지. 하지만 이 표현이 너무 귀여워 바로 잡아주지 않았다.

마음이 쓸쓸한 게 마음이 쌀쌀한 거지, 그런 거지 뭐.


그래 어디에서 밥 먹는 게 중요한가,

우리 조금이라도 더 붙어있는 게 중요하지.

우리 아들 혼자 쌀쌀하면 안 되지, 그렇고 말고.



네가 딱 지금 동생만 하던 때. 엄마 배꼽 없이는 못 자는 아기라, 낮잠도 밤잠도 옆에 꼭 끼고서 팔베개하고 재웠던 너. 그에 비해 동생은 혼자 뒹굴뒹굴 굴러다니다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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