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다. 백신이 나온다고는 하지만 백신 접종이 3월이나 돼야 제대로 시작될 거라는 말도 있고, 부작용 같은 부분이 검증되지 않는 백신이라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말들도 있다. 겨울철에 이렇게 극성인 것을 보아 3월까지는 계속해서 거리두기 단계가 높아진 상황 속에서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거리두기 단계가 높아지고 직장은 재택근무를 실시하며, 교육도 원격교육으로 전환한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고, 사람과의 만남보다 인터넷과 SNS를 통한 접촉 시간이 늘어난다. 재택근무를 하며 '이렇게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마칠 수 있는 일이었는데 왜 그렇게 하루종일 붙잡혀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효율적인 근무를 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시간이 남고, 체력이 남는다. 그 남은 시간과 체력은 그동안 생각만 했던 영역으로의 분출로 연계된다.
뭐 사실 내 주변에서 접하는 사람들의 모습만으로 성급하게 보편화하는 것이지만, 그 분출들이 많은 경우 마케팅을 하는 쪽으로 연계되는 모습을 보곤 한다. 다들 블로그를 하겠다고 뛰어든다. 내 블로그를 참고하는 사람들도 있고, 알게 모르게 시작해서 이미 여러 가지 맛집리뷰와 테크 리뷰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수많은 페르소나가 존재하는 시대이기에, 그들의 글로부터 마주하는 또 다른 페르소나를 낯설어하는 것조차도 뒤쳐지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마는 상당히 낯선 페르소나를 마주할 때면 '내가 알던 사람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그런 낯섦이 커지는 것은 두루뭉술 하던 사람이 블로그 글에서는 신념 있는 글들, 확신에 찬 글들, 마케팅 선구자가 되려는 글들을 쓰고 있는 것을 볼 때 발생한다.
물론 그래도 문제는 없다. 매체를 내가 생각하는 방식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건 굉장히 오만한 생각이니까. 꼰대질이기도 하고. 다만 블로그를 좀 키워서 마케팅 수단으로 쓰려는 태도들은 좀 꼴보기 싫다.
블로그가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되는 건 두 가지 방법에 의해서이다. 하나는 마케팅 글들을 대신 실어주는 게시판 역할을 하는 거고, 다른 하나는 뒷광고를 받는 것. 뒷광고야 한창 난리가 났으니 알아서 사라지는 추세이지만, 블로그를 임대해줘서 마케팅 글을 대신 실어주는 건 여전히 파다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행태다. 원고 알바들이 많다. 마케팅 글을 대신 써주는 거다. 사용해보지도 않는 제품을 사용했다고 기록해보는 거다. 다른 사람에 빙의해서 이런 제품을 이렇게 써봤는데 이런 점에서 좋더라고요~ 하는 글을 쓰는 거다. 그리고 블로거들은 그 글을 자기 블로그에 실어주고 돈을 받는다.
블로그를 꽤 오래 사용했고, 여러 글을 기록해왔으며, 수많은 이웃 블로거들이 자기 블로그를 판매하는 것을 봤다. 그래서 이제 나는 웬만한 글들만 봐도 '원고 알바 대신해주는 거네' 하는 판단을 할 수 있는 정도의 눈이 있다. 딱 보면 마케팅해주는 글이네, 딱 보면 누가 써준 글이네 알 수 있다. 그런 글들이 정말이지 너무 많다. 이런 내용의 글들이 블로그를 채우면 자연스럽게 잃고 있는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을 더욱 낮아질 거고, 블로거 간의 교류 상실은 물론이요 네이버 블로그의 가치 역시 절하될 거다.
아, 물론 불편한 분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너도 아는 체 하는 거 아니니?' 하고 말이다. 맞다. 나 역시도 아는 체하고 신념 있는 척해서 글을 쓰는 거다. 당연히 많은 부분 내 블로그가 더욱 규모 있어지길 바란다. 다만 저급한 글을 싸지르진 않으려고 노력한다. 한 번 글을 쓰려고 앉으면 그래도 문장 같은 문장을 기록해보려고 노력한다. 누가 써주는 글 말고.
아마 블로그가 마케팅 창구로 사용되는 추세는 더욱 심해질 거다. 이런 글 써봐야 하나도 의미 없겠지마는, 조금 더 교류가 되고 인간적인 관계가 형성되는 블로그 장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추세 속에서도 꾸준히 자기 이야기를 기록하는 사람들 덕분에 일상과 관심사에 대한 기록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니까.